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사회 속 수많은 폐해나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ICT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일상생활이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기도 하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윤리적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대 간 디지털 숙련도 격차가 OECD 내에서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연령별 디지털 정보 격차를 살펴보더라도 20
올해 상반기 비수도권 대학의 큰 화두였던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15곳이 20일 오전에 발표됐다. 대학별로 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지원받게 되는 이 사업에서 대전·대구·세종·제주 지역은 예비지정에 한 곳도 선정되지 못했고, 강원과 경북은 각각 3곳으로 가장 많이 뽑혔다. '글로컬대학30'은 2026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지방대(Global+Local, 글로컬) 30곳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파격적인 규제 혁신을 하는 대학을 선정해 타 중앙 부처와 광역시도의 추가 투자도 이뤄진다.'글로컬대학30'은 신청이 가능한 비수도
말씀 중에 죄송한데// 여기저기 방송에서/ MZMZ 하시는데// 그거 MZ 아닙니다/ 그냥 미친 새낍니다.-이환천, 「MZ세대」 전문인용한 글은 '문학살롱'이라는 페이스북을 운영하며 그곳에 시를 발표해서 SNS 시인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환천의 시이다. 시인이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그냥 미친 ××'와 'MZ세대'는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와 다양한 매체들은 그들을 기괴한 별종으로 무책임하게 정의하거나 과장되게 묘사하고는 한다.물론 과거에도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의 시각이나 태도는 늘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쯧쯧
'농가월령가'라는 노래가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농사와 세시 풍속, 행사, 제철 음식 등을 월별로 정리하여 일러 둔 노래로, 농민들이 아니라 조선 헌종 때의 실학자 정학유가 농민들에게 농업 기술과 예절 등을 가르치며 농사일을 권면할 요량으로 지었다고 한다.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던 농민들에게 그 노래가 정말 필요했을 지는 의문이지만, 후대의 우리는 덕분에 당시 풍속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월령이란 요즘 말로 하자면 월별 스케줄이다. 내가 일하는 치과계를 훗날 후손들이 돌아본다면, 치과계의 6월령은 구강보건의 날이 으뜸이었
대학 여기저기에서 학생이 부족하다고 난리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정원 미달률이 최대 90%에 달한 대학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20개 이상 대학에서 20% 이상의 정원 미달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대다수가 지방대학이다. 지방거점국립대의 경우는 상황이 다소 괜찮은 편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점차 입학생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고민이 심심찮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입시 전문회사에서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1, 2등급뿐 아니라 3, 4등급의 학생들도 지방보다는 수도권 대학 진학을 더 원하고 있다고 한다.정원 미달 문제는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다 보니 학기 기준으로 시간의 변화를 느낀다. 방학을 하면 기분이 좋고, 개강 시기가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미뤄놓은 숙제를 받아드는 느낌이다. 지금 대학은 과제의 시즌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이 시기에 많은 교수들이 과제를 내준다. 그런데 최근 대학에서 과거와 다른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과제를 내주는 교수들이 ChatGPT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것이다. ChatGPT는 올 초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다. ChatGPT는 이용자가 질문하는 사항에 대해 기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 5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육친의 정을 나누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래서 5월은 고맙고 행복한 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5월이 가정의 달이어서 오히려 더 슬프고 아픈 곳이 있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됐던 끔찍한 만행으로 인해 가족들을 잃은, 그래서 5월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제사를 지내는 곳, 바로 광주(光州)이다.그 길은 모든 시간을 길이로 나타낼 수 있다는 듯이/ 직선이다./ 그리고 그 길은, 그 길이/ 마지
날이 급격히 더워져 곧 여름인가 싶다. 여름이면 우리 가족은 늘 몽산포에 갔다. 몽산포 해수욕장은 모래밭이 아주 넓고 깨끗했다. 수심도 얕고 완만해서, 썰물에는 바다쪽으로 한참 걸어 들어가도 아홉 살 아이의 가슴께 밖에 물이 차지 않았다. 너른 갯벌에는 자그마한 게며 소라며 조개가 가득하니 어린아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기 참 좋은 곳이었다.게다가 큰할아버지 댁이 근처에 있어, 초등학교 다닐 동안은 매년 몽산포를 찾았다. 지금 생각하니 매해 내색 않고 반겨 주신 큰할머니와 당숙모에 참 감사한 마음이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에서 호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학교폭력 피해를 숨기고 살아가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고백하고, 가해자들이 잇달아 공개적으로 사과에 나서고 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한층 더해지고 있다. 이상의 일련의 사건들은 대중들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며,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점차 높이는 촉매제 역할로 작용했다. 학교폭력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행복한 공간이어야 할 학교를 지옥으로 바꿔 버린다.얼마 전 교육과학연구 학술지 2022년 1
