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건축 사조를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으로 시대 순서를 정한다. 비잔틴 양식은 3세기 중반부터 14세기까지 이어 온 동서양의 건축양식이 융합된 복잡한 건축양식이 특징이며, 10세기에서 12세기까지의 로마네스크 양식은 로마 석조시대 건축물을 닮은 장중함이 건축의 특징이다.그 후 13세기부터 15세기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첨탑, 아치형 창, 스테인드글래스, 부벽(Buttress)으로 대표되는 장식이 주가 되는 고딕성당들이 등장하게 된다. 하늘을 향해 끝이 없는
4월은 지난 가을 잎을 떨구고 앙상했던 나뭇가지에서 새 잎이 돌고 마당의 누렇던 잔디가 푸릇해 지는 계절이다. 경계 주변에 심은 동백이 슬프도록 찬란한 붉은 꽃을 피우고, 마당을 구성하는 경사면의 자연석 사이사이에도 영산홍과 해마다 조금씩 심었던 각종 꽃들과 애플민트가 그 자태를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해마다 2월 말에서 3월이면 마당의 잔디 사이사이 얼굴을 내미는 풀들을 선별하여 정리하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함을 실감 한다. 이사 첫해에는 몰랐다. 아직 봄은 먼 것만 같은데 왠 풀? 덕분에 나중에 3배의 힘을 들여 풀을 뽑아야
2015년 12월 12일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기후변화 대응의 양대 축인 교토의정서를 대신해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도시·건축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변화 등은 이미 본 고에서 저자가 다룬 바 있어서 이는 줄이고자 한다.하지만 정확한 실정 파악이 돼야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법인데, 아직 일부 분야에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 도시·건축이 그러하다. 다행히 건축 분야는 이미 2014년을 전후로 건축물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정
코로나로 인해 연구실과 집에서만 보내던 겨울을 지나 모처럼 만에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삼월의 중반에 우리 나이에 오미크론에 자신을 가지고 한번 만나자는 오랜 지인들입니다. 제가 호쾌히 "고고"라고 했습니다.저는 천안에 거주하며 가끔씩 KTX와 SRT 덕에 가볍게 서울 나들이를 합니다. 어쩌면 저의 서울 나들이는 부산, 목포, 대구에 거주하시는 여러분에 비하면 정말 큰 행복입니다. 오전에 출발해 서울역에 내려 어떻게 힐튼 호텔로 갈까 건축가의 입장에서 살짝 고민했습니다. 서울역서 남산 힐튼 호텔로 어떻게 갈까지요. 서울역에 내
양동(良洞)마을,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가로 기억된다. 경주양동마을이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 답사 할 기회가 생겨 다녀온 감흥을 말해보고자 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민속마을로 지정된 곳 중에서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제주 성읍 민속마을, 안동 하회마을, 낙안읍성 민속마을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민속마을을 대표하는 마을 중에 하나다.마을 입구에 들어서 처음 느낀 인상은 다른 민속마을과는 다르게 평지 구릉에 있지 않고 산세를 바탕으로 형성된 마을이라는 것이 첫 눈에 들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에너지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인류 역사 이래로, 프로메테우스적 진보에 항상 에너지의 발견이나 변화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의 소유와 그로부터 얻어지는 부에 대한 욕망은 1851년 H.멜빌이(Herman Melville)의 장편소설 모비딕(Moby Dick)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거대한 대해로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섰던 페쿼드(Pequod)호의 출항과 같이 자연적 위협과 난관, 한계를 넘어서려는 인류의 행위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인류와 에너지의 역사는 가까운 현대에서도
필자는 20년째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건축설계를 지도하고 있으며 건축문화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 대중화에 대한 관심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학시절 사회, 문화·예술 등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고 기술공학적 관점보다는 인문사회학적 관점으로 건축학을 바라보려고 했던 데서 연유한 것 같다. 그러던 중, 30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학을 하게 되면서 그러한 생각과 관심은 더욱 증폭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늦깎이 유학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이면 이탈리아 소도시로의 여행은
오랜만에 제주를 다녀왔습니다. 아니 비행기도 참 오랜만에 타 보았습니다. 예전에 그렇게도 싫던 비행기 내부의 향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청주공항에서 줄을 서서 타는데 너무도 많은 승객들로 깜짝 놀랐습니다. 1시간 채 되지 않는 비행시간 동안 창을 통해 육지를 바라보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일과 다음 날의 모든 공식일정을 마치고 귀가 비행기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같이 갔던 일행에게 서귀포 쪽의 건축물 견학을 제안했습니다. 왕복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여서 한번 가보자 의견이 모여져 5명이 방주교회를 먼저 가자고
요즘 온라인에서 1인 가구를 검색해 보면 많은 단어들이 올라온다. 1인 가구 재난지원금, 1인 가구 최저생계비, 1인 가구 아파트 청약, 1인 가구 국민임대주택 입주 자격, 1인 가구 비율, 1인 가구 기초생활 수급비, 1인 가구 특별공급, 1인 가구 증가율 등등.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6년 27.9%(539만 8000가구)에서 2020년 31.7%(664만 3000가구)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비혼 등으로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게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 위주
며칠 전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투수 블록 자재업체와 미팅이 있었다. 투수 블록은 빗물을 블록이 흡수·통과시켜 표면의 물을 땅속으로 내보내는 자재다. 단지내 광장, 주차장, 보·차도 등 옥외공간에 바닥 포장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다.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블록에 따라 광촉매 기술로 미세먼지를 잡는 등 그 종류와 성능이 다양하다. 투수 블록 성능과 단가, 시공사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점자블록과 경계블록에 대한 개발 목적이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잠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통행에
