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일 간 이어진 올해 장마는 기록적인 폭우와 산사태, 하천 범람과 제방 붕괴 등으로 곳곳에서 엄청난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가져왔다. 수십 명에 이르는 사망과 실종자, 수천 명의 이재민과 1조 원에 이른다는 재산 피해는 가히 '재난'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뿌리가 드러난 채 도로까지 밀려 내려온 굵은 나무들과 창도 벽도 허물어져 무너진 건물들, 완전히 잠겨버린 논밭과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는 온갖 물건들은 자연의 재앙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을 다시 한번 환기한다. 한국현대소설에서 이러한 자연 재난 앞에 선 인간을 그리는 대표적인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오래 온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원래 우리나라가 이렇게 비가 자주, 많이 오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번 장마는 1973년 이후 가장 긴 해로 기록됐다고 한다. 기상청은 장마철이 길어진 원인이 북극 고온현상과 블로킹으로 우리나라 주변 찬 공기 정체됐고, 이로 인해 따뜻하고 습한 공기인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고 일본 남쪽에 머무르면서 정체전선이 주로 제주도 남쪽 해상-남해안에 위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을 안다고 장마를 치료해 없앨 수는 없지만 일기예보와 대책을 강구하는 데는 도
유대인 탈무드에 '부자(富者)는 자식은 없고 상속자(相續者)만 있다'고 했다. 요즘 유명한 기업들이나 주변 일반 부자들의 상속권, 경영권 등의 재산 싸움의 기사를 보면서 탈무드의 글을 생각해 보았다.내용을 보면 돈이란 오랜 세월 동안 금과 은, 구리와 아연, 니켈, 알루미늄 등 금속으로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차가운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은 귀한 금전을 손에 움켜쥐어 거기에 따뜻한 온기를 넣어준다. 돈은 인생과 같아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은 돈은 돈이 아니라 헛된 욕망의 신기루일 뿐이다.부자들은 대부
국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최초로 발생한 1월 20일 이후 어느새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감염 누적 확진자 수는 이미 1만 4000명을 넘어섰으며, 3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언제쯤 이런 불안한 상황이 끝나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다. 어쩌면 당분간 코로나19의 완전한 극복이나 종식은 불가능하며, 앞으로 바이러스와 함께 공생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열리게 될지도 모르겠다.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큰 변화를 불러왔다. 코로나19 감염
1997년 개봉한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은 PC통신이란 새로운 문화를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을 형상화하고 있다. 영화에서 서로의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남녀 주인공은 천리안과 하이텔이라는 1세대 PC통신 사이트를 통해 접속하고 교류하고 연애까지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각각 자신의 이력과 삶을 공유하는 주변인이 있지만 그 관계에서 공허를 느낄 뿐이다. 오랜 친구와 함께 밥을 먹어도, 새로운 동료와 술을 먹고 밤늦은 거리를 걸어도, 그들 각자의 아픔은 토로되지도 위로받지도 못한다. 그들 내면의 아픔과 공허를 위로하고 채우는 것은
약 25년 전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되고 종합병원에 근무할 때 해외 학회를 갈 기회가 생겼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학회 참석하고, 저녁 식사를 하러 해변가 식당으로 이동할 때였다. 주말 오후 해변으로 가는 편도 2차 도로는 차로 가득차 있어 차라리 걸어가는게 나을 정도였다. 그때 매우 큰 소리의 경적(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가 고개를 돌려 차 후방을 보는데 매우 빠른 속도로 구급차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봤을 때 편도 2개 차선의 차량들이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탄 차량도 도로 우측 가장 자리로 이동
필자는 아버지의 밴드를 읽던 중 좋은 글귀가 눈에 들어와 그 글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내용은 '사람이든 식물이든 물건이든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위치와 각도가 있다.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아름답고 예쁘게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추하거나 볼품없이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날카롭거나 부드럽게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나 집안에 있는 화분 한 개 라도 보기에 좋은 위치와 각도를 생각하는데,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분명 그 사람에게도 좋은 점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찾아보지 않고, 자기가 보고 싶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고들 한다. 초연결사회는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 등을 포함한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말한다. 첨단 IT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기 또는 기기 간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초연결 사회를 구성하게 됐다. 이미 사람과 사람 간 스마트폰을 비롯해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촘촘하게 연결돼 있으며,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카, 사물인터넷 등은 이미 낯선 용어
혼란하고 암담했던 학기가 지나고, 바야흐로 종강의 시간이다. 기말시험을 대면으로 진행하는 과목들이 있어, 오랜만에 학교에 활기가 넘친다.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은 긴장과 불편함까지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마스크로 가린 얼굴 너머로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에 대한 안부와 걱정의 인사가 오고 간다. "별일 없지요? 건강하시죠? 잘 지내셨지요?"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듣는 말들이다. 혹여 마스크로 가려져 보이지 않을 반가움을 애써 전하려는 듯, 안부인사에 활기찬 고갯짓이 몇 번 더해진다. 그 고개
