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지난 9월 서울시는 서울광장 13m 지하에 숨겨져 있던 지하공간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40년 동안 정확한 용도와 건설시기 조차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공간인 이곳은 도심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간연계를 통해 시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도시의 숨겨진 레이어는 다양한 관점에서 현재의 도시와 그 형성과정을 유추하게 하고, 과거로 회귀해 현재에 대한 맥락을 제공하므로 그 의미를 더한다. 이에 지난 기고에서 소개한 맨해튼의 문화적 다양성을 형성하는 네이버후드에 이어 뉴욕시 센트럴 파크 아래 숨겨진 네이버후드인 세네카 빌리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도시공원설계의 전형적 사례인 뉴욕시 센트럴 파크는 고밀의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는 뉴요커에게 자연과 교감하는 일상을 제공하며 관광객이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세계적 명소로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공원의 역사에는 현재 절대 볼 수 없는 숨겨진 부분이 있다. 이는 공원이 형성되기 전 부지에 포함된 W82가에서 W89가까지 위치한 세네카 빌리지로 알려진 이상적인 지역사회의 존재이다. 그 시대적 배경은 초기 뉴욕시가 로어 맨해튼에 집중된 도심을 제외한 지역이 대부분 전원지역이었던 18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네카 빌리지의 탄생은 뉴욕시의 번성과 함께 치열했던 이민과 인종갈등의 역사와 그 결을 함께 한다. 1827년 뉴욕주가 노예 제도를 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종 차별은 뉴욕시 전역에 만연해 있었고, 더욱이 과밀한 도시환경은 혼잡, 범죄, 폭력 그리고 질병과 같은 도시문제를 야기하였다. 이러한 적대적인 환경은 이 시절 맨해튼의 악명 높은 슬럼지역인 파이브 포인트를 배경으로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갱스 오브 뉴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네카 빌리지는 이러한 문제적 환경으로 부터 흑인들에게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자치공동체에서 살아갈 수 있는 피난처를 제공했다. 이후 아일랜드인, 독일인 이민자들이 이주하여 다양한 인종의 통합된 화합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지역사회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뉴욕시의 급속한 도시화에 대한 우려와 대응으로 1850년대 초, 시는 도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하고자 센트럴 파크를 계획했다. 1853년에 뉴욕 주 의회는 미국 최초의 공원을 위한 부지로 맨해튼의 59번가에서 106번가, 5번가와 8번가 사이의 토지를 수용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는 공공부문이 공공의 목적으로 사유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토지수용권이며, 당시 일반적인 관행으로 맨해튼의 그리드형 공간구조를 형성함에도 활용됐다. 이로 인해 세네카 빌리지의 약 1,600명의 주민이 1857년 말까지 강제 이주됐다. 이 과정에서 시는 해당 지역사회가 건전하지 않은 보존할 가치가 없는 빈곤지역으로 발표했으나 최근 발굴된 출토물과 인구조사 기록을 통해 당시 맨해튼의 중산층 지역인 그린위치 빌리지 보다 부유한 수준의 평균 이상의 학력 수준을 갖춘 지역사회였음을 밝혔다. 세네카 빌리지의 삶에 대한 고증은 제한적이지만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11년 뉴욕시 주요 대학교의 고고학자들은 유적지 발굴을 통해 철제 차 주전자, 주방식기, 석기 맥주병, 중국 도자기 파편, 가죽 밑창과 갑피가 달린 신발과 같은 유물을 발견했다. 이러한 출토물과 함께 교회, 학교, 묘지의 흔적을 통해 그 당시 세네카 빌리지의 삶의 수준을 유추할 수 있다.

세네카 빌리지는 32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도시민에게 고되고 적대적인 도시화의 거대한 파고에서 안정된 삶을 제공하는 자생적 공동체로 해석된다. 현재 센트럴 파크에 작은 표지판으로만 그 흔적을 볼 수 있으나 이는 초기 뉴욕시의 흑인사회의 유산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성장한 뉴욕시의 내재된 특성을 대변하는 지면 아래에 숨겨진 흥미로운 역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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