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전시가 추진 중인 새로운 미술관과 공연장, 그리고 복합 문화 공간 설립 계획은 지역에 커다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술관의 경우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세워졌고, 이미 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공간이 더해진다면 어떤 역할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물리적인 환경 개선을 위한 공간 확충이 목적이 아니라면 충분한 분석과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 이때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관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미국 뉴욕시의 모건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Morgan Library a
2023년 새해가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매년 맞는 12월이지만 '세월은 나이에 비례해서 흘러간다'고 했던 어르신들의 말씀이 실감나는 나이를 코앞에 두고 맞는 12월이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옛날에는 음력으로 새해를 맞이했기 때문에 섣달그믐날 밤에는 지역마다 다양한 풍습이 있었다. 어릴 적, 우리 마을에서는 섣달그믐날이 되면 남은 반찬을 모두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저녁을 먹고 잠을 자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또한 '잡귀를 막고 복을 받는다'는 의미로 대문, 마당, 방, 부엌, 외양간, 변소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4차 산업혁명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 여겨져 온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이러한 급변화가 불러온 위기감은 미술계에도 예외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화가가 그린 그림들이 미술대회를 휩쓸면서 예술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신 기술과 관련한 논의가 증대될수록 기계와 대척점에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성(humanity)에 관한 논의 또한 그 어
얼마 전 지인에게서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햄버거체인점 로고의 색상에 관한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파리의 중심부에 자리한 체인점의 로고 및 상호를 파리시 당국의 요청에 의해 특유의 노란색을 버리고 흰색으로 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미적 감각에 대한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으나, 일개 체인점의 로고와 상호의 색상에 대한 당국의 규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호하다. 색상을 하나 바꾼다 해서 도시의 이미지가 더 나아질까에 대한 의구심도 뒤따른다.상호의 맨 앞 글자 알파벳의 곡선미를 살린 노란색 디자인의
여름과 가을 사이는 축제의 계절이다. 지난달 대전시는 '0시 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고 곳곳에서 마을축제도 이어졌다. 이러한 행사의 원동력은 문화와 예술이다. 지역색을 토대로 한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는 궁극적으로 도시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18세기 런던에서는 이러한 축제가 도심 공원에서 상시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던 장소는 템즈강 남쪽 기슭에 자리한 복스홀 가든(Vauxhall Gardens)이다.복스홀 가든은 1728년 부동산 개발업자 겸 사업가인 조나단 타이어
좋은 인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성격이나 취미 등의 다양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하는데 폭 넓고 많은 만남의 기회를 가질수록 이상형에 근접한 인연을 만날 확률이 높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이런 만남을 전업으로 하는 이들을 매파, 중매쟁이, 뚜 마담이라고 불렀었는데 최근에는 개인들의 취미, 자산 등의 종합적인 정보까지 전문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배우자를 찾아 알선해주는 결혼정보회사까지 성업 중이니 만남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하겠다.필자가 속한 대중음악분야에서 멤버나 리더 한 사람이 바뀜에 따라 음악적 역량이나 색깔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는데
가을이 되니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가을축제는 그 지역의 공동체에서 한해의 풍요와 안녕에 감사하고 즐기고 나누는 의식에서 비롯됐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축제에서는 사람들을 모으고 흥을 돋우어 주며 마을 공동체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기 위해 농악이 연행되는데 공동체의 기원 의식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지고 있다.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인 동제(洞祭)에서 치는 농악을 당산굿, 동제를 지내고 집집마다 복을 불러들이는 집 돌이 의식을 하며 치는 농악을 마당밟이(마당굿), 마을의 기금이 필요할 때 집집마다
백화점은 물론 인터넷몰까지 쇼핑 수요가 폭증하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다.예외 없이 이때가 되면 각 지자체마다 온누리 상품권 등의 지역화폐 사용을 독려하고 주차, 편의 시설 등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까지 해가며 전통 재래시장 구매를 장려하곤 한다.대기업 브랜드의 대형 마트나 백화점들의 매출 이익은 고스란히 본사로 빠져나가는 반면에 재래시장의 매출이익은 직접적으로 서민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이러한 시장의 원리를 풍성한 지역의 가을 축제 시장과 연계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각각의 민간단체들과 대전 각 구에서 음식이나
필자는 행복한 기억이 많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에서 가야금도 시작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한 민속춤을 다양하게 배웠다. 당시 우리 학교는 점심시간마다 3곡을 춰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기에 그때는 힘들었겠지만 전학생으로서 모든 친구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민속춤과 관련된 매우 좋은 추억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때 배웠던 세계 민속춤 중에 우리나라 민속춤을 배운 기억이 없다. 세계 민속춤들을 보면 축제 때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손을 잡고 같은 동작으로 돌아가며 춤을 춘다. 우리나라에도 풍요를 기원하는 다양