2023년 4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첫 일정은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이었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약 25억 달러(약 3조 337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넷플릭스가 한국을 진출한 이후 국내에 투자한 총 금액의 약 2배가 되는 규모라고 한다. 엄청난 성과고,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 능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경제 불항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음에도 국내 콘텐츠 산업은
"그런데 왜놈들이 판치는 세상에/ 어느날 갑자기/ 둘째 딸 남이가 없어졌어…/ 왜놈들이 열다섯 살 남이를/ 잡아간 게야…// 개 끌려가듯/ 잡혀간 남이는/ 엄니를 부르며 울부짖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여자 몸으로…// 남이가 왜놈에게 끌려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엄니는/ 그만 기절하여/ 진동마을 뒷동산/ 뻐꾹새로 남아/ 뻐꾹 뻐꾹 울다가/ 메아리가 되었지.// 동네 사람들도/ 나라 사람들도/ 어쩔 수 없었어…"- 안상교, 「남이의 불행 시작」 중에서(『정신대 아리랑』, 한민족, 1997)인용한 시는 '왜놈들이 판치'던 때
나는 SF소설을 써본 적이 있다.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학교 다닐 때 교양과목의 과제물로 낸 것이라 어설프기가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그 숙제를 하기 위해 학기 내내 도서관에서 열심히 SF소설을 빌려 읽다가 재미를 붙여 꾸준히 읽게 됐으니, 교수님의 빅픽처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내가 수강했던 과목은 일종의 교양 물리학이다. 전공기초과목으로 물리와 화학을 다 배우는 학생인데도, 쿼크라든가 네뷸라 같은 물리용어는 그때 처음 배웠다. 사실 물리를 재밌게 여겨 찾아 듣는 학생은
최근 다소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대학생 10명 중 7명이 실질적으로 구직을 단념한 상태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의 재학생 및 수료·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5.8%의 학생들이 의례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거나, 아예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49.5%의 학생들이 그 이유로 자신의 역량이나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사를 보며 문득 대학교육이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대학교육 문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갓난 아기 때 말을 하지 못해도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칭얼거리는 모습이나, 커서 자아를 갖게 되면 본인의 주장이 강해지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간의 본성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이 생겼고,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해 언론이 탄생했다.언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개인이 말이나 글로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을 말하며,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돼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표현한다는 측면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거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되리니"한국인의 애송시 중 하나이기도 한 위의 시는 '러시아의 국민 시인', '근대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라는 영예로운 평가를 받는 푸시킨(Aleksandr Sergeyevich Pushkin, 1799-1837)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일부이다. 이 시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어로 중역되어 소개된 이후 오랫동안 한국인의 애
꽃샘추위가 위세를 떨치는 것을 보니 머잖아 여름 같은 봄이 시작될 기미다. 하루의 대부분을 진료실에서 보내는 내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은, 알록달록한 봄꽃보다는 철마다 찾아드는 온갖 문서수발이다. 의무교육보고서 제출을 독려하면 연말이구나, 신설된 방사선교육을 들으라고 안내공문이 오니 3월이구나 하는 셈법이다. 조금 삭막하지만 내 현실이다.매년 슬금슬금 늘어나는 의무교육과 각종 서류를 처리하다 보면, 내가 언제 공무원으로 취직했나 싶다. 본업에 열중해도 모자란 때에, 실효성이 의문인 문서들이 시간을 뺏으니 허탈하기도 하다.
지역 소멸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9개의 지역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소멸우려 지역 또한 무려 50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에는 수도권 지역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특히 심각한 것은 청년 인구의 유출이다. 2-30대 청년 인구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구층이다. 우리 지역 역시 모든 권역에서 2-30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그나마 젊은 도시로 평가 받던 세종시 역시 지난해 6월부터 청년층이 감소해 10만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인용한 시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김초혜 시인의 연작시 중 첫 번째 작품인 '어머니1'('어머니', 한국문학사, 1988) 전문이다. 시인의 표현처럼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어찌 보면 참 모순적이고 부당하다. '한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고도 아픈 받고도 모자란', 그런 처지가
아버지의 소파 위에는 방망이 한 벌이 있다. 할머니께서 오래도록 쓰시던 다듬이질 방망이다. 내가 중학일 때 국어교과서에는 '방망이 깎던 노인'이라는 수필이 실려 있었다. 또래 친구들은 이 방망이의 용도를 잘 몰랐지만, 나는 할머니께서 풀 먹인 빨랫감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리드미컬하게 두드리시는 것을 자주 봤고, 때로는 돕는다며 직접 방망이를 직접 쥐어 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 수필을 읽을 때면 조금 우쭐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윤오영 선생님이 글을 발표한 것이 1976년이고, 그때부터 40년 전 일을 회상하며 쓰셨다
얼마 전, 우리 대학 세계시민교육 미래인재 양성사업단에서 국내 유명 외국인들을 초빙해 '타자의 입을 통해 듣는 우리 이야기'라는 주제로 세계시민교육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행사에서 우리가 외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러시아 출신의 강연자는 러시아인들이 언제나 보드카를 마신다거나, 러시아에 길거리에는 곰이 돌아다닌다는 등의 편견이 근거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네팔 출신의 강연자는 네팔 사람 중 부자만이 한국으로 유학 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