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새로운 각오를 통해 지난해와는 다르게 살고자 마음을 먹는다. 우리 각자의 소망들이 이루어지는 새해,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의 삶을 축복해 주시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런데 우리의 소망과는 참 다르게 2022년은 지난 두 해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전염병이 시작되었을 때 속수무책으로 지내며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를 기다렸고, 백신이 나왔을 때는 재빨리 일상을 회복할 줄 알았다. 그렇게 2년여를 인고의 시간 안에서 기다렸지만, 현실은 별반 나아진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또 똑같은
커다란 물고기가 연못에서 황금 비늘을 반짝이며 헤엄칠 때 우린 어떤 생각을 할까? "와~ 멋있다, 아름답다"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물고기가 식탁 위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면 '징그러워, 무섭다' 반응할 것이다. '모래'가 방에 있으면 쓰레기라 하고, 공사장에 있으면 재료라고 한다. 우리 입 안에 있는 '침'이 입속에 있을 땐 그렇게 귀한 것이지만 밖으로 내뱉는 순간 사람들은 더럽다 할 것이다.모든 사람에겐 저마다 주어진 자리가 있다. 가정과 직장, 사회 공동체 속에서 내게 주어진 자리를 감사함으로 지키며 성실함으로 수고할 때, 내가
첫 눈이 왔다. 아주 소박하게. 그렇게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편지가 조용히 왔다. 어떤 이에게는 첫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레임 가득한 시간이었을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추운 겨울이 다가와 살길이 막막하거나 귀찮음의 시작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첫 눈을 비롯한 '처음'이라는 단어는 많은 이들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오는 말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시'라는 말 또한 여러 의미로 다가오는 말일 것이다. '다시' 시작된 대선, '다시' 시작된 국민을 분열시키는 뉴스들 등등. 그것보다도 우리 삶에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 일은 '다시'
교회를 열심히 다니던 어느 집사님이 몸이 안좋아 병원에 갔다가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간호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러 의사 앞으로 인도했다. 의사는 어두운 얼굴로 "간이 많이 안 좋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입원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너무 멍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란다. 아무것도 모르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그저 눈물만 흘러내렸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놀라 남편에게 전화도 못하고 집에 가서 간단한 옷가지를 챙겨 기도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내가 하나님께 무슨 큰 죄
짙어가는 가을, 우리의 '죽음'을 생각해 본다.대자연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우리의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계절이다. 제 나름대로의 마지막 모습, 혹은 짙은 존재감을 한 번 더 뽐내며 이 계절에 맞는 자신만의 멋진 옷 맵시를 드러내는 참으로 멋진 계절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11월을 '죽은 모든 이들을 기억하는 달'이라는 '위령성월'이라 해 내가, 우리가 사랑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그 누군가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은 이들까지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로 명명했다. 또한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죽음까지도
10월, 유난히도 공휴일이 많은 날들이다. 올해 10월에 맞이하는 국경일들은 거의 일요일과 겹치다 보니 그 다음 월요일에 대체공휴일로 또 하루를 쉰다.가을이 즐겁다. 걷기에도 얼마나 좋은 계절인지 코스모스 일렁거리는 대전의 갑천변을 걷다보니 코 끝을 맴도는 산바람이 도심에 찌들은 때들을 벗겨내는 것 같아 더없이 상쾌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지난 9일 한글날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도심을 벗어나 개천을 따라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젊은이들은 걸어가면서도 연신 핸드폰으로 자판을 두
선선한 바람과 따가운 햇빛이 교차하며 공존하는 계절. 그 차이가 공존하기에 들녘의 곡식과 과일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게 되어 자연도, 사람도 긴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짙은 녹색의 들판과 산들의 색깔이 며칠 사이에 변한 듯 보이지만, 실상 자연은 이미 가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오래전부터 해왔을 것입니다. 오늘 칼럼을 준비하며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나는 아홉 달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어떤 열매를 맺고 어떤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바라보게 됩니다. 천주교 신부의 삶이라는 것
추석 명절, 가족들끼리 잘 보내셨는지요?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명절에 있을 법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적어 보았습니다. 명절이 가까이 오자 며느리가 시부모님에게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며느리가 보낸 문자)"아버님, 어머님! 모처럼 큰맘 먹고 핸드폰으로 문자 편지를 보내니 보세요. 우리는 부모님의 기쁨조가 아닙니다. 나이 들면 외로운게 맞죠. 그리고 그 외로움을 견딜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고요. 자식 손자 며느리에게서 인생의 위안이나 기쁨을 구하지 마시고 외로움은 친구들이랑 달래시거나 취미생활로 달래세요. 그
어렸을 적, 혹은 젊었을 적에는 뉴스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 하는 일에만 몰두하며 살 때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서서히 흐르면서 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와의 대화의 끈을 이어나가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고, 나 자신보다는 주변에 대한 시선의 변화이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하루에 20-30분 정도는 티비를 통해, 포털사이트들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뉴스의 색깔이 그리 밝지 않게 느껴
"휴! 덥다 더워," 아니 덥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싶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지친 삶에, 어느 해보다도 길고 지리한 폭염으로 2021년 여름을 달구더니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으니 이제 이 여름도 끝자락인가 싶다. 전세계적으로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어느 해보다도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는 여름이었다. 일본에서도 40도를 넘는 더위가 맹위를 떨쳐서 많은 온열환자가 목숨을 잃었고, 미국 시카고는 48.9도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는 52도까지 치솟
