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주의 또는 현대주의로 번역하는 모더니즘은 예술사에서 일반적으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시기를 일컫는다. 모더니즘은 과거의 전통적인 가치와 관습을 부정하고 과학과 객관성, 산업화, 시장경제, 개인주의 등의 가치를 중시하였다. 건축에서 모더니즘 또한 과거의 장식적이고 형식 위주의 유럽건축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료와 기술, 기능을 바탕으로 무장식의 입방체 순수형태를 추구하였다. 일부 건축학자들은 건축의 모더니즘은 영국 런던에서 최초의 세계박람회가 개최되었던 1851년부터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푸르이트-아이고 주거단
최근에 개장한 '솔올미술관'이 화제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한 건축가의 작업이기도 하지만, 화려한 현대미술관이 쉽게 들어설 수 없는 지방의 중소도시인 강릉에 자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백색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미국의 리차드 마이어다. 1934년생으로 당시 이미 90살에 가까운 나이기도 하고, 2018년에 불미스러운 일로 강제적으로 은퇴를 하여, 직접 설계 작업을 맡아서 진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차드 마이어 특유의 디자인 DNA가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수많은 건축, 디자인, 예술 애호가들의 이목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이 8글자는 우리나라 건축을 대표하는 글귀 중 하나로,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삼국사기에 기록된 이 문장은 기원전 4년 1월, 백제 첫 번째 왕이었던 온조왕 대에 궁궐 모습을 적은 기사 내용이다. 비록 백제 한성기 궁궐 모습에 관한 기사이지만, 이 내용은 백제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옛 건축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여러 역사서의 "고구려의 풍속은 음식은 아껴 먹으나 궁실은 잘 만들었다"라는 내용을 통하여 고구려는 검소한 생활 속에서
뉴스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세계 최저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또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주거 문제를 손꼽았다고 한다.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오명처럼 전 국토를 아파트가 채우고 있지만 서울 신축아파트의 평당 분양가가 4000만 원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젊은이들에게 결혼과 신혼집, 출산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낭만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올해 공공기관 146곳의 신입사원 평균연봉 또한 약 40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한국 최초의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는 1964년 대한주
타임스퀘어의 추악한 쇄락을 살펴본 지난 기고에 이어 본 기고는 타임스퀘어 재생의 가장 큰 축인 극장의 보존과 개발의 공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타임스퀘어의 재생, 특히 지역의 밀집된 낙후된 극장에 대한 고민은 당시 뉴욕시의 개발과 보존에 대한 논쟁의 역사를 대변한다. 20년대 극장의 폭발적 증가로 화려한 간판으로 뒤덮인 브로드웨이는 그레이트 화이트 웨이로 불리며 명실상부한 뉴욕시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극장지구로 대변되는 타임스퀘어는 1970년대를 정점으로 가장 처절한 몰락을 경험했다. 당시 타임스퀘어를 배경으로 한 미
사람에게 DNA에서 비롯된 지문과 손금이 있듯이, 도시는 저마다 고유한 무늬를 지닌다. 도로를 연결하는 선형, 블록을 구성하고 그 내부의 필지를 구획하는 방식, 자연을 포용하는 태도들이 모여 일정한 도시의 패턴을 만들고, 이는 특정한 도시를 상징하는 문장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지도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곳이나 원한다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도시의 무늬는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도시의 무늬는 단지 흥미로운 패턴을 지닌 추상화를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표적인 강학공간이라 하면, 충남 논산에는 돈암서원이 있고, 경북 안동에는 도산서원이 있다.두 번째 소개하는 아름다운 내용을 담은 전통건축은 경북 안동의 도산서당이다. 지난 칼럼에서 만나 본 돈암서원은 율곡 이이의 직계제자의 서원이라 하면,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의 서원이라 할 수 있다.조선시대 성리학의 원리와 정치의 개념이 상호 대립과 융합을 반복하였던 두 세력의 건축 모습은 어떻게 출발하였는지는 돈암서원의 응도당과 도산서원의 도산서당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돈암서원 응도당은 주자가례에 근거한 김장생선생의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해서 없어질 때까지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건축물의 주인이나 이용자가 바뀌기도 하고, 처음에 계획했던 용도 자체가 바뀌기도 하고, 층수와 규모가 바뀌기도 하며 벽돌집이 유리집으로 바뀌기도 한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 서울에서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혔던 성수동 일대의 구두 공방과 공장들이 최근에 카페나 갤러리, 공연장 등으로 바뀌면서 많은 이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한 모습은 놀랍다. 반대로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옛 조선총독부 청사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신세에 처한 기구한 일생을 가진
타임스퀘어의 기원과 새해맞이 행사에 대한 지난 기고에 이어 본 기고에서는 그 흥미로운 역사 중 쇄락의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0세기 초 타임스퀘어는 뉴욕시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번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번영은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거치며 최악으로 추락했고, 추후 반세기 이상 뉴욕시의 대표적인 슬럼으로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이는 뉴욕시를 일컫는 여러 별명 중 '정글'이 의미하는 그 화려함 이면에 가려진 어두움의 양면성을 대변한다. 당시 상황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를 위해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로버트 드니
도시의 공공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생산요소이다. 공공의 통제와 조절이 없다면 도시는 순식간에 자본의 개발에 의해 점령되어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들은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다시피 할 것이다. 공공공간은 이렇게 취약한 도시에서 복리를 증진시키고, 경관의 질을 향상시키며, 녹지 확충을 통한 환경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역할을 한다. 물론 때로는 종교, 정치 등 강력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되기도 하지만.수천 년 역사를 지닌 유럽의 도시들은 오랜 시간동