우리 사회의 환경 이슈는 오래도록 유지되며 그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는 듯하다. 최근이 그러했는데 2016년 전후로 그 이슈의 중심은 단연 미세먼지였다. 전국에 대해서 여름을 제외한 기간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며 대대적인 이슈가 되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부는 물론 많은 지방자치단체들과 공공기관에서 앞다투어 대책을 마련하고자 고심했었다. 그러더니 2018년에는 재활용 쓰레기 이슈가 전국을 시끄럽게 했다.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비닐과 스티로폼, 페트병 등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관련 이슈가 촉발된 것이다. 대책 마
성경 중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바벨탑이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라고 성경은 말한다. 벽돌을 굽는 행위는 강도를 높이고 역청은 방수·접착을 의미하는 건축 기술이다. 바벨탑 이야기는 건축의 역사이며 다양한 언어와 문화의 기원이라고 한다. 고대 인류가 정착생활하지 않고 유목생활하던 시대에 잦은 거주지 이동이 새로운 재료를 등장시킨다. 바로
아침을 먹고 그 다음 간 곳은 불국사(佛國寺). 우리가 수학여행이나 다른 단체 및 개인적인 여행을 통해 가장 많이 간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개의 경우 불국사에 도착하면 곧 바로 대웅전 영역으로 가서 석가탑, 다보탑을 본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다른 관점에서 불국사를 보는 방법을 제안해 본다. 먼저 안양문 및 자하문 앞마당에서 불국사 석축을 바라보는 것이다. 90m에 이르는 이 석축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성이 복잡해 보이며 좀 현란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조회시간에 운동장에서 오와 열을 맞춘 것처럼
철근 콘크리트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원예가 조셉 모니에(1823-1906)다. 쉽게 깨지는 화분 때문에 고민하던 모니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진흙으로 구웠던 화분에 철망을 넣어 시멘트를 붙힌 화분으로 제작했다. 이때는 철사를 넣은 형태였으나 이 화분으로 많은 돈을 벌여 들였던 모니에는 화원을 개조할 때 화분을 제작했던 기법을 확대해 화원 안 경사지에 계단, 교량의 아치 등에 사용했다. 이것이 철근 콘크리트의 시작이다. 18세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개발된 포틀랜드 시멘트는 점토와 석회를 섞어 만든 것으로 이를 활용한 콘크리트는 전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실질적 출발이 시작됐다. `2050 탄소중립선언`,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2월 23일 건물·수송 부문의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이 수립·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후 이를 대비하기 위해 2019년 6월 제로에너지건축물 단계적 의무화 발표로 본격적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가 시행된 바 있다. 2020년부터 공공건물 제로에너지건축물 의
건축에 몸담은 지 30여 년 지나다 보니 직업병이 생겼다. 거리를 걷거나 영화를 보아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도시 모습과 건축물인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나오는 많은 시리즈 및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지정생존자' 안의 도시재생이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건축가 엘리트다. 잘나가던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그는 신도시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정부 서열 11위인 주택국장이 되었다. 정부 각료가 테러에 의해 거의 다 죽고 지정생존자였던 주인공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 겪게 되는 많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영화다. 어느
며칠 전 제주 지진으로 나라가 한바탕 떠들썩했다. 제주 서남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된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2017년 11월 우리를 놀라게 한 포항 지진을 떠올려보자. 규모 5.4의 포항 지진은 부상자 135명, 1700여 명의 이재민, 2297곳의 건축물 피해가 발생했으며 재산상 피해는 3323억 원에 달했다. 제주 지진과 포항 지진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지진 규모는 0.5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지진이 가지는 에너지를 계산할 때 규모 1의 차이는 에너지로 32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쉽게 확인 가능한 일상이 됐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 의무를 부여하는 교토의정서 채택(1997년)에 이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2015년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파리협정을 비준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도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계단이 잠시 우리 사회 화두가 된 적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계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층과 계급문제를 보여주었다. 공간에 고정체로 지나치던 계단은 영화의 배경인 가정부의 남편을 숨겨두었던 지하벙커, 송강호의 반지하 주택, 박 사장이 살고 있는 2층의 대주택을 통해 빈부의 격차와 이로 인한 권력을 미장센으로 보여주었다. 각각의 공간은 기다란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힘겹게 올랐을 때 보이는 다른 세상은 눈높이를 통한 연출로 그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계단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과거의 인류가 비
최근 기후위기로 건물, 교통, 산업, 폐기물 등 다양한 분야의 온실가스 저감 등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노력이 촉구되고 있다. 특히, 건물 분야에서는 그동안 신축 건물을 중심으로 대응해 왔고, 이제는 기존 건물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부처에서는 발 빠르게 대응하며 공공건축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의무화 등의 정책 및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민간의 움직임은 저조한 상황이다. 그 이유로 리모델링이 신축에 비해 쉽지 않아 차라리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적으로 신축이 훨씬 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