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오픈소스센터장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오픈소스센터장

올해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인터넷에 연결한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1982년 5월 15일, 전길남 박사의 주도 하에 지금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전신이었던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가 TCP/IP를 이용한 SDN을 통해 연결했고 이것이 우리나라 인터넷의 시초가 됐다. 4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전체의 98%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명실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터넷 사용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면서, 첨단 인터넷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는 나라다. 특히 2019년 기준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이르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천리안, 하이텔 등의 PC 통신을 통해서 인터넷 보급이 시작됐으며 1994년 한국통신, 데이콤, 아이네트가 최초의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며 4년 만에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천만 명에 이르는 고속성장을 했다.

이후 인터넷은 모바일로 확장되며 스마트폰 시대를 맞는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은 기존 이동통신서비스 시장 구조를 혁신하며 인터넷 서비스의 중심이 이동통신서비스로 옮겨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8년 개방형 모바일OS인 안드로이드의 등장은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삼성, 하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주기도 했으며, 지금은 전 세계 모바일OS 점유율 80%을 넘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픈소스 기반의 모바일 운영체제가 됐다.

인터넷 기업의 관점에서 인터넷은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했는데 SW유통 시장이 기존 패키지SW 방식에서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방식으로의 대 전환이 이뤄졌다. 인터넷으로 모두 연결된 상황에서의 서비스 제공은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발전을 요구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 열쇠가 된 것이다. 이제 인터넷 상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클라우드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대표적인 클라우드 기업이다.

이제는 통신사, 제조사, 솔루션사를 포함한 모든 기업들이 클라우드 생태계 내에서 경쟁하는 시대에 와 있다.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은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으며, 딥러닝과 같은 학습 기술의 발전은 AI 기술을 새롭게 발전시키며 인터넷을 또 한 번 혁신하고 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블루칩으로 등장했다. 인터넷과 AI 기술 접목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지털 대전환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이 자유로운 정보 생성과 유통을 통해 사람들을 모두 연결시킨 반면, 최근 가짜뉴스의 배포, 개인정보유출, 해킹 등 새로운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AI로 고도화되는 인터넷은 어느 순간 인간의 통제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뢰성과 도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러한 문제들 때문에 데이터의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탈중앙화 인터넷 개념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될수록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갈등도 발생될 수 있다. 이제는 인터넷이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술패권 경쟁을 위한 대상을 넘어 인간의 삶이 투영되는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며, 개인, 사회, 산업, 공공 분야의 다차원적인 수요를 해결 할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인터넷의 발전과 디지털 대전환을 바라보는 시각이 돼야 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 4월 말 전 세계 61개 국가와 함께 '인터넷의 미래를 위한 선언'에 동참했다. 이 선언문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권을 보호하고 프라이버시와 포용을 존중하며 경쟁을 장려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이 선언에 함께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승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오픈소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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