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永眠)했다. 사람들은 ‘영욕(榮辱)의 삶을 살다 갔다’고 하지만, 역사는 그를 제대로 기억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 가운데 가장 오해받았던 사람이 DJ였다. 아직도 그를 떠올리면 죄송한 마음부터 앞선다. 필자의 고향은 대구이다.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고향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당시 나의 고향에서 DJ는 일부 지식인을 제외하고는 ‘빨갱이, 거짓말쟁이, 전라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생을 마친 지금도 이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학
대전의 4년제 미술대학은 매년 대략 600여 명의 예비 미술인을 모집, 배출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들은 졸업 후에 전국에서 작가, 미술교육, 미술행정, 미술경영 등에서 활동한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대전지부 회원은 1000여 명에 이르고, 그만큼 우리에겐 우수한 미술인재 양성 교육기관과 활용 인력이 있음이다. 간혹 여기에 ‘그런데, 왜?’라는 푸념의 문제는 크게 이렇다. 첫째, 미술문화 지원의 행정적 인식 부족이다. 지역의 화랑은 대관 및 지원금 수혜 외에 관람료 등 영업이익 창출이 어렵
경기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 없는 경제성장까지 나타나고 있어 일자리 창출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현안 중 하나이다. 정부에서도 희망 근로 프로젝트와 청년 인턴사업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고용대책은 재정확대를 통한 일시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지속적인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한다.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92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만9000명(20.6%) 증가하여 실업률 3.7%로 전년 동월 대비 0.6%p 상승하였
지난 6월 25일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아직 정확하지 않지만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로 숨을 거뒀다. 심장돌연사(heart attack), 이 병은 한국인에게도 가끔 보이지만 그보다는 주로 미국인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병도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따라 나타나는데, 미국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마음 안에 담아두지 않고 어떤 방식이든 타인에게 그것을 풀어낸다. 다시 말해 받은 스트레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그것을 공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푼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이든 알지
‘따르릉 따르릉’, ‘삐요~삐요~’, 번갈아 울려대는 세 개의 알람이 아침을 깨운다. 부랴부랴 식사 준비, 출근 준비, 아이들 등교 준비…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어느새 학교에 와 있다.올해는 중 1학년 담임이면서 동시에 중학생 학부모다. 오늘은 우리 반 하경이가 지각을 했다. 늦은 이유를 들어 보니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한다. 주의를 주다가 ‘선생님’이란 말 대신 ‘엄마’라는 말이 자꾸 튀어나와 같이 웃는다. 혜영과 희은이가 싸워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둘을 불러서 화해시키고 부모님께 전화해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아테네 시에 전염병(페스트)이 창궐했을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이 대전염병은 아테네 시 전체의 질서가 붕괴해 가는 발단이 되었다. 즉 이전에는 속박받는 기분으로 은밀히 행했던 행동도 사람들은 당당히 해치우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복한 사람이 뜻하지 않게 갑자기 죽거나, 그때까지 무일푼이었던 가난한 사람이 죽은 사람의 부를 얻어 금세 부자가 되는 그런 급속한 변화를 사람들은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도 부도 한결같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어느 관공서나 건물 들머리 부분, 가장 드나들기 편한 곳에 ‘민원봉사실’이 설치돼 있다. 시절에 따라 민원실, 민원상담실, 민원봉사실 등으로 명칭이 바뀌기도 하고, 그에 따라 업무내용이 다소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통상 ‘민원봉사실’로 불리면서 각종 민원서류의 접수·교부와 기본적인 업무 상담이나 안내 등 다양한 민원을 종합적으로 처리해 주는 곳이다.모든 기관이 다 그렇겠지만, 국세청의 경우 민원봉사실에 쏟는 관심과 정성은 아주 각별하다. 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실내를 장식하고, 민원인들이 불편 없이 일을 보는 데 필요한 집기·
MB 정부의 처음과 지금을 비교하여 가장 달라진 것 중의 하나가 홍보의 강화이다.MB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가장 먼저 국정홍보처의 폐지를 단정적으로 밝혔고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은 홍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 장관들도 이 용어를 불경시했다. 그러나 현 정권도 집권 반년이 되기도 전부터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홍보기획관(수석) 자리도 신설했다. 각 부처에서 다 내보냈던 계약직 홍보 전문가들을 다시 고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나 수석회의, 각 순시에서 국정 홍보를 강조하고 직접 독려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대전의 미술시장이 협소한 것은 사실이다. 몇몇 컬렉터들과 화랑에서 소규모 거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그 수요가 얇다. 간혹 관공서나 건축물에 법적 미술작품 공모 의존도가 높고, 그나마 평면 회화는 규모와 공간 환경에 밀리기 일쑤다. 거기에 작품 거래를 담당하는 대전의 화랑들은 경영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대부분이 작가의 창작 발표를 위한 전시 공간 대여에 치중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지역의 작가들은 만능이어야 한다. 창작을 하는 것 외에 전시 공간 대여, 사회적 경제 지수가 높은 기간 선정, 운반, 설치, 작품의 판로, 생활
지난해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촉발한 경기침체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이 같은 자영업자들을 더욱 위기로 내모는 것은 과도한 신용카드 수수료다.1999년 신용카드업법 제정과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현재는 1998년의 6배에 이를 정도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격하게 늘었다.게다가 중소 영세 자영업자들은 신용카드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가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현재 가맹점 수수료 구조를 보면 대형 할인점, 병원, 골프장 등이 매출액의 1.5%인 반면에 일반 영세 자영업자들은 3.6%, 최고
