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계획 분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저작물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닌 기자 출신의 제인 제이콥스가 1961년에 쓴 책이다. 뉴욕 맨하튼의 소규모로 잘게 쪼개진 도시 블록 그리드가 만드는 도시 환경을 이상적인 공간으로 평가했던 제인 제이콥스의 책은 도시계획의 가장 설득력 있는 저서로 꼽힌다. 제인 제이콥스는 다양한 토픽을 통해 현대 도시계획이 지켜야 할 가치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작은 필지들로 구획된 도시 블록이 지닌 가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지난 9월 서울시는 서울광장 13m 지하에 숨겨져 있던 지하공간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40년 동안 정확한 용도와 건설시기 조차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공간인 이곳은 도심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간연계를 통해 시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도시의 숨겨진 레이어는 다양한 관점에서 현재의 도시와 그 형성과정을 유추하게 하고, 과거로 회귀해 현재에 대한 맥락을 제공하므로 그 의미를 더한다. 이에 지난 기고에서 소개한 맨해튼의 문화적 다양성을 형성하는 네이버후드에 이어 뉴욕시 센트럴 파크
일본 후지미 중·고등학교는 1924년 9월 후지미 여자고등학교로 설립된 후, 1948년 여자중학교를 설립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사립학교이다.후지미 중·고등학교는 2021년 시작된 우리나라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보다 조금 이른 2013년-2018년에 학교 전체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연차별 추진계획에 따라 본격적인 증·개축이 이뤄져 현재의 학교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13년 하반기 공사준비단계로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정비하고, 공사차량동선확보를 위해 북측 교사동 일부를 해체 후 보강작업을 선행했다. 이어 2014년 3월-2
마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처럼 이번 글의 제목은 주차장과 공원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시작하려 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교는 계룡산 국립공원의 한 자락인 수통골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국립공원 인접한 곳에 대학교가 입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다 도심에 비해 확실히 좋은 공기와 물, 이것만으로도 참 축복받은 곳에 직장이 있는 셈이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게다가 과거엔 정신병원이 갖는 부정적 장소 이미지로 인해 다소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학의 건축학과는 5년제가 주를 이루며 대부분 건축학교육프로그램 인증제도(이하 건축학인증)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건축학인증은 국내에서도 세계건축사연맹(UIA) 권고에 맞춰 건축교육에 대한 기준과 함께 인증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국가 인정 전문 자격인 건축사를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2000년대 시작됐다. 즉 건축학인증은 건축학 교육이 지니는 품질과 교육기관 수준을 평가하고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이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
뉴욕시를 구성하는 자치구인 맨해튼은 멜팅 팟(Melting Pot)으로 불리며 문화적 다양성을 에너지로 성장한 뉴욕시의 심장이자 영혼이며 메가시티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반면 그 이면에는 콘크리트 정글로 대변되는 물리적 성장에 기대어 온 도시화, 사회적 양극화, 개발과 보존의 논쟁과 함께, 주거, 빈곤, 범죄 등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노출하였다. 뉴욕시는 그 대응으로 물리적 환경, 사회, 경제, 문화를 포괄하는 도시의 종합적인 작동 방식을 고려한 공공부문의 제도적 실험과 자생적 민간 참여를 통해 현재의 균형된 도시환경으로 진화되었다
'교과교실제' '고교학점제'라는 단어는 중등 과정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본 단어일 것이다. 교과교실제는 각 교과 특성을 고려한 전용교실을 갖추고 학생들이 수업시간마다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학교운영방식으로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학교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그 중에서도 선진형교과교실은 교과별 교과교실, 학과 홈베이스, 미디어스패이스 등 학생지원공간을 갖추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과목 이동수업을 운영하게 된 것인데 선택교과목에 따른 고등학교과정의 고교학점제 운영방식과 유사하다. 현재 중학교
며칠 전에 대전시 공무원 몇 명이 학교로 방문해서 차담회를 한 적이 있다. 안건은 현재 시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공연장과 미술관 건립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의 예술의 전당과 시립미술관이 포화 상태라 국제지명공모 방식으로 다른 부지에 추가 건립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필자가 그동안 다양한 설계공모에 대한 관리용역 등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관련 자문을 구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미 먼저 시행한 서울시의 명품 공공건축물에 대한 혁신방안을 벤치마킹하는 것 같다는 인상도 들었다.대상부지는 유등천과 대전천이 만나는
건축계의 가을은 지난 1년 간의 활동을 돌아보는 중요한 시기이다. 올해에도 서울의 도시건축비엔날레를 필두로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성과를 한데 모아 건축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건축문화제들은 건축문화와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하는 건축계의 노력으로 마련되는 행사이다. 건축계 내부의 자화자찬격인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시민 사회에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건축문화제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게 된다.건축문화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개최된다. 따라서 지역의 건축과 도시의 전망에 대한 담론을
