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사상사를 이끌었던 명재 윤증 선생의 집안은 또한 선대 유품의 소장처로도 명성이 높다. 그런데 2004년 6월 유품 대부분을 국사편찬위원회에 기탁하였다. 2004년 4월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출범하였으니, 불과 두 달 전의 일이었다. 기탁된 뒤, 지나는 길에 고택을 방문했고, 충남에는 유물을 맡길 곳이 없었다는 저간의 말도 들었다. 기탁하지 않은 일부 유물도 걱정이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어느 날 종손이 영정을 모시고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다시 강도가 침입했다는 것이다. 영정은 언제나 제향을 지내는 까닭에
인간에게 천상 세계란 단순히 선(善)한 자가 누리는 사후(死後)의 혜택만은 아니다. 온 우주의 삼라만상을 권장하는 신의 존재이며, 신들이 거주한다는 이상(理想) 세계다. 모든 인류에게 동경과 두려움의 대상이며, 영생을 갈구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신과 행동은 상징적인 신앙과 신앙물로 유래한다. 그 대부분은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비롯되어 동질사회 속에서 형성되었지만, 그 배경은 인간 세계와 천상 세계를 구분 짓는 하늘이다. 나는 이런 인간의 현상적 대상을 ‘새’로 보았다. 예로, 우리 문학 중 흥부전에 나오는 제비나, 동양의 견
꽃도 저마다 피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가 되었다고 반드시 꽃이 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꽃이 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우리 사회에 화해와 용서, 화합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으로부터 여야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화해하고 용서하고 화합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것을 보면 금방이라도 우리 사회가 화해와 용서, 화합의 향기로 뒤덮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참으로 좋은 느낌이고 징조이다.중요한 것은 좋은 느낌과 징조의 끝이 좋은 매듭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발전의 최대
이번 여름방학 때, 필자는 보름간 도보 성지순례를 하고 왔다. 스페인 북쪽 120㎞ 거리를 걸어 북서쪽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순례(Camino de Santiago)를 했다. 이번 순례 주제는 한마디로 ‘다양성’이었다. 참가자들도 8개국의 다양한 국적을 가졌고, 참여자들 역시 10대-70대까지 세대와 남녀가 정말로 다양했다. 대부분 한국과 일본 참가자여서 양국의 만남은 다양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았고 그 길은 분명 가능했다. 한국의 수연 양과 일본 청년 가지 상은 모국어밖에
금년 3월 목동초로 첫 출근한 날부터 내 주위를 맴도는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름을 물어봤지만 소용없었다. 물끄러미 쳐다보다 사라지곤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옆 반에 다니는 소영이로 장애가 있는 어린이였다.그 후로 나는 그 아이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먼저 “소영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묵묵부답이던 소영이가 어느 순간부터 미소를 띠며 어설프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어루만져주며 엄지를 펼쳐 보이곤 했다.요즘은 내가 바빠 그냥 지나치기라도 할라치면 오히려 소영이가 “선새니~임!!”하고 정확지
요즈음은 규제 완화가 화두인 듯하다. 지나친 규제를 과감히 푸는 것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나 시민생활의 편의를 위하여 환영할 일이다.건축사 업무에 거대자본의 진출이 이미 허용되었고, 건축사사무소의 상호에 관한 규제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건축사법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는 등 업계는 또 한 차례 큰 파동이 예상된다. ‘건축사’라 함은 국토해양부 장관이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의 업무를 행하는 자를 말한다. 이는 건축사법에 명시된 건축사의 정의이다. 건축사는 우리나라의 건축문화를 이끌어 온 매우 중요
그동안 전통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비가림 시설을 설치하고, 깨끗한 주차장과 화장실이 만들어졌다. 상인들에게 친절서비스와 상품진열방법을 교육하고, 경영혁신사업을 통해 파격 세일 행사와 쿠폰제가 실시되고 있으며 이제는 시장에서 주차 도우미도 만나볼 수 있다. 전통시장이 주차 불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설 노후화와 서비스 부족으로 고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다.이러한 지원을 통해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상인들을 보
일(work)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무엇을 이루려고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이라고 나와있다.필자도 어떻게 경영하고 일을 해야 꿈을 이루고 고용창출을 하며, 직원들이 안정 속에 즐거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자주 하게 된다.공자님 말씀에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기만 못하다)라고 하여 일을 함에 있어서 즐거움을 강조했다. 속담에도 ‘피해갈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했듯이 일을 선택함에 있어서
전통시대 각 고을에는 진산(鎭山)이 있었다.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산악이다. 관아가 등을 지고 있는 진산에는 흔히 외침을 대비하는 산성이 있었고, 고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당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그 사당에 모셔진 산신 중에는 실제 인물인 경우가 있다. 조선 초기까지는 흔히 고을의 안위를 좌우했던 인물을 성황신으로 모셨고, 그 이후에는 다만 성황신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했을 뿐이었다. 흔히 그들에 대한 제향을 지내는 시기에 놀이판도 벌어졌으니, 지금으로 치면 지역축제가 열렸던 셈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강릉 단오제 또
지난 화요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永眠)했다. 사람들은 ‘영욕(榮辱)의 삶을 살다 갔다’고 하지만, 역사는 그를 제대로 기억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 가운데 가장 오해받았던 사람이 DJ였다. 아직도 그를 떠올리면 죄송한 마음부터 앞선다. 필자의 고향은 대구이다.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고향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당시 나의 고향에서 DJ는 일부 지식인을 제외하고는 ‘빨갱이, 거짓말쟁이, 전라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생을 마친 지금도 이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학
