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어느 날, 필자는 브라질 아마존 어느 부둣가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강가에서 아이들 대여섯 명이 다이빙과 수영을 하며 서로 웃고 즐기고 있었고, 식당 앞 의자에는 그들의 부모가 여유로이 캔맥주를 마셨다. 그들과 담소를 나누며 소박하면서도 유쾌한 삶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다음날 어제 수영을 하던 아이 한 명이 그 강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속 덩굴이 많은 아마존강 지역의 특성상 수영을 하다가 그만 발이 덩굴줄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어제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가 오늘 그 자리에 없는 것도 충격이었지
옛날 사진을 보거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품을 만질 때가 있는데, 보통은 힘들고 어렵고 외로울 때 그런 것 같습니다. 옛날을 생각하면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들고, '예전에는 더 힘들었는데 어떻게 극복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오늘의 실수와 잘못을 반성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억은 현대 사회에서 차가워진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삶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쉬게 해 주는 힘이 있습니다.'가을은 짧지만 가을의 추억은 길다'라는 말처럼 왠지 가을은 추억을 남기고 싶고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멋진 계절 입
오늘날 여러 사람들은 자신과 안 맞는 사람에 대해 손쉽게 손절하는 경향이 있다. 손절이란 쉽게 말해 '손해를 보더라도 적당한 시점에서 끊어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옛부터 공동체 중심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는 때론 갈등상황이 발생할 때에도 참고 화해하며 싫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익명화를 바탕으로 비대면 문화가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요즘에는 관계에서 오는 의무감을 거부하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려는 경향이 많아지는 것이다.이러한 경향은 뉴스를 통해서도 쉽게
사계절 중에 어떤 계절이 좋으냐고 물으면 활동하기에 적당한 봄, 가을이 좋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여름이나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기에 여름과 겨울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서 활동하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여름에는 더운 것이 당연하고 또 더워야 하지만 그래도 더위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 올해도 얼마나 더웠나. 폭염이 기상관측이래 손가락 순위들만큼 더웠다.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쬘 때 가장 그립고, 고마운 것은 바로 시원한 그늘이다. 잎이 무성한 큰 나무 그늘 아래 있으면 여기가 천국이라는
올해는 2023년이다. 이 표현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기년법으로 예수의 탄생연도를 원년으로 한다. 즉, 올해가 예수 탄생 2023년째가 되는 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도는 나의 기쁨과 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2023년이라는 숫자가 나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닌 즉, 2023년에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 기쁨과 희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저서 '논리-철학 논고' (1921)의 머리말을 통해 "도대체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어느 날 한 호숫가에서 물고기와 곰 한 마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곰이 물고기에게 물었다. "너는 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니? 물이 없으면 땅도 메말라 버리고 모든 생물도 다 죽고 말거야."이 말을 들은 물고기가 겁에 질려서 말했다. "정말이니? 그럼 지금 당장 물을 찾으러 가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곧 죽게 될 거야!"그리고는 가능한 한 빨리 헤엄쳐 물을 찾으러 갔다. 그러나 물고기는 물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호수에 살고 있는 다른 물고기들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들 또한 물에 대해 전혀 알
여행시즌이 다가온다. 조만간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장소 선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교양을 위해 알아둬도 좋으리라. 필자는 8년간 브라질 상파울로 주(州) 2곳의 한인교포성당에서 봉사하며, 브라질 내 여러 곳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축구와 삼바의 나라, 가톨릭 국가 브라질의 첫째가는 여행지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이 열린 도시 '리오데자네이로(Rio de Janeiro)'다.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수상(Cristo Redentor)',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하나이며, 프란치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언젠가 영국의 '런던 타임즈'가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조사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상위에 뽑힌 네 사람은 뜻밖에도 소박한 서민들이었다.1위는 바닷가에서 멋진 모래성을 완성한 어린이, 2위는 아기를 목욕시킨 후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는 어머니, 3위는 멋진 공예품을 완성하고 손을 터는 예술가, 4위는 죽어 가는 생명을 수술로 살려낸 의사였다.행복은 특별한 사람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또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 별일 아
1927년 7월 14일 머나먼 프랑스 땅에서 한 사람이 태어났다. 그는 1953년 6월 28일 파리외방전교회라는 수도회에서 천주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듬해 방송에도 몇 번 출연한 적 있는 두봉 주교님과 함께 1954년 12월 19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곱디 고운 피부는 사라지고 풍성했던 머리카락도 많이 사라진 모습이지만, 그 얼굴에서 보이는 열망에 찬 생기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맑아진 모습이었다.사제서품 70주년, 외국인으로서 그리스도교를 전하기 위해 한국에서 70년을 살아온 노사제(
이스라엘 민족이 로마제국으로부터 완전히 멸망하면서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시기를 디아스포라 유대교 시대라고 부른다. 2천년이란 긴 시간이었지만 유대인들이 지금의 이스라엘민족 국가를 세울 수 있었던 원천은 유대민족의 강력한 공동체 의식이다. 그들은 유럽 각지로 흩어져 살면서 온갖 멸시와 냉대, 집단 따돌림 등 철저하게 배척받았다. 그럼에도 유대공동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 의지하고 도와 지금의 유대민족성을 지킬 수 있었다.우리 민족도 공동체 의식이 강한 민족이다. 전통적으로 품앗이·향약·계·두레가 대표적이다. 이는 가족과
나는 대학 때 어떤 목사님으로부터 기도에 대해 큰 교훈과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믿음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그 목사님은 연세도 높으시고 주변에서 매우 존경을 받던 분이셨는데, 늘 가까운 주변에 자신의 기도 제목을 알려주며 기도를 부탁하곤 했다.그런데 어느 날 그 목사님은 기도를 잘하지도 못하는 나에게도 자신의 기도 제목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기도를 부탁했다. 나는 그때 그 목사님의 중보기도 부탁을 받고, 목사님의 간절한 마음과 겸손한 믿음을 배울 수 있었다.그래서 내가 그 기도 부탁을 받고 실
봄이 오는가 했는데 계절의 시계는 벌써 봄을 넘어 여름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서 벧엘의집은 쪽방생활인들의 혹서기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그래도 5월은 봄의 새싹들이 연녹색에서 초록색으로 짙어지는 봄의 끝자락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우리에게 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누구에게는 꽃 피는 춘삼월로, 누구에게는 따스한 봄볕으로,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희망의 계절로 여겨지지만 농부에게는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여겨질 것이다.
