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돌 한글날 기념행사를 지난주가 되어서야 마무리하였다. 나름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올해 한글날 행사는 이전과는 다르게 진행해보자는 의지에서 출발했다. 그 이유로 꽤 일이 커지면서 한글날 행사만 3개월에 걸쳐 이루어졌다. 대전시청과 함께 시민들의 체험을 위주로 한 행사, 그리고 한글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안 공모전을 진행하였는데, 사실 이 공모전의 의미는 남달랐다. 한글을 주제로 한 공모전은 지난해도 진행하였으나, 큰 관심을 얻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않은 채 마무리되었다. 공모전이라는 행사의 큰 벽을 실감하고, 201
지난 이야기에선 우리 주변에 즐비한 간판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언어 실태는 간판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상품들의 이름에도 우리말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한 과일 주스는 자연에서 따옴을 강조하여 그 이름도 '따옴'으로 지어 신선함을 내세웠다. 소비자가 과일 주스에서 선호하는 점을 잘 반영하여 이름 지은 경우라 할 수 있다. 또, 어느 호두 맛 아이스크림 광고에서는 호두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모습으로 구성하며, 호두 맛의 정상을 의미하는 '호두마루'라는 이름을 짓기도 했다. 여기에
이맘때쯤이면 주변에 보이는 우리말들을 되새겨보곤 한다. 573돌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우리 주변에 놓인 말과 글의 모습을 보니 여전히 고민을 지울 수 없게 한다.얼마 전 본래 외래어로 표기하던 것을 한글로 고쳐 표기한 간판을 보고서, 대전에도 이런 바람직한(?) 가게가 있다며 감탄했던 날이 있었다. 인사동은 외국인들의 방문이 많음에도 그들이 읽기 힘든 한글 간판으로 바꾸었는데, 이는 오히려 한국의 특색을 더한 명소로 거듭났다. 요즘 건물에 걸린 간판들을 보면 어느 정도 인사동과 같은 정비를 고려해볼 필요가 느껴진다. 이제는 너무 다양
지난 일요일에는 꽤 선선해진 날씨에 갑천변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시원한 공기가 몸을 감싸자 감춰져 있던 가을 정취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모습이 꽤 즐거워 보였다.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디디고 있던 순간, 자전거를 타던 한 사람이 내 팔을 툭 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는 땅에 떨어져 화면이 깨졌고, 그와 동시에 내가 걷는 곳이 자전거용 길이었나 확인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다가와서 건네는 첫 말이 "죄송합니다. 핸드폰 보험은 가입돼 있으신가요?"
최근 우리나라에는 일본 경제보복에 대항하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뜨겁게 전파되고 있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각 연령층이 소비하는 물품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점검하고 그 제품에 대하여 재고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일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사용금지를 장려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곳에서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을 외치면서 정작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시나브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본말에 대해서는 관대한 듯하다.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에서는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으라고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느껴지는 요즘, 이곳저곳에서 여름휴가 계획이 들려온다. 필자 역시 최근 바쁜 일들을 마무리하고 나니 나무 그늘이 아래에서 물놀이가 하고 싶어졌다. 더 바쁜 일이 밀려오기 전에 지인 몇 명을 강제로 동원하여 근처 계곡으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의 시작은 장보기부터라 했던가.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더하는데, 한 친구가 비빔면 말고 '네넴띤'으로 사란다. 비빔면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제품 출시 35주년을 기념하여 이른바 '야민정음'을 활용하여 한정판으로 내놓았단다. 필자는 언어유희에 꽤 관대한 입장이다. 지인들에게
