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논산시 연산면에서 돼지 9마리에 대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었다. 구제역 확정 판정이 내려지기 전에 방역 당국에서는 예방적 차원에서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 2800여 마리를 도살 처분할 계획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지난달 18일에는 천안시 풍세면에서 돼지 2200여 마리가 매몰되었다. 전날 30여 마리에게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5년 전에 있었던 구제역 파동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슴이 졸여진다. 2010년 전 겨울부터 다음해 초까지 이어진 구제역 파동에서는 소와 돼지
인격(persona)과 본성(natura)이란 무엇일까? 본성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 그대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본질적인 것이다. 그래서 그 본성은 뛰어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하고 부족하기 이를데 없는 또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본성은 인격이라는 것을 통해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즉, 선(bonum)을 끊임없이 추구함으로써 고양되는 것이다. 본성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d'Aquino, 1225-1274년)가 말했듯이 식물적인 본성, 동물적인 본성, 인격적인 본성이 있다. 그래서 자신을 보존하려는
설을 맞이하니 1년 내내 옷장 부속품처럼 걸려 있던 한복을 꺼내보게 된다. 나이가 들면 양복보다는 풍덩한 한복을 입은 모습이 보기에 좋지만 아무래도 불편하다. 입을 때 대님과 옷고름 매는 것도 만만치 않고 입고 다닐 때도 바지춤이 커서 허리띠를 단단히 매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 잘 여미지 않으면 대책 없이 주욱 흘러내리기도 하고 밥 먹을 때 신경 쓰지 않으면 벌건 김치 국물이며 번들거리는 기름기가 옷소매에 묻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불편한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30여 년 전 학생 시절,
현대인들에게 '사랑'이란 말은 풍요롭고 따뜻한 느낌보다는 메마르고 차가운 느낌의 단어가 돼 버렸다. 여기에 '영원한'이라는 형용사를 추가하면 더욱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영원한 사랑'은 종교적인 언어에 한정되어있는 이상적인 것이라 생각하며, 이 세상에서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고 단정해 버린다. 정말 '영원한 사랑'은 없을까? 혹시 우리가 '영원한 사랑'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원한 사랑'은 '있다 혹은 없다'라고 논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영원한 사랑은 누가,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이가 30대는 시속 30킬로미터로 가지만 40대는 시속 40킬로, 50대는 시속 50킬로로 간다고 비유하니 옆에 있던 이가 40킬로, 50킬로가 아니라 4백킬로, 5백킬로 같다고 허세 섞인 추임새를 넣는다. 왜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일까. 사람들은 주관적 감정에 따라 시간이 가는 속도를 다르게 느낀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차를 마시며 잡담을 하고 있다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어려운 사람과 의례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면 시간이 더디 간다.
을미년의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금년도 다사다난한 사건들이 많았다. 힘들어 넘기 어려운 산 들이였지만 하나씩 다가오는 산들을 넘다보면 인생은 어느덧 드넓은 평원을 만나게 된다. 그 곳에서는 더 이상 경쟁도 없으니 미워하거나 섭섭할 일도 없는 평원이다. 얼마 전 일간 신문에 사형수의 하루가 일반 죄수들과 어떻게 다른가를 소개된 적이 있다. '사형수들 중에서 참회한 이들은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목욕을 한다. 한국은 사형수들에게 사형날짜를 알려주지 않기에 언제 죽을지 모르나 죽은 후 지저분한 모습을 남기기가 싫은 것이다. 그들은
최근에는 연말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술로 지새는 사람보다는 이야기로 지새는 사람이 더 많아졌고,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연말을 보내는 사람보다 가족단위로 연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그만큼 연말을 보내는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연말 풍경에 달라진 것으로, 또 하나. 이웃 간 나눔의 풍경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필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었던 연말 풍경은 사라졌다. '연말연시를 만나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같은 캠페인 말이다. 캠페인은 여전히
한국인들은 '4'자를 싫어 한다.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서 엘리베이터 4층은 'F'가 붙어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13일 금요일 보름달을 두려워 한다. 지난 13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 한 공연장에서는 기관단총의 무차별 사격과 자살폭탄 테러로 132명의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국가 IS는 이슬람 수니파의 테러집단이다. 이들은 또 서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5성급 호텔의 투숙객 170명을 인질로 잡고 이슬람 경전 꾸란을 암송하면 밖으로 내보내 줬다고 한다. 전 세계는 지금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독일 메르켈 총
한국의 불교도라면 누구나 익숙한 말 중의 하나가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는 말이다. 풀어 쓰면, 다음과 같다."생명 있는 존재라면 이미 모두가 다 부처이다. 다만 부처인 줄을 모를 뿐이다"불교에서 부처는 완성된 인간을 말한다. 완성되었다는 것은 달리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고귀해서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이기 때문에 '위 없는 스승'이라 불리고, 아직 어리석음에 얽매여 고통을 받는 중생들을 온갖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친 분이기에 '공양(식사) 받을 만한 자격을 갖춘 분'
오래전 서해안에 작은 어선이 뒤집혀 선장을 위시한 선원들이 무인도 섬에 간신히 헤엄쳐 상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서운 칼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철이라 이들은 젖은 옷을 입은 채로 날이 밝아 올 때까지 계속 섬을 돌았다고 한다. 졸면 죽는다! 졸면 죽는다를 연신 외쳐대면서….개척교회 시절 하루종일 동분서주 바쁘게 살았다. 작은 지하실을 얻어 개척하면서 화장실 청소에서부터 새벽차량운행까지 심방, 전도, 제자훈련, 모든 것이 내 몫이였다. 이렇듯 하루 종일 정신없이 사역하고 있을 때 다음 날 새벽기도는 정말 고역 중에 고역이였다. 새벽4