‘왕의 남자’를 제작했던 이준익 감독이 이몽학의 난을 모티브로 삼아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몽학은 임진왜란 당시 무량사에서 난을 일으킨 후, 홍주읍성을 공격하다가 진압된 변란의 주인공이다. 같은 제목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는다고 하는데, 이몽학이 서얼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활극으로 재미를 이끌 셈인 듯하다. 정작 변란까지는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앞선 시기의 정여립의 난까지 연관시키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창작물이다.사극이 아닌 바에야, 역사적 왜곡이라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밤이 되면 도시는 어둠에 잠기고 인공의 불빛들로 인해 도시는 낮과는 다른 이미지로 바뀌어 간다. 도시의 밤은 빛에 의해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며 낮보다 더한 풍요로움으로 활기와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빛의 연출로 밤의 이미지가 더욱 아름다운 도시들이 있다. 파리, 리옹, 뉴욕, 라스베이거스, 홍콩, 도쿄, 상하이 등은 특색 있는 야경 연출로 인해 도시 마케팅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례들이다. 이들 도시들은 ‘안전을 위한 빛’이나 ‘광고를 위한 빛’에 더하여 이른바 ‘아름다움을 위한 빛’을 전략적으로 도
생명은 자연스러운 하늘의 선물이다. 생명이 자연스럽게 탄생하듯이 그 마침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생명에 대한 어떤 인위적인 조작은 결국 죽음을 일으킨다. 죽음 앞에 선 환자는 미리 밝힌 의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를 위해 어떠한 치료법을 동원해도 회생이 불가능하고 죽음이 임박했을 때, 환자 자신은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 수단으로서의 기계적 처치를 거부할 수 있다.하지만 환자 자신의 의사에 따른 ‘연명 치료의 중단’이 허용되는 조건은 환자 자신의 생리적 기능이 ‘자연적’으로
1년 농사의 반을 마치고 잠시 벼를 한여름 태양에게 양보하고 들녘을 바라보는 농부처럼, 방학을 맞이하여 텅 빈 교실 칠판 앞에 서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1학기를 회상한다. 내 품에서 놓쳐버렸던 아이는 없었는지, 오해한 부분은 없었는지, 꽃잎처럼 여린 아이의 마음에 작은 상처라도 남기진 않았는지 묻고 또 물어본다.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아이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방학 동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뉴스의 사건 사고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쩌다 물놀이 사고 소식이라도 들리면 한걸음에 텔레비전 앞으로 뛰어간다.
요즘 금융시장은 경기회복, 실적개선 가시화로 인한 투자심리 개선, 외국인 유동성 유입, 정부 경기부양정책 등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주가상승 기류와 함께 경기회복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도 한다.경제여건이 조금 호전된 부분은 있지만 이는 정부가 재정부담을 감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한 게 주요 원인이다.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도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 현상에 따른 수입 감소,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이런 시점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고수익투자 상품들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은 고
지구에서 평균 1억5000만km 거리에 있는 태양은 수소의 원자핵(양성자)이 서로 충돌해서 열핵융합반응을 일으켜 방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행성이다. 과거 인류는 필요한 에너지를 이러한 태양이나 바람, 나무, 물, 동물 등 동일한 공간과 시간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살아있는 자연에너지에서 찾아서 썼다.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일련의 ‘에너지 혁명’은 에너지 사용의 패턴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땅속에 묻힌 석탄을 캐냈으며, 펌프와 파이프로 퍼내기가 더 쉬워진 석유를 개발했고,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차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했다. 인
현행 교육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전직 교장 한 분이 교육 일을 맡아보는 중앙행정기관을 줄곧 문교부라고 일컬었다. 함께 있던 전직 동료가 핀잔 주는 말을 했다. “문교부가 뭐야, 교육부지.” 그러자 역시 교장 출신인 다른 사람 하나가 껴들었다. “허허,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게 언젠데….” 또 다른 사람 하나가 나섰다. “웃기고들 있구먼. 허긴 자네들 낡은 머리론 교육과학기술부란 이름 외기도 쉽지는 않을 걸세.”건국 이래 우리의 교육정책이 조령모개했던 것처럼 그 명칭 또한 꽤 자주 바뀌었다.
전통시대 하천은 산업도로였다. 금강에서는 바닷물이 닿았던 강경에서, 해산물은 강배로 옮겨 실어 상류로, 농산물은 바닷배로 옮겨 각처로 운반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배가 다니는 구역에서는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선박의 안전운항을 살펴야 하고, 도적떼도 방지하여야 한다. 군사시설은 외침이 있을 때면 방어기지가 된다. 강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지만, 안에서는 멀리 뱃길을 살필 수 있는 전망을 갖추어야 한다.군사시설만 전망을 고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선비놀음’은 강을 빼고 논할 수가 없다. 시회(詩會)를 열 때면 배를 띄웠고, 여기
소비자 피해 예방교육을 할 때마다 꼭 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 주민등록번호는 암기하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잊어버리세요.” 물론 노인 대상 교육 시에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하루에도 서너 통씩 우체국을 사칭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이들이 노리는 것이 돈만이 아님을 직접 확인해 본 일이 있다. 시키는 대로 9번을 누르니 본인 확인을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를 대란다. 거꾸로 추궁을 하니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어눌한 말투로 되돌아왔다. 주민등록번호와 그에 해당하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특징을 ‘경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은 이러한 경쟁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며, 경쟁의 원리가 학교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불가피하다는 풍조가 만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이 경쟁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연 사회적 경쟁논리가 학교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가? 또 학교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경쟁원리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교육활동이 경쟁원리를 위주로 전개되기 때문에 경쟁의 과정에서 성공한 학생들은 이기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