천안 불당2동 성당의 주임신부를 맡다가 올해 초, 천주교 대전교구의 홍보국장이라는 직무를 맡으며 새롭게 시작한 일 중의 하나가 대전일보의 사설을 쓰게 된 것이었다. 글재주도 없을뿐더러 가톨릭 신자들이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은 꽤나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보국장의 직무상, 그리고 천주교 사제로서의 직무상 일반인들에게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천주교회를 알린다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임과 동시에 흥미로운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사설에 쓴 내용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
얼마 전 미국에서 이런 신문광고가 실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용인즉, "우리 아버지가 수년 전부터 중풍과 치매로 병석에 누워 계십니다. 그동안 밥도 먹여 드리고 대소변도 받아냈는데, 이제는 지쳐서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1만 달러에 아버지를 사서 모실 사람이 있으면 연락해 주십시오"라는 글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한 남자로부터 자기가 그 아버지를 사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광고를 낸 사람은 쉬운 일이 아니니 일주일 더 깊이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일주일이 되는 날 그 젊은이가 연락해오기를, 깊이 생각해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습도 높은 날씨가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농작물에 꼭 필요한 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처지에 따라서, 그리고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느껴지는 상황들은 많이 있습니다.지난 달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우리 지역 출신의 주교님께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흥 식라자로 대주교님께서는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셨고 1979년 가톨릭 사제가 되셨으며 이후로도 우리 지역의 성직자를
말에는 생명이 있다. 말에는 씨가 있다. 말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고 병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고,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는 보화가 되기도 한다. 총이나 원자탄보다도 더 무섭고 가공할 무기가 한 치도 안 되는 내 입안의 혀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구약성경의 잠언 16장 24절은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악이 되느니라"고 한다. 즐거운 말 선한 말은 우리 영혼에 기쁨이 되고 좋은 악이 된다는 뜻이며 뼈에 건강이 되고 치료가 된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특별한 축복 가운데 하나가 바
지난 6월 11일 교황청에서 대한민국의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하며 대주교로 승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언론 매체를 통하여 소식을 알게 된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임명이라는 일은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전, 충남, 세종 지역의 큰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우선 교황청이라는 곳은 어떠한 곳인지를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교황청 내 부서는 성(Cocngregatio)과 부서(Dicasterium)와 평의회(Pontificium Concilium)로 구
2021년 1월 대전광역시 용전동에 자리했던 천주교 대전교구청이 세종시로 이전하였다. 겨울이었기 때문에 주변 자연 경관은 그리 좋아 보지지 않았다. 하지만 계절의 여왕인 5월의 신청사는 너무도 아름답게 바뀌었다. 나무들은 짙은 초록색을 띄며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고 이름 모를 들꽃들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 안에 자리 잡은 모든 생명들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절이기도 하다. 긴 시간 코로나로 고생하며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백신의
지난 달 기고 때에는 '해미국제성지'선포에 관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해미국제성지에 가는 길에 대해 소개를 하고자 한다. 당진시 일대는 옛 지역명으로 내포지역이라 한다. 바닷물이 안쪽까지 들어온다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그래서 이 내포지역에는 중국을 통해 선교사들이 들어오고 조선인들이 신앙공동체를 형성하던 장소들이 발달하여 천주교에서 지정한 성지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께서 태어나신 솔뫼성지, 1890년 설립되어 수 많은 신앙인들의 못자리가 된 합덕성당,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
한반도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 240여 년이 되었다. 1784년 이승훈 선조의 세례로 조선에 천주교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천주교의 시작은 그리 순탄하지 못하였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교리는 조선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부분들이 많았고, 그러한 부분들이 정치적인 부분들과 연계되어 천주교회는 그 시작부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현재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지만, 당시에는 바닷길이 열려 있었던 내포지역(현재의 당진시 일대)을 통해 천주교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는 박해로 인해 국경지대의 검문이 강화되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1821-1846년)신부가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됐습니다. 유네스코는 2019년 11월 1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제40차 총회를 열고, 2021년 탄생 200주년을 맞는 김대건 신부를 세계기념인물로 확정했습니다. 유네스코는 김대건 신부가 평등사상과 박애주의를 실천하고 '조선전도'를 제작해 유럽 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에 한국천주교회에서는 2021년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정하고, 김대건 안드레아 신
"빛을 보기 위해서는 눈이 필요하고 소리를 들으려면 귀가 있어야 돼. 그런데 시간을 느끼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나? 그래, 그건 마음이야 마음이란 것이 없어 시간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그 시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란다." 이것은 미카엘 엔데의 동화 '모모'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시간을 느끼는 우리의 마음은 이 인생의 시계가 꼭 한 번의 태엽이 감겨있으므로, 동일한 순간과 똑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없음도 느끼고 있다. 이제 2020년 경자(庚子)년은 시간 안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참으로 어려웠던 한 해를 경건하게 마무리하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