꽤 오래전에 우연히 강남의 어느 지하상가를 지나다가 작고한 가수의 앨범을 산적이 있다. 노래와 함께 가수가 실제 공연에서 했던 이야기가 중간중간 들어 있었다. 1000회가 넘는 공연을 지속한 비결로 '바둑을 이기려고 두지 않았습니다. 그저 돌 하나 하나 정성들여 놓다보니 기성도 됐고 명인이 됐지요'라는 바둑 기사 조지훈의 말을 인용했다.과학자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연구'라는 긴 시간의 싸움에서 과학자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열정과 에너지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이다.더 흥미로웠던 것은 그 앨범에 수록된 '나른
지난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TV 예능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스트릿우먼파이터(스우파)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엠넷(Mnet)에서 런칭한 이 프로그램이 2021년 8월 첫 방송될 당시만 하더라도, 이른바 스우파가 2021년을 대표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댄싱9이나 힛 더 스테이지(Hit The Stage)의 경우에는 잘 알려진 K-Pop 아이돌들이 출연했고, 썸바디의 경우에는 댄스에 로맨스를 가미했음에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직 댄싱 크루만
우리나라의 중·고등 교육과정에서는 산업혁명을 한 차례만 다룬다. 바로 영국에서 시작됐던 제1차 산업혁명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기까지 산업혁명은 이미 세 차례 발생했었고, 그 가운데 제1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거대한 파급력을 가졌던 두 번째 산업혁명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필자는 20세기 이후의 세계경제 구도를 결정짓는 대격변이었던 제2차 산업혁명의 전개과정과 교훈을 살펴보고자 한다.제2차 산업혁명은 187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약 50-60년의 기간 동안 발생한 격변이었다. 제1차 산업혁
우리는 세계 최빈국에서 1996년 선진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입성했고 2009년에는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며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최초로 대한민국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됐다. 대한민국의 성장은 자생적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모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대덕연구단지를 만들어 기업의 기술개발과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산업의 연구개발 투자와 대학의 인력 양성 역량을 확대해
우주 천지는 빛과 함께 창조됐다고 기독교의 구약성서는 기록하고 있다. 과학자이자 가톨릭교회 사제였던 조르주 르메트르는 '모든 것의 최초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1933년 윌슨산 천문대에서 빅뱅이론을 주창했다. 이후 우주가 지속해서 팽창하고 있다는 것과 우주배경복사(우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전자기파 복사)의 존재를 관측하면서 빅뱅이론은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이 됐다.허블-르메트르 법칙에 따르면 멀리 있는 은하는 더 빨리 멀어진다. 그리고 그 팽창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진다고 한다. 우리
올해 7월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보유한 신입 변호사의 대형로펌 생존기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로는 탄탄한 대본과 주연 여배우를 비롯한 출연진들의 출중한 연기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스토리 전개 등을 먼저 손꼽을 수 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평범하지 않다' 또는 '다르다'는 편견 속에 갇히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들을 담담하게 또 유쾌하게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다양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
21세기 전반부에 벌어지고 있는 여러 격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이다. 물론 모든 산업혁명은 끝이 난 다음에야 학술적으로 정의할 수 있기에 현 시기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혁신적 과학기술들의 등장으로 생산성과 편리성이 급증하고,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전반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정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제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맞닥뜨린 네 번째 산업혁명을 의미한다. 그렇다는 말은 이미 세 번의 산업혁명을 거쳤다는 것인데, 아쉽게도
대전은 첨단 연구를 기반으로 혁신산업을 자생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연구·혁신도시이자 신산업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다. 1990년대 초 태동한 대전의 바이오산업은 수도권에 버금가는 글로벌 바이오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누리호 성공으로 우주 경제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전은 우주기술과 우주산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칩 설계, 소재, 부품, 장비 분야 기술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지역으로 대전은 그 중요성과 가치가 커지고 있다. 로봇과 드론 분야에도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던가. 느지막이 일어난 나는 아침을 거르고 출근 준비를 한다. 온몸에 배어있던 피로와 노곤함은 다행히도 뜨거운 물로 조금은 가셨다. 아무리 바빠도 베란다 텃밭에서 자라는 친구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둘러본다. 밖으로 나서자 갑자기 쏟아지는 빛의 향연에 잠시 멍해지다가 이내 감탄한다. 눈부신 날씨가 요즘 계속 이어지는 데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업무용 컴퓨터를 동작시키면서 오늘 일정을 잠시 고민한다. 처리해야 하는 업무의 기한에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오늘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연구노트를 펼쳐본다.