영화 '국제시장'은 우리 근현대사를 헤쳐 온 아버지들의 삶을 잘 담아냈고, 또 거기에서 공감을 얻으며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역사읽기로 관객동원에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것인데 필자는 이 영화가 정말 유감스럽다. 오늘은 그 유감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영화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배경으로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의 모습을 보자면, '우리 아버지들은 저렇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안타까움이 그보다 앞
지난 주 경찰서에서 발부된 범칙금 딱지가 날라 왔다. 노란색 깜빡일 때 앞 차를 뒤 따랐는데 교통신호 위반으로 7만원을 내려니 속이 쓰리다. 예전에는 경찰관의 눈에 걸리면 사정해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는 감시 카메라가 몇 날 몇 시에 어떻게 위반했는지 운전자 사진까지 찍혀 날라 오니 항변할 수가 없다. 몇 해 전 중국 연변에 가보니 간선 도로에 중앙선이 없었다. 수많은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뒤엉켜 서로 클랙슨을 울려대며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모습이 묘기대회에 출연한 사람들 같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
천만 관객 동원! 요즘 한국영화의 목표다. 한국에서 배급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목표 역시 마찬가지이다. 천만을 넘긴 영화든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영화든, 액션물 혹은 액션에 SF를 곁들인 소재가 한국인 관객들이 열광하는 대상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액션 혹은 SF 액션에 담아내는 주제 의식은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로 관객 천만 이상을 끌어 모은 영화들의 특징은 그 속에 역사의식 혹은 세태의식을 반영한다는데 특징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는 그것의 소재가
몇 해전 휴스턴에 갔을 때 한 교민이 한숨을 쉬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식 공부 제대로 시켜 보려고 미국까지 왔는데 아들이 베트남 갱단에 들어가 삶에 희망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에서 백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베트남 갱이다. 이들은 왜소한 체격을 극복하려고 바로 총을 쏘기 때문이다. 그들은 60년대 후반 월남이 패망한 후 보트피플들이 여기 저기 떠돌다가 정착한 나라 미국에서 월남 국수를 팔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지만 자녀 교육엔 아예 신경을 쓰지 못했다. 후예들은 미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오지 못하고 변방을 겉돌다가
2009년 12월, 사회 각계각층의 화합과 통합 증진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가 설치됐다. 2013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통합위원회는 국민대통합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통합이란 이름을 내건 조직기구를 구성할 정도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알 만하다고 하겠다.사실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 갈등을 겪어왔고, 그 갈등의 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어지고 더 굳어져가는 모양새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은 매우 다양하다. 우
다른 악기와 달리 피아노 연주에는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있다. 피아니스트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악보를 주시하고 있다가 정확한 시점에 소리 없이 재빠르게 악보를 넘겨 주는 사람을 '페이지 터너'라고 한다. 이 '페이지 터너'에겐 몇 가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연주자 보다 화려한 옷을 입거나 화려한 액세서리를 해선 안되고, 연주자를 건드려서도 안되고, 악보를 넘길 때 소리가 나서도 안된다. 악보를 너무 빠르게 넘기거나 늦게 넘겨도 안된다. 그는 오로지 훌륭한 연주를 돕기 위해 온통 그 연주자 에게만 신경을 써야 한다. '
'요즘 세상' 이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즘 세상, 참!"여기서 마지막 '차암ㅡ'은 한숨 뒤섞인 반응.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쉽사리 보여줄 만한 반응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체로 행복하지는 않다는 진단이 대세인 요즘 사람들의 심정이다.'경쟁만 남은' 학교를 자퇴한 고등학생은 '여러분의 학교에 진정한 배움이 있습니까?'라고 되묻는다. 24시간 중에서 열 네다섯 시간을 회사일로 보내는 회사원은 감당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도로 위에서 보복운전으로 풀어낸다. 학교에는 학생이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법원은 미국의 모든 주가 동성커플의 결혼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L.A 라스베이거스 거리에 수많은 동성애자들의 축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지난달 28일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도 제 16회 퀴어(Queer=괴상한)축제가 역대 최대 참석자들로(경찰추산 5000명) 행사가 치러졌다. 부스행사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직접 찾아와 "미국에서 6월은 성소수자의 달이다. 행사를 축하한다"고 격려했다. 참석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 인권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반갑고 영광스러
한국 천주교회는 매년 6·25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라 일컫는다.전국 성당에서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하는 '9일 기도'를 바친 후 6·25를 맞이한다. 기도는 그것이 진심일 때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진심 어린 기도란 그에 따른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과거 지나온 여러 성당에서 '북한선교회'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기도하며 민족화해의 정신과 방안에 대한 연구토론을 진행하고 북한교회를 위한 기금을 적립하였다. 그 당시 교우들은 잘 따라주었지만 필자가 그런 성당들을 떠나온 후 모임이
이스라엘에 마사다 요새가 있다. A.D. 73년 4월 16일, 이스라엘 남부지역에 위치한 마사다 요새에서 유대인 민족주의자들인 열심당(Zealots, 셀롯당)을 중심으로 2년여 동안 로마제국의 이스라엘 점령을 막으려고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중에 로마 군사들이 유대인 동족들을 방패막이로 앞세워 마사다 요새를 공략하자 동족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마사다 요새의 유대인들은 로마 군사들에게 처형되는 것보다 스스로 죽기로 하고 모두 자결하였다. 로마 병사들이 마침내 마사다 요새에 진입하였을 때 936구의 시체를 발견하였고 살아남은 자는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