대전의 4년제 미술대학은 매년 대략 600여 명의 예비 미술인을 모집, 배출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들은 졸업 후에 전국에서 작가, 미술교육, 미술행정, 미술경영 등에서 활동한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전지부 회원은 1000여 명에 이르고, 그만큼 우리에겐 우수한 미술인재 양성 교육기관과 활용 인력이 있음이다. 간혹 여기에 ‘그런데, 왜?’라는 푸념의 문제는 크게 이렇다. 첫째, 미술문화 지원의 행정적 인식 부족이다. 지역의 화랑은 대관 및 지원금 수혜 외에 관람료 등 영업이익 창출이 어렵
경기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 없는 경제성장까지 나타나고 있어 일자리 창출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현안 중 하나이다. 정부에서도 희망 근로 프로젝트와 청년 인턴사업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고용대책은 재정확대를 통한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한다.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92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만9000명(20.6%) 증가하여 실업률 3.7%로 전년 동월 대비 0.6%p 상승하였
지난 6월 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아직 정확하지 않지만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숨을 거뒀다. 심장돌연사(heart attack), 이 병은 한국인에게도 가끔 보이지만 그보다는 주로 미국인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병도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따라 나타나는데, 미국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마음 안에 담아두지 않고 어떤 방식이든 타인에게 그것을 풀어낸다. 다시 말해 받은 스트레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공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푼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이든 알지
‘따르릉 따르릉’, ‘삐요~삐요~’, 번갈아 울려대는 세 개의 알람이 아침을 깨운다. 부랴부랴 식사 준비, 출근 준비, 아이들 등교 준비…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어느새 학교에 와 있다.올해는 중 1학년 담임이면서 동시에 중학생 학부모다. 오늘은 우리 반 하경이가 지각을 했다. 늦은 이유를 들어 보니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한다. 주의를 주다가 ‘선생님’이란 말 대신 ‘엄마’라는 말이 자꾸 튀어나와 같이 웃는다. 혜영과 희은이가 싸워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둘을 불러서 화해시키고 부모님께 전화해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 시에 전염병(페스트)이 창궐했을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이 대전염병은 아테네 시 전체의 질서가 붕괴해 가는 발단이 되었다. 즉 이전에는 속박받는 기분으로 은밀히 행했던 행동도 사람들은 당당히 해치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복한 사람이 뜻하지 않게 갑자기 죽거나, 그때까지 무일푼이었던 가난한 사람이 죽은 사람의 부를 얻어 금세 부자가 되는 그런 급속한 변화를 사람들은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도 부도 한결같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어느 관공서나 건물 들머리 부분, 가장 드나들기 편한 곳에 ‘민원봉사실’이 설치돼 있다. 시절에 따라 민원실, 민원상담실, 민원봉사실 등으로 명칭이 바뀌기도 하고, 그에 따라 업무내용이 다소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통상 ‘민원봉사실’로 불리면서 각종 민원서류의 접수·교부와 기본적인 업무 상담이나 안내 등 다양한 민원을 종합적으로 처리해 주는 곳이다.모든 기관이 다 그렇겠지만, 국세청의 경우 민원봉사실에 쏟는 관심과 정성은 아주 각별하다. 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실내를 장식하고, 민원인들이 불편 없이 일을 보는 데 필요한 집기·
MB 정부의 처음과 지금을 비교하여 가장 달라진 것 중의 하나가 홍보의 강화이다.MB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가장 먼저 국정홍보처의 폐지를 단정적으로 밝혔고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은 홍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 장관들도 이 용어를 불경시했다. 그러나 현 정권도 집권 반년이 되기도 전부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홍보기획관(수석) 자리도 신설했다. 각 부처에서 다 내보냈던 계약직 홍보 전문가들을 다시 고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회의, 각 순시에서 국정 홍보를 강조하고 직접 독려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대전의 미술시장이 협소한 것은 사실이다. 몇몇 컬렉터들과 화랑에서 소규모 거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그 수요가 얇다. 간혹 관공서나 건축물에 법적 미술작품 공모 의존도가 높고, 그나마 평면 회화는 규모와 공간 환경에 밀리기 일쑤다. 거기에 작품 거래를 담당하는 대전의 화랑들은 경영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대부분이 작가의 창작 발표를 위한 전시 공간 대여에 치중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역의 작가들은 만능이어야 한다. 창작을 하는 것 외에 전시 공간 대여, 사회적 경제 지수가 높은 기간 선정, 운반, 설치, 작품의 판로, 생활
지난해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촉발한 경기침체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이 같은 자영업자들을 더욱 위기로 내모는 것은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다.1999년 신용카드업법 제정과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현재는 1998년의 6배에 이를 정도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격하게 늘었다.게다가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가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현재 가맹점 수수료 구조를 보면 대형 할인점, 병원, 골프장 등이 매출액의 1.5%인 반면에 일반 영세 자영업자들은 3.6%, 최고
‘왕의 남자’를 제작했던 이준익 감독이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삼아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몽학은 임진왜란 당시 무량사에서 난을 일으킨 후, 홍주읍성을 공격하다가 진압된 변란의 주인공이다. 같은 제목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이몽학이 서얼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활극으로 재미를 이끌 셈인 듯하다. 정작 변란까지는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앞선 시기의 정여립의 난까지 연관시키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창작물이다.사극이 아닌 바에야, 역사적 왜곡이라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