인공지능(AI)은 하나의 단일 기술 또는 단일 분야가 아니라 최첨단의 디지털 기술들로 이뤄지는 종합예술이다. 기본적으로 AI의 경쟁력은 컴퓨팅 인프라, 빅데이터, 알고리즘, 인적자원에 의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또 AI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및 5G·6G 기술력과 연계돼 있고, 사이버안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 기술패권경쟁은 궁극적으로 AI 전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투자를 추진해 왔
올해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인터넷에 연결한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1982년 5월 15일, 전길남 박사의 주도 하에 지금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전신이었던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가 TCP/IP를 이용한 SDN을 통해 연결했고 이것이 우리나라 인터넷의 시초가 됐다. 4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전체의 98%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명실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터넷 사용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면서, 첨단 인터넷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나라다. 특히 2019년 기준으로 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해지고, 국제유가도 크게 올랐다.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두고 있다 보니, 그야말로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 단가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성장할 신재생에너지와 견줬을 때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개선돼야 한다.이에 영국에서는 신규 원전의 건설단가와 전력 판매 단가를 30%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역시 전력 생산단가의 80%에 해당하는 운영·유지보수 비용을 1
'예, 아니오로 대답하세요' 영화에서 증인을 한쪽으로 몰고 가는 법정 장면이다. 유죄와 무죄를 결정해야 하거나 선과 악을 대립시켜야 하는 종교적인 입장에서 둘 중의 하나가 선택돼야 하는 '이원론'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내 선거에서 영호남이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적으로도 이원론적 사고가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등학생이 되면 문과 이과를 선택해야 하고 대학에서도 문과 이과로 과가 분류돼 있을 정도로 교육정책도 이원론적 사고로 굳어져 있으니 이런 교육 환경에서 국민이 젠더 갈등에 빠
지난 5월 21일 성공적으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 간 관계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켰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안보의 중심축이자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선언했고, 그 기반 위에서 전략적으로 양국 간의 경제·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평화와 안보의 중심축으로서 한미 관계는 사실 기존의 양국 간 안보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중요성을 확인했고 한반도 비핵화에 기반한 평화와
'디지털 탈바꿈, ICT로 꿈꾸는 미래세상', 이번 주 개최되는 'ETRI 컨퍼런스 2022' 행사 주제다. 아직도 진행형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ICT 기술발전의 현주소와 더 나은 미래사회 실현을 위한 ICT 역할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팬데믹은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10년이나 앞당겼으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ICT 패러다임 변화를 만들고 있다. 그 만큼 ICT의 역할은 우리 인류에게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디지털 탈바꿈, 그레이트 체인지, 국가대전환 등
'미래는 다를 것이라는 것 외에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경영학계의 거장 피터 드러커가 남긴 이 유명한 말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척 절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되묻는다면 '각자 도생'이라는 무책임하게 들리는 답이 돌아올 것만 같다. 극도로 다변화된 세상에 미래 예측마저 불가능하니 미래에 대한 구체적 조언을 하는 것은 누구라도 쉽지 않다. '프로게이머', '디지털 장의사', '동물간호복지사'와 같은 새로운 직종이 속속 등장하는데 전통을 고수하는 대학의 학과와 연결시켜 진학지도를 하는 것도 쉽지
기원전 4세기경 아리스토텔레스는 태양을 비롯한 모든 행성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 이론을 세웠다. 2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집대성한 후, 종교적 관념과 연결되며 사람들은 2000년 동안 이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6세기 무렵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천체 관측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다른 행성이 공전한다고 가정할 때, 천체 현상을 훨씬 더 정확하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집
오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이에 국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및 기술 측면에서 새로운 국정방향이 제시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산적한 국내외 현안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해 보다 안전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바랄 것이다.신정부는 먼저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경쟁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해 초래된 외교안보 이슈들에 대응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경제를 되살려야 하고 사회적 통합과 안전망의 재구축을 이뤄내야 한다. 그 어느 것 하나
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 일상의 일부를 넘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마주한 비대면 시대는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과 가속화에 일조했고, 이제는 플랫폼 경제라는 말이 생겨났을 만큼 디지털 플랫폼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혁신하며 새로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디지털 플랫폼은 전 세계 매출의 30%를 차지하며 그 규모는 6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미국 예산의 10배, 우리나라 예산의 120배 규모에 이른다.플랫폼 경제의 성장은
컴퓨터공학 혹은 전산학(computer science)을 전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갖는 자부심이 있다.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시스템 하에서 대학입시를 치른 사람들은 그 준비 과정에서 모의고사 1점이라도 더 받으려고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풀어 봤는가? 그 정도 훈련을 받았으니 전공과 무관하게 모두 '문제 해결사'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독 전산학 전공자가 문제해결 능력에 있어 특별하다고 할 이유가 있다. 전산학 전공자는 그 교육과정에서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