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0`은 인도인들에 의해 그 개념이 정립됐다.인도인들에 의해 발명된 아라비아 수는 인도가 아닌 아랍인들에 의해 서구에 전해졌고 그것이 오늘날 아라비아 숫자란 이름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전파된 것이다.13세기 징기스칸의 몽고 제국은 가까이는 중국과 한반도, 멀리는 유럽의 심장부까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그야말로 피침인들의 입장에선 악마의 도래였다. 몽고인들은 침략의 과정에서 순순히 굴복하거나 협조하는 왕조와 민족에겐 자비를 베풀어 몽고의 지배 하에 명맥을 유지하게 만들었지만 저항하는 자들에겐 가차 없는 인종청소를
한 방울의 작은 물방울이 하나하나 모이고 모이면 옹달샘이 되고 강물이 되고 거대한 바다가 된다. 거대함은 이렇게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난달 23일은 로타리 창설 117주년이 되는 날이다.로타리는 20세기 초 한 사람의 젊은 변호사 폴 P. 해리스에 의해 1905년 2월 23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 창설돼 올해 창설 117년을 맞는 세계 최고의 국제봉사기구다.폴 해리스는 변호사가 돼 미국의 제2의 대도시인 시카고로 갔으나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시골 작은 마을에서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정취를 진하게 느끼며
"내가 80이 넘었습니다.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수술은 안 합니다."함께 온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이 분명하고, 의사인 나도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위암 진단 후 절제 가능한 암으로 판단돼 수술을 권유하던 차다. 차분히 수술 준비를 하고, 절제를 하면 의학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 환자가 고집을 부린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위험도가 큰 수술이 아니라고 해도 수술 거부라는 입장은 확고하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하고 좀 더 생각을 해보시라고 한 뒤 다음 진료를 예약한다.수치를 말하지 않
새해 벽두 우리는 세계 3차 대전의 전조를 연상케 하는 대 사건을 맞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이상하리만큼 크나큰 전쟁의 전조는 대략 비슷하다.한국전쟁의 징후는 6.25전 몇 년전부터 감지됐다. 그러나 막 전쟁에서 벗어난 신 패권국 미국은 미국의 젊은이들을 다시금 낯선 땅의 제물로 바치고 싶지 않았나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였고 결국 북한과 소련의 오판으로 인한 전쟁을 한반도로 끌어들였다.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 넣은 세계 제2차대전. 이 역시 영국 수상 애틀리의 히틀러의 나치정권에 대한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다가온 시련에 허우적거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고통이 깊을수록 찾아오는 고독은 의지할 곳 없는 어둠 속으로 희망마저 이끌고 간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짐은 하지만 의지할 사람조차 없는 처지가 서러워 목이 멜 때 돌이킬 수도 없고 돌아설 수도 없는 막막한 공포에 몸부림쳤던 기억들이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힘들고 고독할수록 내가 뿌린 고독의 씨앗을 보듬어야 한다. 삶의 깊이와 고독의 무게가 어떠하든 미처 생각 못 했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인생을 넓게 돌아보고 자신만의 시간을
매년 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이다. 1999년 암 치료의 전문가들이 모여 암이라는 병이 21세기에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 질환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선언문을 준비하게 된다. 이러한 전문가의 노력은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의 수장들을 움직이게 하고, 2000년 2월 4일 `암 퇴치를 위한 파리선언문`을 발표한다. 이후 국제암연맹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참여하게 돼 암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넘어, 각국 정부와 일반 대중에 대한 암의 인식 제고 등에도 많은 발전과 기여를 하게 됐다.팬데믹 시대에 맞는 암의 날은 그저 조용하
2000년대 초반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설치된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예술이란 그 자체로 완결된 독립적 개체가 아니라 관람객의 개입과 더불어 상호작용하는 만남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얼마 전 대전에서 열리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살아있는 전망대` 전시를 찾아 그의 예술 세계를 말 그대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태양의 빛과 물, 바람과 안개, 이끼 등을 예술 작품의 경계 안으로 불러들이고 기하학과 건축, 수
1980년대 중반, 바다건너 먼 나라에서 충격적 뉴스들이 들려왔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했던 일본이, 미국의 심장과도 같은 뉴욕의 록펠러 센터와 콜럼비아 영화사를 사들이려 왔다는 소식이었다. 냉전 하 미국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던 한국인들에게는 믿지 못할, 아니 믿고 싶지 않은 뉴스였었다.일본은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나라다. 이 장인정신은 산업화(제조업)에 더할 나위없이 특화된 강점으로 작용했고, 워크맨으로부터 도요타 자동차까지 세계를 선도하였던 Made in Japan으로 불리우면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세
매일 아침 기도처럼 읊는 시가 있다. 조동화 선생의 `나 하나 꽃 피어`이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국제로터리 3680지구 총재의 소임을 맡고부터는 한 구절 한 구절이 더욱 가슴 속에 스며든다.국제로터리 3680지구 로터리안들에게 자원봉사, 직업봉사, 재능봉사, 사회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독려하고 참여하면서 내 자신이 그동안 생각 없이 행했던 이런저런 행동과 처신을 모두 아울러 살펴보게 됐다. 그늘진 이웃의 아픔을 가까이할수록 잃어버린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성찰의 시간이 되었고 내면의 깊은 공
◇암 단순한 병을 넘어서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암 혹은 암환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암을 치료하는 종양학을 전공한 의사로서 일반인 혹은 우리 사회가 암과 암환자에게서 느끼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의사로서 또 과학자로서 나는 암을 바라본다. 암은 병적인 상태이고, 따라서 없애거나 줄어들게 해야 할 존재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의 영역을 떠나면 암은 단순한 질병의 개념을 넘어서게 된다.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심리적 요소가 암의 의미에 투영된다.미국의 지성이며 문필가인 수전 손택은 실제
