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사무실 월간 계획표는 현장조사 일정으로 가득 찬다. 갯벌로, 배를 타고 바다로, 다이빙 장비를 메고 바다 속으로 생태보전연구실의 해양생물 조사가 시작된다. 지난달 선박조사 당시 보이지 않는 수심 30m 바닥에서 생활하는 생물을 채집하기 위한 반빈그랩이 크레인에 매달려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랩에 갇혀 올라온 진흙과 모래를 체에 걸러내자, 가시닻해삼, 아기반투명조개, 거미불가사리류, 버들갯지렁이류 등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이름조차 생소한 바닷 속 생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빛도 비치지 않는 0
대부분의 사람들은 갯지렁이를 낚시용 미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갯지렁이가 최근 갯벌의 이용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목을 끌고 있다. 도대체 갯벌과 갯지렁이들에게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갯지렁이는 현재 지구상에 알려져 있는 16,000여 종의 환형동물 중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육상 지렁이와 거머리 등이 있다. 사는 곳은 연안의 조간대에서 외해의 심해저까지 거의 모든 해역에서 출현하고, 특히 갯벌지역에서 매우 높은 서식밀도를 나타내며 게류, 새우류, 고둥류 등과 함께 갯벌 환
최근 미국 북서부 해안가에서는 떠내려 온 해양 파편들(marine debris)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이들 대부분은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토호쿠지방 태평양해역지진) 쓰나미에 휩쓸려 생겨난 것들로, 일본에서부터 태평양 반대쪽까지 7천여 킬로미터를 무려 8년에 걸쳐 이동해왔다. 현재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은 쓰레기에 탑승해 신대륙에 막 도착한 승객들, 바로 히치하이커(무임승차자) 생물들이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은 기존 주민들과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어쩌면 동네 전체의 모습을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자는 산호의 생태 연구를 진행하는 도중 관찰 지역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관찰 지역의 산호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는 기상관측 이래 111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더위로 인해 6-8월 수심 20m까지 고수온 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황폐하게 바위만 남은 바다 속에서 얼마나 망연자실 했는지 모른다. 산호는 지구에서 가장 생산적이며 경제적으로 가치가 큰 생태계를 만든다. 해양생물의 4분의 1이 산호초에 서식하고, 산호초에 기대어 생계수단을 이어가는 인구는 전 세계에 5억명 이상이며 8억 5000만
최근 계속되는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치로 그간 당연하게 마시던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우리가 눈을 돌리면 늘 있던 갯벌 등 해양환경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먹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며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2016년 무안갯벌을 대상으로 갯벌생태계가 주는 서비스의 가치를 조사한 적이 있다.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s)는 인간이 생태계를 통해 얻는 선물과 혜택을 말한다. 생태계서비스는 그 역할에 따라 △다양한 먹거리와 생활에 필요한 원료
2017년 7월 충남 보령에서 국제적멸종위기종이자 보호대상해양생물인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 익사한 채 발견됐다. 대표적 장수동물인 바다거북이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은 매우 안타까웠지만 연구자에게는 매우 희귀한 표본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해 여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연구 중 하나로 수행된 부검결과는 연구진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폐사한 바다거북의 전반적인 건강과 영양 상태는 양호하였으나 소화 장기 속에서는 한국과 중국에서 버려진 비닐류의 쓰레기들이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해양생물에 대한 인간의 직접
인간과 해양이 주고받는 영향에 대해 물어본다면 산소공급, 식량원, 해상교통, 레저, 쓰나미(tsunami), 쓰레기 등 누구나 몇 가지씩은 답할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 인간과 해양이 주고받는 영향이 아니라 '나'와 해양이 주고받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코스타리가 해안에서 구조된 바다거북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했던 바로 '내'가 그 문제의 제공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