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휴가 여행지는 대개 가보지 않은 곳을 정하게 되는데,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대하며 새로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휴가를 다녀오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기분 전환이 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가 쓴 '제2의 시간'이라는 책이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삶은 5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5세 이전에 느끼는 시간의 길이와 그 후의 시간의 길이가 맞먹는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신기하고 흥미롭게 경험하는 반면, 어른들은 무감각하고 당연한 듯이 대수롭지 않
불교와 인연을 맺기 전 우연히 TV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법당에서 절하는 장면을 보았었다. 그 장면이 너무 신기해서 형제들에게 "와! 교복 입은 학생들도 절에서 절을 하네"라며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불교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형의 인도로 불교에 인연을 맺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불교와 사찰에 흠뻑 빠져서 살았다. 입학하면서 절에 다니기 시작하여 고3이 되어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까지 한 주도 절에 빠지지 않았다고 기억된다. 사춘기의 남녀학생들이 자유롭고 건강하게 어울리는 모임도 좋았지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키스 머니건 교수는 리더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직원들을 꼼꼼히 통제하는 '두 섬싱 리더'(Do Something Leader)와 직원에게 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두 나싱 리더'(Do Nothing Leader)입니다. '두 섬싱 리더'는 자신도 일에 바쁘고 부하들을 믿지 못하고 항상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 조직이 된다고 합니다.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는 '두 나싱 리더'는 사실 리더가 할 일과 직원이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가곡 가운데 '비목'이라는 곡이 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이 곡은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해 어느 깊은 계곡에 이름도 없이 묻혀 있는 무명용사의 비목을 보고 지은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부모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오동나무 상자가 열리고 그분의 유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문득 현기증이 일었다. 유골은 세상에 대해 무슨 분노의 에너지 같은 기운을 연기처럼 피워내고 있었다. 그것은 120년이 지나도록 식지 않은 혁명의 열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분의 진혼(鎭魂)을 위해 잠깐 염불의식을 가졌다. 5분 정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같이 동행했던 분들이 말하기를 "힘이 빠져 벽에 기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의식이 끝나고, 그분의 유골 상황을 확인해 보았다. 유골에는 일본어로 직접 쓴 붓글씨가 남아 있었다.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 년 열두 달이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그리고 부부의 날(21일)이 모두 5월에 있다. 특별히 오늘은 부부의 날인데 둘(2)이 하나(1)가 된다고 해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혼하는 부부의 증가세는 다소 주춤해진 반면 의외로 쇼윈도 부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여건상 이혼할 수는 없어 밖에 나와서는 행복한 부부처럼 행동
5월 2일 저녁, 평소 알고 지내던 김 모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았다. 김 의원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뜻하지 않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스님 축하 드립니다. 지난번에 제출하신 국립현충원의 일본 나무 철거에 관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뭔가 정신이 아득한 느낌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한 발짝 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서울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순국선열을 모신 일종의 성지이다. 이곳에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과 상해임정요인, 독립운동가 등이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 몇 해 전 봉
지난 일요일은 예수께서 부활하신 사건을 경축하는 부활절이었다. 부활절은 세상을 덮고 있던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가 걷히고 생명과 구원의 빛으로 가득한 날이지만, 금년은 온 나라가 깊은 슬픔으로 원시적 혼돈 상태로 되돌아간 듯하다.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번 참사가 온 국민을 충격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슬픔과 고통은 다 같겠지만 누구의 죽음인가에 따라 느끼는 아픔의 정도는 많은 차이가 있다. 부모가 돌아가신 자식의 슬픔과 자식이 죽은 부모의 슬픔은 무게와 차원이 전혀 다르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전까지
불교란 기본적으로 무소유를 표방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란 인연에 의해 잠시 머무르는 것일 뿐 종국적으로 내 것이란 없다는 취지이다. 하긴 나라는 생각이 근본하는 육체 역시 100년도 안 되는 세월을 견디다 무너지는 것일 뿐인데, 한 인간이 취득한 재물이야 말할 것도 없으리라. 부처님이 인간세상에 오셔서 설파한 핵심은 모든 것은 인연의 취합이므로 영원한 것도 없고, 나라고 집착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제행무상(모든 것은 무상하다)과 제법무아(모든 것에 나라고 집착할 것이 없다)라는 것이다.2013년 매우 희한한 사건이 하나
30년 동안 저녁마다 오로지 텔레비전만을 보던 남편이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정말로 근사한 일을 한번 해봅시다!" 그러자 아내는 밖에서의 멋진 밤을 떠올리며 물었다. "어머나, 좋아요. 그런데 어떻게요?" 남편이 대답했다. "우리 소파를 서로 바꾸어 앉아 봅시다" 들려주는 이야기마다 재밌고 유익해 독자로 하여금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앤소니 드 멜로의 책에 소개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부부도 전에는 열렬히 사랑하여 결혼을 했겠지만 서로를 향한 갈망이 이미 사라져 지난날의 그 뜨겁던 열정의 불꽃이 꺼진 지 오랜 것
우리 역사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옥새였을 것이다. 옥새는 국왕의 권위를 상징함과 동시에 국정의 집행 그리고 왕위 계승의 절대적 신물(神物)로 수천 년간 전승되어 왔다.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의해 강제병합당할 때까지 사용되었던 임금의 도장 - 옥새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1897년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 황제로 즉위한 뒤, 황제국의 권위에 알맞도록 거북이로 만든 손잡이를 용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황제지보를 비롯한 옥새를 새로 만들어 사용했다. 그리고 이 옥새는 1907년 고종의 뒤를 이어 황제로