지난 16일은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들이 뜬눈으로 밤을 보냈을 것이다. 20세 이하 남자 월드컵 결승전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펼쳐졌다.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하며 우승을 바라보는 이들의 열정에 늦은 밤에도 공기는 뜨거웠다. 대전에서도 중앙로 길거리 응원을 비롯해 대형 TV가 있는 음식점은 예약을 받을 정도로 젊은 태극전사들을 힘 모아 응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운동 경기의 중계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노라면 또 하나의 고민이 밀려온다. 어느 방송사의 중계가 현지의 상황을 잘 전달해 줄 수 있을지 선택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말 이야기' 초기에 공공언어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두고 정부와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현실적인 공공언어의 개선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글을 실은 적이 있다. 그 관심이 여러 노력으로 꾸준하게 이어졌고, 지난 17일에는 한국공공언어학회가 2018년 창립 이후 첫 학술대회를 열었다. 국립국어원의 소강춘 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세균 의원 등 공공언어에 관심을 둔 전국의 기관과 전문가가 참석하여 긴 시간 동안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론의 장에서는 공공언어 진단 기준인 정확성과 소통성에 대한 이야기로 집중되었다. 공공언어 진단은 2
지난 주말에는 사촌의 결혼을 핑계 삼아 서울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여의도 공원을 거닐며 도심 속에서 이렇게 트인 곳을 즐길 수 있으니 서울 사람들이 내심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높게 솟아 있는 아파트들을 보고 나니 부러운 마음은 불식 간에 사라지고 없었다.10여 년 전 인천에서 대전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눈여겨봤던 것 중 하나는 아파트 이름이었다. 대전 지역의 아파트 이름은 대개 정겨웠다. 서구 일대의 '상록수', '목련', '무궁화', '둥지'와 같은 이름의 아파트들이 이전에 살던 곳의 '현대', '풍림', '범양'
며칠 전, 학생들의 비평문을 첨삭하면서 재미있는 표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그 당시에 신조어들을 잘 모아두면, 언젠가는 사진첩처럼 그 시대를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 신어(신조어)는 근래에 들어 그 조어 현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비단 최근의 것만은 아니다. 이전에도 그 당시의 사회·문화를 엿볼 수 있는 여러 어휘가 등장하곤 했다. 1962년 즈음에는 '미스터 마가린'이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한다. '수목(樹木)처럼 산뜻하고 멋있는 신사'라는 뜻이라 한다(경향신문 1962년 7월 13일 자). 아마도 마가린은 버터와
봄이 다가왔다. 아직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고, 꽃내음보다는 미세먼지가 코끝을 간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일렁이는 계절이다. 개인적으로 글쓰기에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단연코 봄이다. 그리고 완연한 봄보다는 봄을 막 느낄 수 있는 지금 정도의 시기가 딱 좋다. 추웠던 기억과 따뜻한 지금을 아울러 느낄 수 있음은 봄의 환희를 더욱 진하게 가져다준다. 그런 봄이 얼마 전부터는 그리 달갑지 않게 되었다. 이맘때면 과제로 인한 압박이 밀려온다. 봄을 음미하며 글을 적어낼 겨를 없이 학생들의 글쓰기 과제를 검
우리 한식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맛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비빔밥, 불고기, 삼계탕과 같은 음식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필수로 맛보려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식을 맛본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서 한식당을 찾아 들어가면 당황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차림표에 적혀있는 음식 이름들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서울의 명동이나 인사동을 비롯한 유명한 관광 지역에서는 그 이름의 표기가 대부분 잘 되어 있지만, 그 외에는 차림표만으로는 음식에 대한 정보가 친절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지인이 운영하던 커피숍을 새롭게 단장하였다기에 축하할 겸 방문하였다. 잘 차려진 가게 모습을 구경하다 보니 분위기뿐만 아닌 이름까지'가배'라고 바꾼 것을 보고 참 방송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배'는 '커피'를 비슷한 소리가 나는 그대로 바꾸어 사용한 것이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한 드라마에서 '가배'라는 말이 더 알려지면서 이제 '가배'라는 말을 사용한 커피숍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조금은 낯선 우리말은 외국인들이 더 관심을 두고 사용하는 듯하다. 우리말과 문화와 관
