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진보 ETRI 기술전략연구센터장
심진보 ETRI 기술전략연구센터장

우리나라의 중·고등 교육과정에서는 산업혁명을 한 차례만 다룬다. 바로 영국에서 시작됐던 제1차 산업혁명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기까지 산업혁명은 이미 세 차례 발생했었고, 그 가운데 제1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거대한 파급력을 가졌던 두 번째 산업혁명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필자는 20세기 이후의 세계경제 구도를 결정짓는 대격변이었던 제2차 산업혁명의 전개과정과 교훈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2차 산업혁명은 187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약 50-60년의 기간 동안 발생한 격변이었다. 제1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류 산업의 중심이 농업으로부터 공업으로 변화했다면, 제2차 산업혁명은 한 마디로 공업을 크게 진흥시켜 진정한 의미의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던 혁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진행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철도와 증기선에 기반한 교통의 발달은 산업혁신의 지리적 범위를 빠르게 확장시켰고, 이로 인해 새로운 산업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1876년 알렉산더 벨이 전화를 발명하고 1896년에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무선전신을 발명했으며 1918년에는 에드윈 암스트롱이 FM 라디오 특허를 출원하는 등 일련의 통신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정보의 교환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게 됐다.

또한 19세기 후반부터 많은 발명가들이 증기기관 같은 외연기관에 비해 열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내연기관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대표적으로 독일의 고틀리프 다임러가 1883년에 가솔린 내연기관을 발명했다. 칼 벤츠가 1885년에 바퀴가 3개 달린 최초의 가솔린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했으며, 루돌프 디젤이 1897년에 최초의 실용적인 디젤기관을 발명했다. 이 같은 내연기관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핵심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을 대신해서 석유의 활용도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석유산업이 발전하게 됐고, 이러한 혁신을 기반으로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1903년에 가벼운 가솔린기관을 탑재한 인류 최초의 유인동력 비행기인 '플라이어 1호'를 내놓게 된다.

이런 혁신과 더불어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에 백열등을 발명함으로써 인류는 '전기의 시대'에 진입했고, 니콜라 테슬라가 1888년에 교류유도전동기를 발명하는 등 전기의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인류는 제1차 산업혁명 시대의 에너지원인 증기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손에 넣게 됐다.

이 밖에 강철의 대량생산, 인공염료의 발전,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등장 같은 제조업 혁신이 이뤄졌고, 보다 효율적인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가진 이점을 극대화하는 형태인 '대기업' 시스템이 등장했다. 이후 '공학(Engineering)'이 대두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추동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제2차 산업혁명 시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의 역사 말고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제2차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산업국들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제국주의 국가로 거듭났지만, 그렇지 못했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은 이러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국가로 전락했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즉, 제2차 산업혁명은 제국주의 시대와 연결돼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 국가들의 명운을 결정지었던 대격변이었다는 말이다.

또한 이런 제국주의 시대의 경제질서가 놀랍게도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경제의 구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제2차 산업혁명의 역사적 중요성은 배가 된다.

결국 산업혁명이라는 대격변을 선도하거나,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는 정치적이건 경제적이건 선도국가에 종속돼 자주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 운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격변의 시대를 대하는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들의 자세여야 할 것이다.

심진보 ETRI 기술전략연구센터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