안셀름 그륀은 '두통 천사'라는 글에서 자신이 힘든 일로 과로를 할 때면 항상 두통이 찾아왔다고 한다. 일단 두통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몹시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그때마다 기도하기를 "천사를 보내주셔서 나의 아픈 머리를 고쳐주세요"라고 했지만 한 번도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주시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 것은 그 두통 자체가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통에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 두통 천사라고 불렀다. 머리를 과도하게 쓰고 신경을 곤두세워 걱정을 하는 것을 그만두도록
2009년 난생처음 미국 뉴욕 맨해튼이란 곳에 가 보았다. 산골에서 살던 촌스러움을 벗어볼까 클래식 공연이라도 몇 편 들어볼 마음에 카네기홀을 찾았다. 거기서 고교 시절 배웠던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숭어'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영문으로 편찬된 곡 소개를 읽어 보니 'trout(송어)'라고 표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숭어는 바닷고기이고 송어는 민물고기일 텐데 '거울 같은 강물 위에 숭어가 뛰논다'는 가사도 떠올랐다. 바닷고기가 민물에서 뛰논다는 해괴한 가사가 마음에 걸려 교육부에 서신을 넣어 사실관계를
어느 마을에 매우 지혜로운 노인이 있었다. 노인은 매일 주유소 앞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그 작은 마을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떤 날은 손녀도 그와 함께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한 여행객이 나타났다. 그는 그 마을이 살기에 어떤 곳인지 확인하려는 듯 이리저리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노인에게 다가와 "이 마을은 어떤 곳입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은 그 사람을 바라보며 "당신은 어떤 마을에서 오셨습니까?"라고 천천히 물었다. 그 여행객은 "제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
혹시 애국가 작사가를 아시나요? 만약 안익태 라고 답했다면 틀렸다. 안익태는 애국가의 작곡가이지 작사가는 아니다. 애국가는 광복 69년을 맞는 2014년 현재에도 작가미상이다.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는 애국가의 작자 확정을 위해 최남선을 위원장으로하는 심의 위원회를 만들어 5명을 심사했다. 관련된 증언과 문헌, 당사자들의 주장 등을 종합한 결과 당시 윤치호 독립협회 회장이 가장 유력한 작가가로 추정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윤치호 단독작사설을 확정하고자 표결을 거쳤으나 11대 2란 결과를 도출했다. 이에 윤치호 작사설은 만장일치가
올해 초 '7번방의 선물'이라는 영화가 온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고위직 경찰 간부의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지적 장애인 용구를 위해 감방 동료들이 그의 딸인 예승이를 7번방으로 데려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이다. 영화 설정 자체는 좀 허황되고 현실성이 없어 보였음에도 천만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나름의 메시지가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이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고 이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는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아픔과
영산(靈山)에서 범왕(梵王)이 부처님께 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부처님께서 연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다. 대중들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마하 가섭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염화시중, 염화미소다. 이후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 되었다. 왜 부처님께서는 법문 듣기를 청하는 범왕과 대중에게 법을 설하지 않으시고 아무 말 없이 연꽃을 들어 보이셨을까.연꽃은 뿌리식물로 진흙탕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꽃대를 물 밖으로 내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연꽃은 이처럼 맑고 깨끗한 물이 아니라 진흙탕에 뿌리를 박을 때 아름다운 꽃을 피울
한번은 낯선 분이 교회로 나를 찾아왔다. 갑작스럽게 불쑥 찾아온 방문이었기에 매우 당황스러웠다. 낯선 분이 교회로 목회자를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는 즐거운 방문이 거의 없었기에 나름 경계가 됐다. 그는 차를 운전하고 이곳을 지나가다 교회 건물이 눈에 띄어 찾아오게 됐다고 했다. 자신이 비록 남루하게 보여도 대학은 다닌 사람이라고 자신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모습에서 대낮부터 약간 술을 먹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분은 자기 아들이 그날 아침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였는데, 군대 가는 아들과 다퉜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다퉜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
지난달 금산 보리암에 다녀왔다. 대입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 법당에는 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어머니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계속 절을 하는 사람, 염불하는 사람, 경전을 읽는 사람, 모두 간절했다. 불교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복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녀의 합격과 남편의 사업을 도와주는 기복으로, 학문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고차원의 형이상학으로, 내세에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극락왕생으로, 현생과 내세를 초월하여 해탈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위 없는 가르침으로 나타난다.
정신과 의사인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는 우리 인생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가 있다고 했다. 자연에는 꽃이 피고 나뭇잎에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봄이 있듯 우리 인생에도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 있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타오르는 태양과 장대비 속에서 만물이 크게 자라나듯 우리 인생도 여름이 되면 왕성한 생명력을 머금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게 된다. 끝없이 찌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산야에 고운 단풍이 들 때면 들녘에는 무르익은 곡식과 과일로 넘쳐나는 가을이 찾아오듯 우리 인생에도 결실의 계절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