미국의 암흑기로 평가되는 1960년대 뉴욕시를 배경으로 한 제인 제이콥스와 로버트 모세의 대립은 양단의 극이 동일한 시간과 지리적 범위에서 충돌한 도시개발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이벤트로 평가받는다. 이는 도시개발에 대한 대립된 사고적 가치의 치열한 논쟁을 대변하며, 미국 도시개발의 방향성과 구조적 재편을 야기해 현재 도시개발에서 강조되는 재생적 가치의 근간을 제공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평가된다. 이에 필자는 본 기고에서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대변하는 두 거장의 대립을 살펴 시민 참여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일본의 학제는 유치원, 초·중·고로 우리나라와 동일한 편성으로 되어 있다. 이에 지난번 유치원, 초등학교에 이어 세 번째로 중학교로 도쿄에 위치한 카키타구 구립 타바타중학교를 소개하고자 한다.이 학교는 기타시 전체 학교 재구조화 계획으로 원래 초등학교 부지였던 곳에 중학교가 계획된 학교다. 해당 학교는 주택으로 둘러싸인 연면적 7222㎡의 좁은 교지에 지상 8층의 교사동과 2층의 체육관 등을 갖춘 고층학교로 지어졌다. 교사동이 8층이며, 건축면적이 컴팩트하게 설계가 된 것은 지상층의 운동장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고 주변 도로의 공개공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건축의 세 가지 요소인 기능, 구조, 미(美)는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축물은 기능이 바뀌고 구조도 보강되며 미적 모습도 얼마든지 탈바꿈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건축을 말하고 원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런 표현 자체가 다소 막연하다는 인상이 든다. 규모와 용도에 따라 공공건축물이냐 민간건축물이냐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담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국내에 건축학교육이 5년제로 전환돼 운영된 지도 20년이 지났다.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면성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문득 일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 공사 수주액은 20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공공건축 부분의 발주액만 55조 원에 달해 여전히 공공부문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생활환경에 미치는 공공건축의 영향은 발주액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공공건축은 주택 뿐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기반을 이루는 공공업무시설과 문화시설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공공건축을 짓고, 시민들에게 어떤 공간 경험을 선사하느냐는 그 사회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차대한
뉴욕시 맨해튼 서쪽의 허드슨 강 인근에 위치한 하이라인 파크는 현재 세계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영국 유명 건축가인 토마스 헤드윅이 설계한 리틀 아일랜드와 허드슨 야드 지구의 베슬과 연계돼 관광객의 가장 핫한 방문지인 동시에 시민들에게 색다른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공녹지공간이다. 하이라인 파크의 재생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밀의 도시에 버려진 고가철로를 재생시킨 녹지공간이라는 도시적 관점을 기본으로, 필자는 시민 참여로 주도되는 그 과정적 혁신에 주목한다. 이에 본 기고를 통해 하이라인 파크 재생
사이타마현 요시카와시에 있는 미나미소학교.130m에 달하는 동서로 긴 3층 교사동과 운동장을 갖춘 이 초등학교의 첫인상은 보통의 일본 소학교에 비해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큰 규모를 가지게 된 이유는 학교가 위치한 미나미지구는 신시가지로, 인구급증으로 인해 학교뿐만 아니라 주민 공공편의시설이 부족해 이러한 지역 수요를 고려, 학교와 지역주민센터, 노인주간보호센터, 육아지원센터, 어린이 보육시설 등의 복합화시설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스마트스쿨이라는 미래학교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공
날이 갈수록 우리 주변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건축과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다양한 공간과 장소에 대한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동네나 주변의 화려하진 않아도 감성적이고 편안한 레트로 공간들을 찾아 심신의 힐링을 도모하는 것도 일종의 유행처럼 됐다. 이처럼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지역의 특색 있는 개성 만점의 공간들이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면서 SNS 등에 힘입어 경제적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대건축의 최전선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모더니즘의 시대와 68혁명이 사회를 뒤흔들었던 후기근대사회에 건축은 철학과 예술 제분야를 선도 혹은 동행하는 종합예술의 지위를 유지했다. 건축의 지위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패러다임이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점차 시대의 정신을 이끌던 자리에서 내려와 자본에 종속된 서비스의 건축으로 변모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현대건축의 최전선'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간에 우리가 들어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렇다면 질문을 약간 순화해 '한국
최근 충남도와 충남건축사협회를 중심으로 지역 건축사, 건축동아리 고등학생과 건축전공 대학생이 참여하는 캔스트럭션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1992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 행사로 통조림 식품을 쌓아 창의적인 조형물을 만들며, 대회가 마치면 모든 통조림을 지역 푸드 뱅크에 기부한다. 이를 통해 디자인과 공학을 활용한 독특한 방식으로 소외된 빈곤층 삶의 개선을 도모한다. 특히 캔스트럭션의 구조적 특징은 건축을 매개로 모든 관련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 사회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이는 건축부문의 산학관 구성원
필자는 교육시설에 입문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강연을 진행하면서 (사)학교건축창의융합포럼(CFSA)에서 주관한 일본 우수 학교건축 답사의 기회를 갖게 됐다. 해외의 학교, 병원 등에 대한 현지답사는 수개월 전부터 숨은 노력을 바탕으로 성사되기 때문에 흔한 기회가 아니므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스마트스쿨의 미래학교 조성이라는 교육부 국가정책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해외 교육시설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고자 답사기를 시리즈로 써보기로 한다.2017년 캐나다 왕립
필자는 몇 달 전, 본 지면을 통해 '골목길 건축학'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최근 경제학적 관점에서 골목상권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현상 또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 골목상권은 말 그대로 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골목상권이라는 용어 뒤에 현상이라는 것을 덧붙여 합성어로 만든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 또한 혹자처럼 골목상권의 시작을 1990년대 초반 서울 압구정 카페에서부터 살펴본다는 것도 사실 무리가 있다고 본다. 현대적으로 깔끔한 상권 이전에 우리에겐 전통시장 내지는 재래시장이 있고, 그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