일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홍수환 선수의 4전5기 신화가 담긴 권투 경기 장면을 다시 봤다. 1977년 11월, 11전 11승 11 KO 승을 자랑하는 파나마의 영웅 엑토르 카라스키야에게 2회에만 4번 다운을 당했지만 3회에 믿을 수 없는 투지로 역전 KO승을 거둔 장면은 지금 봐도 감동이다. 화면을 자세히 보니 홍 선수는 4번 다운 당할 때 모두 뒤로 넘어졌다. 권투 경기나 다른 격투 경기에서 다운을 당하는 경우 뒤로 넘어진 선수는 벌떡 일어나 싸울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바닥에 손을 짚고 앞으로 무릎 꿇고 무너진 선수는 대부분 다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전염병 역학 전문가 511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사뭇 흥미롭다. 전문가들 중 대략 50%정도는 앞으로 3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상당수의 기존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 활동들이 있는데,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것이 그에 해당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꼽은 것은 교회 등의 종교집회 참석, 스포츠 관람이나 행사에 참가하는 행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것,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악수를 하거나 포옹하는 행위,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시간이 갈수록 속도가 점점 빨라짐은 물론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역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으며, 이제는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구호도, 역대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각종 국가균형발전정책 또한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이다.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
코로나 이후 3개월 만이다. 몇몇 극장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공연이 시작되면 문이 닫히고 일정한 시간을 관객과 관객이 열을 지어 객석에 앉아 있어야 함으로 어찌 보면 가장 밀폐된 공간이다. 공연 재개에 따른 걱정과 염려들이 나온 이유였을 것인데, 다행히 아직 극장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연 극장들로서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일 것이다. 확진자가 극장을 다녀갔기만 해도 어렵게 문을 연 극장은 다시 기약 없이 문을 걸어 잠궈야 할 것이며, 공연계 전체로 그 파장이 확대될 것이 불
근래 KTX나 SRT를 탈 때마다 많이 나아진 편리성에 만족감을 느낀다. 급한 마음으로 역에 도착하면 승강장에서 바로 예약한 열차에 올라앉으면 되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운행 이후 인터넷 예매 활성화로 옛날처럼 일일이 승차권을 검사할 필요가 줄어들자 철도회사는 아예 개찰구를 없애 버렸다. 개찰구 검표라는 번거로운 절차가 없어지면서 승객은 곧바로 자기 좌석을 찾아가 편해졌고, 철도회사는 관리비용을 줄였다. 간혹 있는 부정승차는 객실승무원의 휴대용 단말기에 나타나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다. 반면 출장 시 타는 신칸센을 비롯해 일본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심해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하는 미국 연준이 선제적이고 강력한 연쇄 조치를 취하면서 다행히 채권시장이 안정화 되었고, 각국 금융당국과 중앙은행들이 안정화 정책에 동참하면서 금융시장은 크게 안정화되었지만, 실물 경제는 그렇지 못하다. 미국의 분기별 실업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다른 나라에서도 실업률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크게 타격 받고 있으며, 사회 취약계층에 속한 이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을 요약해서 '뷰카(VUCA)의 시대'라고 부른다. 이는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 머리글자를 딴 것이며, 종합해 보면 매우 빠르게 변화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과거부터 한국 조직문화는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라는 지적이 자주 제기돼 왔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환경변화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대에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는 매우 부적합한 방식이 된다. 이처럼 수직적이고 보수적
석 달간 지속되던 코로나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 하다. 방역수칙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예배나 소규모 모임 등이 가능하다는 질본의 발표가 있었다. 학교의 넓은 운동장을 빌려 사람 간 간격을 유지한 채 공공기관 시험이 치러졌고, 교회나 학교는 사람 간 간격을 넓히는 등의 다양한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예배와 대면 수업을 준비 중이다. 모두, 다행이면서도 한 편으론 불안한 마음일 것이다. 7주간 온라인 수업을 해 온 나도 5월 연휴가 지나면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연구실과 강의실 안전수칙에 대한 온라인 교육을 받았고, 긴급
한국과 독일은 직선거리로 8378km 떨어져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까지는 비행기로 11시간 넘게 걸린다. 지리적으로는 꽤나 먼 나라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두 나라의 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일 양국은 정부합동 화상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독일 측은 한국이 개인정보 보호와 방역 간 최대한의 균형점을 찾아가며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체제 및 애플리케이션 등 정보
지난 1월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이하 판데믹)은 전세계를 본격적으로 휩쓸고 있다. 사람들의 물리적인 활동과 소비에 의존하는 상당수 분야에서 경제의 속도가 크게 둔화된 반면, 또 다른 곳(온라인 등)에서는 큰 호황을 맞이했다. 이 와중에 한국은 전세계적인 극찬을 불러일으키며 모범적인 민주적 방역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일례로 각국 보건당국 뿐 아니라 경제 부처들마저도 한국의 정책 성공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배우려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들은 한국의 국제회의 참가를 종용하고 있기까지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총리 명의 담화문을 통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중보건학에서 강조하는 감염 관리 방법 중 하나로, 감염에 걸린 사람과 감염되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접촉가능성을 최소화하여 질병의 전파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예방 조치이다. 즉, 개인 또는 집단 간 상호 접촉을 최소화하여 감염병 전파를 감소시키는 감염병 통제 전략이다.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