어느 시사프로에서 노회한 정치인이 대담 중에 "정치도 예술처럼 해야 합니다"라는 언사를 들은 적이 있다. 정치를 예술처럼 한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예술처럼 한다는 건지.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그 깊은(?) 뜻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지금껏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과연 예술처럼 정치를 한다고 세상이 보다 아름다워질지 의구심만 들었다.'예술'하면 현실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한가로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 무언가에 심취해 창작에 종사하는 일로 가벼이 여기지는 않나 할 때가 종종 있다. 지극히 낭만적인 생각으로 예술을 동원해
멋진 풍경을 보면 "그림 같다"는 감탄사가 나올 때가 있다. 분명 그림은 풍경을 모방한 재현물인데, 풍경이 그림 같다니. 언제부터 이런 모순된 표현을 쓰게 된 걸까. 영국에서는 이런 표현을 18세기 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영국인들은 한 폭의 풍경화를 닮은 정원을 만들고 이를 '풍경식 정원(Landscape Garden)'이라 이름 붙였다.영국의 풍경식 정원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에 가까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특징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인디음악은 사전적인 설명으로 '기존의 상업적인 대중음악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음악을 만들고 유포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거대 자본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음악(출처:우리말샘)' 이라는 정의처럼 다른 여러 가지 해석에서 공통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독립'이라는 단어다.영화 쪽에서 독립영화라 분류하는 판별법과 정신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보면 인디음악은 같은 맥락에서의 구분법이라 할 수 있겠다.따라서 락이나 포크, 발라드, 재즈, R&B, 소울 등의 대중적인 음악뿐 아니라 클래식이나 국악 등 모든 장르에서도 음악을 지속하고 창작을 이
오래 전 '검은 고양이 네로'라는 노래가 경쾌한 리듬과 흥겨운 노랫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적이 있었다. 검은고양이의 이름 '네로'는 이태리어로 검정색(nero)을 뜻한다고 한다. 대체로 검정색은 어두움, 불길함, 침묵, 공포감 나아가 죽음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 중후함, 세련미, 도회적, 고급스러움을 지닌 색채로 인식하기도 한다.한자문화권에서 검정색은 흰색과 마찬가지로 색깔이 없다는 뜻의 무채색으로 분류한다. 흥미로운 것은 색채학에 따르면 가장 어두운 검정색과 가장 밝은 흰색을 밝기에 따라 0에서 10까지의 1
미국 시카고 출신의 예술가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 1973)는 '부동산 예술'로 유명하다. '부동산 예술'이란 한마디로 건축 재생 프로젝트를 말한다. 게이츠는 오랜 시간 폐허로 방치된 건물을 사들이고 이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낙후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사실 예술을 매개로 건축물을 재활용해 지역의 삶과 질을 개선한 사례는 이미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화력 발전소를, 미국 뉴욕의 디아비콘 미술관은 인쇄 공장을
2023년은 한국과 독일이 외교관계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해다. 1963년 당시 서독에 한인 광부 및 간호사를 파견하는 등 서로 긴밀하고 끈끈한 동반자로서 발전해 왔다. 한국과 독일은 분단을 겪은 시절을 공통분모로 역사적 유대감을 지니고 있다.양국은 수교 이례 국가적, 사회적, 문화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호 작용하며 서로 신뢰하고 교류하고 있다. 특히나 올해는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취지의 행사들이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돌아오는 8월에 독일에서 열리는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음악회 및 파독 광부 및 간호사 60
'바람은 지동(地動)치듯 불고 궂인 비는 붓듯이 온다. 눈 정(情)에 거룬님을 오늘 밤 서로 만나자 허고 판첩쳐서 맹서 받았더니 이 풍우 중에 제 어이오리. 진실로 오기곳 오량이면 연분(緣分)인가 하노라.'이 노래는 폭우가 내리는 날, 님을 기다리며 가곡 우락선율에 얹어 부르며 연심을 표현한 곡이다. 이 아름다운 노래를 '가곡(歌曲)'이라 하는데, 몇 년 전 서양 성악 전공자로부터 '전통음악에서 왜 가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참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이렇게 '가곡'이 '서양음악어법으로 만들어지고 서양
일전에 거리를 지나다 이곳 대전에 새로운 미술관건립을 경축하는 커다란 현수막을 봤다. 그렇게 경축할 만한 일인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술계에 종사하는 자로서 반기기는커녕 고개를 갸웃거리다니 스스로도 의아했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이 있지 않은가. 새로운 미술관 건립을 마냥 반가워할 일이 아닌 것은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외진 곳에 위치해 방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대다수 해외유수의 미술관들은 어떠한가. 필자가 보기에 거의 모든 해외미술관들은 도심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낡고 오래돼 제 기능을 잃은 건축물의 역사성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대전시에는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이 산재해 있다. 대표적으로 옛 충남도청사와 대전부청사, 그리고 소제동 일대 철도청관사촌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장소들은 수 년에 걸쳐 보존과 철거의 기로에서 진통을 겪어 왔다. 근대 문화유산이면서도, 동시에 청산해야 할 일제 식민의 잔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와 같은 공간을 두고 실리를 취하려는 개발 논리 또한 팽배하다. 이처럼 복잡한 층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20세기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컨트리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