2021년 12월 31일 자정을 기점으로 신축년을 보내고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였다. 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를 보내라는 덕담을 나누고 SNS로 일출 장면을 공유하면서 다시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한다. 이래저래 달라진 세밑 풍경을 뒤로 하고 이제 출발하는 2022년을 어떤 자세로 보내야 할지 고민해본다. 시간이야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마련이라고들 하지만 인생이란 결코 물리적 시간을 축적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기에 얼마나 살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가 중요한 법이리라.그런 의미에서 과거에서 현재
죽지 않는 삶은 어떤 것일까? 아니 영원한 삶이 가능할 것인가? 종교에서 말하는 그런 고차원적인 접근이 아니다. 우리의 몸에 대한 이야기다. 영원히 늙지 않는, 불멸의 삶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죽지 않는 영생을 얻는다면 최소한 천국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유한한 자원 속에 무한한 인구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다. 하지만 가끔 우리의 몸 안에서 이런 불사의 성장이 계속되는 상황이 있다. 바로 암세포가 그렇다. 어떤 세포든지 기능과 목적이 있고, 때가 되면 반드시 사라지게 된다
예전에 서커스단에서 코끼리를 길들이던 방법 중 하나다. 일단 갓 들어온 어린 코끼리를 굵은 말뚝에 쇠사슬로 묶어 놓는다. 어린 게 처음에는 도망치려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코끼리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참 시간이 흘러 성체가 된 코끼리를 다 썩어 가는 나무 말뚝에 새끼줄로 묶어놓는다. 그럼 어떻게 될까? 그래도 코끼리는 도망가지 않는다. 다 큰 코끼리가 얼마나 큰 괴력을 발휘하는지 본 적이 있는가?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다. 초가집도 쉬이 무너뜨릴 수 있는 코끼리가 왜 힘없는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숨바꼭질의 기본은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감추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다섯 살 전후의 아동들의 숨바꼭질에는 이런 기본이 빠져있다. 거실창문의 커튼 뒤에서 차렷 자세로 숨죽인 채 숨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커튼의 길이가 무릎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아리와 발이 그대로 보인다. 그러다 술래가 자신을 찾아내면 깜짝 놀란다. 이렇게 완벽하게 숨었는데, 어떻게 찾아냈지? 아동들은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세상을 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안 보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안 보일
세계가 경탄하고 부러워하는 기업이 삼성이다. 이런 삼성을 유명한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해에 이어 21년도에도 세계 최고의 고용주 기업으로 선정하였다. 누구나 입사하길 희망 하는 선망의 일터라는 것이다. IBM, 구글, MS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참으로 장하고 기적 같은 일이다. 헌데 대한민국만은 삼성의 성과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어느 한쪽에서는 폄하하기도 하는 지경이다. 아마도 기업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몫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이 압축 성장하며 여려 형태의 부도덕하고 비
암이라는 글자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암이라는 말의 근원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기원전 그리스에서 암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카르시노스(karcinos)라고 기술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라틴어로는 캔크럼(cancrum)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암을 지칭하는 영어인 캔서(cancer)의 기원이 되었다. '게'라는 뜻이다. 여성의 유방에 생긴 암을 게로 묘사했다고 하는데, 딱딱한 덩어리가 꽉 달라붙어 제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암은 자신의 범위를 넘어서서 주변에 뿌리를 깊게 내리는 특징(전문가들
결혼 전에는 딸이 너무도 갖고 싶었다. 딸과 아빠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부럽고 행복해 보이던지 사실 딸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았다. 그게 내 로망이었다. 지금은 아들만 셋이다. 누군가는 이왕 난 김에 딸 하나 더 낳으면 된다는데 그러다 아들 넷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들이 셋 인건 다 이유가 있다. 딸이 없다는 게 여전히 아쉽긴 하지만 아들 셋도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다만 하나만 있으면 남부럽지 않게 입히고 먹일 텐데 셋이다 보니 그러질 못하는 게 미안할 따름이다. 형들 옷만 물려 입은 막내는 새
인생을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이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다. 공동연구 때문에 방학 동안 미국에 있는 대학에 한 달 머물렀던 적이 있다. 연구실과 숙소를 오가는 단순한 일상 중에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서 정류장에 나가는 것이었다. 한 번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막차를 놓치면 정말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운 좋게도, 미국 친구가 자기가 새 차를 뽑아서 예전에 타던 자동차가 놀고 있으니, 한 달 동안 그 차를 쓰라고 했다. 너무 오래된 차라서 문도 반
"땅이 더러우면 초목이 무성하지만,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 평범하지만 늘 인용되는 삶의 지혜가 함축된 말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때론 때 묻고 더러워짐도 수용하여야 하며 지나치게 깨끗함만 추구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처한 환경이나 입장, 조건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훈련이나 습성은 늘 필요하다.그런데 하루의 평안한 일상이나 아이티가 아닌 이 땅에서 숨 쉬고 살아갈 수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있다. 아이티 공화국은 서인도 제도에 있는 국가이다. 이 나라는 21세기 첨단의 세상인데도 조폭이
"당신은 위암에 걸렸습니다."환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아직 병의 진행 정도를 다 확인한 것이 아니고 지금은 치료방법이 좋아져서 예전 같지 않다"고 말을 해줘도 주눅 들고 실망한 얼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암이라는 이야기가 불치병처럼 그리고 절망이라는 단어와 동일시되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현재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완치가 가능한 암이 많아졌고, 장기 생존한 암환자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러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