통상 머리가 좋다는 것은 지능지수(IQ)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능지수를 높여 보려고 성장기 아이들에게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DHA 성분이 들어간 음식을 권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능지수와 함께 감성지수(EQ)도 중요하며 감성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EQ는 정서적인 면의 지능으로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며 타인에게 공감하고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머리가 좋다는 의미는 그저 지능지수가 높은 것이 아닌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잘 적응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성경을 보면 주님께서는 교회와 가정이라는 서로 다른 실로 뜨개질해서 한 벌의 옷을 만들어 주신 것과 같이 말씀할 때가 종종 있다. 특별히 주님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비밀을 가지고 부부와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래서 성경은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신같이 하고, 아내도 자기 남편을 존경하라"(에베소서 5:33) 말한다. 이렇게 남편이 아내를 사랑할 때, 그 사랑이라는 말은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한 아가페의 사랑을 말한다. 그리고 아내가 남편을 존경한다고 말할 때, 그 존경에는 하나님을 경
어렸을 적 기억 속에 어른들은 티비를 보면 뉴스를 주로 보았다. 정치, 경제에 관한 소식들을 들으며, 나름의 토론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저씨, 아줌마들은 뉴스만 보고 정치와 경제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존재인 줄 알았다. 이미 아저씨가 돼버린 나는 어렸을 적 어른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티비와는 약간 동떨어져 스마트 폰으로 아저씨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와 말하기보다는 혼자 시청하고 혼자 판단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존재로 돼버렸다. 아저씨가 돼버렸음에도 어렸을 적 기억 속의 아저씨와는 다른 사람이 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울산의대 의예과 2학년을 대상으로 노숙인에 대한 강연을 하고 왔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존엄이라는 시간에 지난해는 노숙인과 건강, 올해는 노숙인과 벧엘의집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처음 의대 학생들에게 노숙인에 대한 강연을 부탁받았을 때는 의대에도 이런 강의를 하는 과목이 있나 하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사실 벧엘의집 희망진료센터에 봉사를 나오는 의대생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대수업은 거의 임상수업에 대한 이야기만 주로 하기에 인문 사회학에 대한 강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의
젊은 시절 아주 감명 깊게 읽고 평생을 화두처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말이 있다. 바로 한완상 교수의 민중과 지식인(?)이란 책에서 지식인을 '지식기사'와 '지식인'으로 구분했던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지식기사는 현상관찰과 분석에 주력하는, 가치중립성을 중시하는 지식인으로 소위 많이 아는 사람들이다. 반면 지식인은 관찰과 분석을 넘어 아픔에 공감하고 진실을 증언하는, 지배집단의 허위의식을 통찰하고 폭로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습득하는 것을 넘어 아는 만큼 행동하는 지식인이다.한 예로 정의란 무엇인가? 로 유명한
얼마 전에 TV에서, 시골 노부부가 저녁노을이 지는데 평상에 앉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이야기 중에 신부였던 어머님은 결혼식에서 남편을 처음 보았는데, 얼굴이 좀 험하게 생겨서 결혼식 내내 무서웠다는 것이었다.아버님은 그 말을 들으면서, 먼 산만 바라볼 뿐 별 표정이 없었다. 그러더니 아버님은 농사지으며 어렵게 살림을 일구고 자녀들 키우며 살아왔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말문이 열렸다. 뜻밖에도 남편은 그간 고생이 참 많았지만, 아내가 늘 자기 옆에 있어서 큰 힘이 됐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참 어려운 일들이 많은 시기이다. 오랜 가뭄으로 인한 산불과 식수 부족까지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요 며칠 온 땅을 촉촉하게 적셔 준 봄비는 너무도 반가웠다. 갈라졌던 땅은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산과 들은 봄에 어울리는 색깔을 되찾고 있다. 가뭄으로 인한 시련이 있었지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 것에 감사할 일이다.그리스도를 세상의 구원자로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이번 주간은 너무도 중요한 시간이다. 바로 그 구원자께서 세상을 위해 그리고 모든 인간을 위해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는 결정적 시간을 기억하고 기념하고 재현하는 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흡사 어린 시절 교회나 모임에서 재미있게 했던 방석 빼앗기 놀이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석 빼앗기 놀이는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 수보다 적게 방석을 깔아놓고 방석주위를 둥글게 원을 지어 돌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쏜살같이 각자 방석을 차지하는 놀이다. 방석을 차지한 사람은 계속 참여할 수 있지만 방석을 차지하지 못한 사람은 탈락해 마지막 한 명이 승자가 된다.이렇듯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오직 경쟁을 통해 승리한 사람만 남고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밀려난다. 아니 승자의 자리는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