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에서 건축이라는 단어는 일상화되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건설이라는 단어와 유사한 뜻으로 혼용하고 있기도 하고, 건물이라는 단어와 별다른 구분 없이 병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문화권에서 건축은 'architecture', 건설은 'construction' 혹은 'building', 건물은 'building'으로 지칭하고 있는 것과 같이 건축은 차원을 달리하는 개념이다.건축의 의미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에 오늘은 서사(敍事)라는 개념을 더하고자 한다. 국어사전에서 서사(narrative)는 '사실을 있는 그
지금 한반도에는 강력한 한파가 계속이다. 예상보다 많은 눈과 추위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은 경기와 우리의 마음에 더욱 더 춥고 매서운 한파로 느끼고 있다. 참고로 한파주의보는 10월~4월의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이상 내려가는 저온현상으로 인한 피해 예방을 위해 발령하는 기상특보다.필자는 지금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한파가 온다는 예보에 계량기 동파 방지를 위해 헌옷을 넣어 두었고 혹시나 얼지 않도록 열선을 구입해 감아놓았다. 그러나 한파는 기어이 우리 가족을 난민 아닌 난민(?)의 삶으로 바꾸어 놓았다. 간밤에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코로나의 확산세도 거세다. 방역 단계를 올렸음에도 쉽게 잡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기세를 떨치고 있다. 병역전문가들은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과 전파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일반적인 독감처럼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라 예측한다. 즉,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 금방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공간도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변화에 대응하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해 내내 소규모, 중대형 매장과 사무실의 공실률이 상승하고 임대료는
2020년이 지나고 있다. 한해의 마지막 12월이 되면 연말의 분주함과 함께 거리의 들썩임과 새해의 새로움에 바뻐졌던 마음이 올해는 책상 위 놓여있는 연하장에서 그 조각을 어렴풋이 떠올리는 건 올 한해가 힘겹고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방탄소년단이 부른 한글 가사 곡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빌보드 62년 동안 처음이라니 대단한 일이다. '라이프 이즈 고'라는 곡은 코로나19로 인한 아픔을 딛고 나아가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해선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우리의
우리의 건축은 지금 혼돈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을 펴고 있지만 부동산 광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풍선효과를 보이며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에까지 부동산 열기가 대단하다. 젊은 층에서는 주식투자를 위해서 그리고 장년·노년층은 부동산투자에 '영끌'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불안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동일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재건축, 재개발, 신규에 따른 공동주택 분양 관련 행사는 성황리에 끝난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눈앞에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공간 중 하나인 광화문광장은 옛 육조거리다. 그 정점에는 경복궁 권역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은 광화문 문루로부터 근정전 지붕을 거쳐 북악으로 광장 중심부 시야를 연장시키고 있지만 1995년 광복절까지는 네오 바로크(Neo-Baroque) 스타일의 거대한 석조건물이 시선을 가로채고 있었다. 현재 천안 독립기념관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에 잔해를 남기고 있을 뿐인 옛 조선총독부 청사다. 옛 조선총독부 청사는 독일인 건축가 게오르크 데 랄란데(George de Lalande)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91년 소설 '개미'를 출간해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 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오른 소설가다. 1961년 프랑스 출생이다.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돼 23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있는 그의 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어는 바로 '상상력'이다.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우리나라에 2011년 발행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이라는 629페이지의 진짜 잡학사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체 383가지의 다양한 소재(1+1=3, 타지마할,
미래 학교를 논할 때 교사, 학생, 지역주민, 전문가들의 협력은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학교 구성원과 지역주민을 교육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이고 더디지만 어느 정도 지역별로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 여러 시행착오와 새로운 발견으로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마무리하는 것은 결국 건축사의 몫이다. 따라서 학생과 교사, 전문가의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건축사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예전 추억의 '러브하우스'나 최근 인기 있는 '구해줘 홈즈', EBS '건축탐구-집' 등 집을
지난주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건축산업대전(KAFF 2020)이 열렸다. 건축에 사용되는 여러 건축자재 전시회다. 건축문화산업 발전과 함께 건축인과 일반인(미래의 건축주) 간 자재 정보 교류, 화합과 축제의 장소이기도 하다. 수많은 자재는 단열, 화재 안전, 미세먼지, 유지관리 등 현대의 건축이 안고 있는 현안을 논할 기회도 됐다. 건축자재의 안전성과 표준화 그리고 기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시대에 우수성이 입증된 자재의 정보 제공과 선택의 기준을 제시했으니 건축인과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전시회가 됐을 것이다. 건축에는 수많은
건축학과 신입생들에게 건축학을 소개하면서 건축의 가치를 설명할 때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을 인용한다. 2차 세계대전 중 소실된 영국 의회 의사당 하원의 복구를 다짐하며 1943년 10월에 한 연설의 일부분이지만 건축의 역할에 대한 명쾌한 정의로 인용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개념은 건축 규모에 상관없이 반영되고 있다. 한 뼘에 불과한 작은 오두막일지라도 정성스럽게 지어졌다면 한 가정의 행복하고 든든한 보금자리로 기능한다. 압축된 경제 성장과정을 겪은 우리나라에서는 그간의 과정에서