얼마 전 한 대학의 국어 동아리가 조사한'인터넷 용어 사용 실태'라는 조사보고서를 검토해줬다. 인터넷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 중 사용빈도가 높은 몇 개의 어휘를 선정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읽고 어떠한 뜻으로 사용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던 조사였다. 그 조사를 위한 어휘를 가만히 보자니 정말 기이하게 음소문자의 특징을 활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롬곡옾눞'이라는 말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정상적으로 읽는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음절 단위로 읽어 의미를 파악한다. 그러나 이 말은 일반적인 접근으로 바라보면 의미를 알아내기
2019년 황금돼지띠 새해가 밝았다. 2018년은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한 해였다. 2018년 새해 첫머리부터 묵혀왔던 일이 깔끔히 해결되더니, 연말까지 차근차근 일들이 풀리는 순조로운 한 해를 보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느 해보다 슬픈 일이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소중한 분을 떠나보내는 일이 많았다. 아직도 슬픈 마음으로 새해를 보내고 있을 남은 가족들에게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고, 조용히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주변을 보면 새해 인사를 전하는 방식이 나날이 다양해지는 것을 느낀다. 필자는 대상에 따라 다르
연말연시 인사가 오가고 있다. 집안 어르신 잔치가 있어 부산에 다녀왔는데 가는 길마다 성탄절 분위기와 함께 연말을 준비하는 모습이 한창이었다.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 광고를 들여다보고 있어도 그 안에서도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괜히 허전한 마음에 약속을 잡을까 전화기를 들었지만, 눈앞에 밀려 있는 일들을 보고선 바로 전화기 화면을 닫았다. 대신 올해 실었던 글들을 다시 새겨보기로 했다. 지난 글들을 보니 아무리 칼럼이라 하지만 너무 건조하고 힘을 주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가뜩이나 입장이 다분한 우리말 사
최근 연이은 부고에 지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사람과의 거리에 상관없이 부고는 늘 그 사람과의 기억을 정리하게 만든다. 그리고 상을 치르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기도한다. 친구의 어머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시는 일이 있었고, 석사 논문을 지도해주시던 은사님의 어머님이 하늘의 부름을 받아 가셨다. 두 분 모두 평안하시길 바라며, 이 글은 장례에 관한 표현 몇 가지를 두고 써 내려가고자 한다.아직도 '부음(訃音)'이라는 용어는 '부고(訃告)'와 함께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이는 일본식 장례 용어가 남아 있어
이제는 두꺼운 겉옷을 챙겨 입어야 하는 날씨가 되고, 한 해 끝이 다가오니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 오는 일이 늘었다. 건강을 묻는가 했던 친구의 연락은 결국 올해가 가기 전 모여서 한 잔 기울이자는 이야기로 흐른다. 아이도 한창 자랄 때인데 연말 모임이 다 무엇이냐고 장난스럽게 핀잔을 했더니 이미 '처가댁'에서 아이들을 봐주기로 했단다. 그러면서 '미리 예약'해야 하니 '12월 달' 초에 다시 물어보겠단다. 간단히 대답하고 다음 칼럼에는 '겹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바로 그 친구의 말을 기록해두었다. 겹말이란 같은 의미를
서대전역을 나오면 '토속함바식당'이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다. 이 식당을 발견했을 때 어떤 음식을 팔면 함바식당에 토속이라는 말을 붙여 쓸 수 있을까 매우 궁금했다. 대전만의 색을 더한 '함바집'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차림표를 확인하진 않았지만,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여느 함바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글날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곳이라 씁쓸함은 더 깊게 남는다.함바는 일본어 '飯場(はんば)'에서 온 말로 본래 뜻대로라면 식당을 일컫는다. 그러나 우리가 별생각 없이 말하는 함바집은 일제강점기 당시 건설현장에
다음 주 한가위를 앞두고 여러 곳에서 명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느 사람들이 명절을 준비하느라 바쁜 시기에 필자는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다가오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 준비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이번 한글날에는 대전 시청과 함께 대전 시민들의 한글 사랑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꾀하고 있다. 올해로 한글날은 572돌을 맞이한다. 처음 '가갸날'로 시작한 '한글날'은 10월 9일로 한글날이 정해지기까지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가갸날이 처음 만들어지고 기념한 날은 1926년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