전통건축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우리의 삶과 역사를 담아 전해준 거울이다.또한 각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가 응축된 결과물로 당시를 살아간 옛 선조들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첫 번째 소개하는 아름다운 내용을 담은 건축은 논산 돈암서원의 응도당이다.응도당을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는 돈암서원이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으로 지정된 충남의 대표적인 국가유산이며, 강당인 응도당은 보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국내 문화재 지정이 사적과 보물, 그리고 세계문화유산까지 지정되었으니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건축과 함께 한다. 한 건물 안에서 신생아 탄생의 기쁨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이 일상적으로 공존하는 병원 건축과 같이 건축은 태생적으로 모순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 건축은 쉽고도 어려운 분야이다. 누구나 건축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건축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흔히 건축가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비유하는 이유는 하나의 건축물이 설계되고 완성되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각기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를 지닌 이들이 관계하는 가운데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발생하는 수많
올해도 보신각 타종 행사와 함께 아쉬운 한해를 보내며 새로운 2024년을 맞았다. 우리에게 이 행사는 1953년부터 70년째 이어져온 한국을 대표하는 새해맞이 행사이다. 세계 주요 대도시는 그 도시를 대표하는 새해맞이 행사를 가진다. 가장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시는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한해의 마지막 날, 밤 11시 59분, 새해 연도가 표기된 안경을 쓴 군중이 마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지막 10초를 카운트다운하며 원 타임스퀘어(One Times Square) 건물에서 크리스탈 볼을 하강하며 새해 시작을 축하한다. 오늘날 타
새해 첫날 부터 일본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 역사상 진도 7을 관측한 지진으로는 7번째라고 하니 예삿일은 아니었다. 필자는 연말 일본여행을 마치고 귀국비행기에 오르면서 이 소식을 전해들어 충격이 더 컸다. 비록 일본 본토가 아닌 오키나와섬이었지만, 여행 중 오키나와의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슈리성을 인상 깊게 돌아본 터여서 많은 상념에 빠지게 했다.슈리성은 오키나와의 나하시에 자리한 옛 류큐왕국의 왕궁으로 오키나와에서 가장 화려한 유적지이자, 일본 본토나 같은 문화권에 속한 한국과
코끝이 빨갛게 시린 겨울이 오면 꽁꽁 언 개천가나 추수 끝낸 논두렁 하늘공간에는 자유롭게 꼬리를 펄럭이며 날고 있는 연들을 볼 수 있다.역사적으로 연은 신라 진덕여왕 때 김유신 장군이 연에 불을 달아 군사의 사기를 올림으로써 반란을 잠재웠다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며 최영 장군은 군사를 연에 매단 병선을 활용했고 이순신 장군도 임진왜란때 신호연으로 연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연은 군사적인 목적과 통신수단을 주목적으로 사용되다 영조대왕 때부터 대중화 되어 일반인들도 즐기는 민속놀이로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연을
친구들끼리 '빡빡산'이라고 부르던 돌 무더기 동산이 있었다. '빡빡산'은 우리에게 롯데월드이자 에버랜드였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 몇 개를 두고 하루 온종일 갖가지 어드벤처를 즐기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택지를 정리하며 발견된 암반들의 일부가, 헐벗어진 능선 위에 버려진 것이 '빡빡산'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20년 후 대학원에서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면서였다.동네에는 어머니의 교회 집사님이 운영하시던 오락실, 같은 반 친구네 슈퍼마켓, 전교 학생회장네 인테리어 가게 등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었다. 꼬마 시절의 동
지난 기고에서 소개한 뉴욕시의 숨겨진 역사이자 네이버후드인 세네카 빌리지에 이어 본 기고엔 뉴욕시 파이브 포인츠 지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2002년 개봉한 1800년대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현재 세계 최고 도시로 성장한 뉴욕시의 기틀을 제공한 뉴요커의 진정한 강인함을 보여주며, 특히 2001년 911 테러로 절망과 슬픔에서 재기하고자 노력한 당시 분위기에서 뉴요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일깨우며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일반적으로 뉴욕시의
"잘 잤니 땅아, 잘 잤니 해야, 잘 잤니 나비야…" 괴화산 나무그루터기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부르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조용한 노래는 오늘도 상쾌한 아침이 왔음을 자연에게 알리면서 수업시간이 시작된다.솔빛 숲 유치원은 '얘들아 숲으로 가자'라는 자연생태 숲 체험교육을 목표로 자연과 아이들 사이를 잇는 매개 공간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공공 단설 숲 유치원이다. 유치원은 괴화산에 인접한 4-1 생활권 반곡동 183번지 일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 기반 시설로 문화공원과 약 1만 2300㎡의 유아 숲 체험원이 있다. 부지면적은
건축에 있어서 경제적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이것은 단지 저렴하게 건축물을 짓자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경제적인 디자인은 여러 측면에서 비용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건물을 계획하고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학의 기본원리는 비용 대비 편익이라 할 수 있다. 즉, 투입된 자본에 비해 그것으로 돌아오는 편리함과 혜택 등이 주요 관심사다. 건축은 단지 그림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지어지고 그 안에서 원래의 목적에 맞게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적잖은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건축은 경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라
현대 도시계획 분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저작물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닌 기자 출신의 제인 제이콥스가 1961년에 쓴 책이다. 뉴욕 맨하튼의 소규모로 잘게 쪼개진 도시 블록 그리드가 만드는 도시 환경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평가했던 제인 제이콥스의 책은 도시계획의 가장 설득력 있는 저서로 꼽힌다. 제인 제이콥스는 다양한 토픽을 통해 현대 도시계획이 지켜야 할 가치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작은 필지들로 구획된 도시 블록이 지닌 가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