유발 하라리 교수의 저서 '사피엔스'는 인간의 역사를 기존의 시각과 다르게 쓴 책으로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농업의 시작을 창세기 이래 최대의 사기극으로 일갈하며 '지금의 문명적 발전이 인류에 행복을 전달했는가'라는 질문과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대한 인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현재의 번영을 전혀 다른 시선에서 생각하는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피엔스 속 농경사회에 '우리가
미래 교육에 관해 얘기할 때 이른바 미래학자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흥미롭게 듣는다. 4차산업혁명이나 AI 시대 등 엄청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다음 세대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러한 자극적인 전망이 불안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삶은 항상 변화와 함께하므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기보단 현재의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교육을 위해 이러한 인식은 더욱 중요하다.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의 소장은 현존하는 많은
하늘이 참으로 청명하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 계절 가을. 기나긴 장마도 가고 뜨거운 여름도 갔다. 온 산을 물들이는 곱디 고운 가을 단풍놀이 한번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바람에 구름 흘러가듯 시나브로 지나가고 있다. 가을걷이로 마무리하는 들녘의 풍경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과 따뜻함을 찾게 하는 겨울을 준비하라고 살짝 귀띔해 주는 듯하다. 얼마 전 친구로부터 작은 제과점 설계를 의뢰받았다. 오랫동안 임대건물에서 제과점을 운영했지만 임대료가 부담돼 가게를 비워주고 다른 곳을 알아보던 차에 도시 근교 시골에 자그마한
해마다 이즈음이면 전국 각 시·도에서 건축문화제가 열린다. 대전·충남·북 역시 올해에도 비대면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 16일 개막했는데 올해 주제로 '틈새건축'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틈새건축은 말 그대로 도시의 자투리 공간, 즉 틈새에 대한 새로운 건축적 인식을 의미한다. 건축물 뿐 아니라 공간 활용과 생활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으로까지 그 의미는 확장된다. 이제 건축에 대한 관점이 조금 더 실제 생활영역에서 논의돼야 될 때라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다. 굳이 명제화하지 않
뉴욕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설계사무소를 다니면서 마음속 휴식을 주던 숨어있는 장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짧은 글로는 각 지역에 위치한 맛있는 커피와 맛집을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뉴욕의 풍경을 건축적인 배경 지식을 가지고 둘러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센트럴파크와 마천루로 둘러싸인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모습을 상상하며 뉴욕 여행을 왔다면 지저분한 길거리와 악취 나는 지하철의 모습에서 실망하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여행자로 잠시 머물다 보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풍경이지만 나태주 시인의 글처럼 '자세히 보아야
최근 교육부는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인구 구조 변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한 교육환경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장기 경기침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아래 이를 미래 교육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로 삼아 모두를 위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한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다소 산발적이던 교육 관련 정책들이 중장기적 로드맵을 바탕으로 연계·융합되는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같은 부처 조직 간에도 정책 수립부터 서로 협업하
며칠 전 벌초를 다녀왔다. 삐죽삐죽 자라있는 산소의 잔디와 무성한 주변 잡초는 연중 행사로 치러지는 벌초작업으로 깨끗이 정돈됐다. 요즘 많은 이들이 산소를 정리한 후 가족 납골당으로 조성해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뿐 아니라 평시에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추모의 공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말끔히 정리된 봉분을 보면 깎아 놓은 알밤처럼 이쁘고 정갈한 것이 이엉으로 갓 지붕 수리를 마친 초가지붕 같다. 지붕의 사전적 의미는 비, 햇빛 등을 막기 위해 집의 위쪽을 덮은 부분으로 정의된다. 지붕의 종류는 마감 재료에 따라 초가, 기와, 함석(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 2주 만에 다소 완화되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상당한 시간을 이전과 같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의 예측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그 시간은 적어도 앞으로도 1년 이상이 될 것 같고 우리나라 역시 그와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본성은 상당히 제한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현재 사회의 전통적 주류가 보여 온 역동성 역시 외향적으로는 정체 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때에는 스스로를 돌아
어느 날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건축물이 무엇인지 물어오던 지인이 있었다. 선뜻 답하긴 어려웠으나 떠오른 건 건축을 공부하던 때 답사를 다닌 장면들이다. 낙동강의 하얀 백사장과 병산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병산서원 만대루의 아름다움, 하루종일 걷다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어느 산사의 토단에 앉아 느꼈던 싱그러운 바람과 풍경 소리, 통도사 전각들의 중첩된 지붕의 장중함과 그 사이 스며들듯 물든 푸른 하늘. 그때 기억은 자연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소쇄원의 정원과 더불어 나의 건축작업에 많은 영향을 끼친 기억
교육부는 지난 7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의 대표과제로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시된 4가지 목표 중 하나는 '저탄소 제로 에너지를 지향하는 그린 학교'다. 주요 내용으로는 건물 에너지 절약과 학생 건강을 고려한 제로에너지 그린 학교를 만들고 학교가 그 자체로 환경교육의 콘텐츠이자 교재가 되어 탄소 중립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단열 성능 개선,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열 교환형 환기장치 등을 설치해 제로에너지 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