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육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전직 교장 한 분이 교육 일을 맡아보는 중앙행정기관을 줄곧 문교부라고 일컬었다. 함께 있던 전직 동료가 핀잔 주는 말을 했다. “문교부가 뭐야, 교육부지.” 그러자 역시 교장 출신인 다른 사람 하나가 껴들었다. “허허,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게 언젠데….” 또 다른 사람 하나가 나섰다. “웃기고들 있구먼. 허긴 자네들 낡은 머리론 교육과학기술부란 이름 외기도 쉽지는 않을 걸세.”건국 이래 우리의 교육정책이 조령모개했던 것처럼 그 명칭 또한 꽤 자주 바뀌었다.
전통시대 하천은 산업도로였다. 금강에서는 바닷물이 닿았던 강경에서, 해산물은 강배로 옮겨 실어 상류로, 농산물은 바닷배로 옮겨 각처로 운반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배가 다니는 구역에서는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선박의 안전운항을 살펴야 하고, 도적떼도 방지하여야 한다. 군사시설은 외침이 있을 때면 방어기지가 된다. 강에서는 발견하기 힘들지만, 안에서는 멀리 뱃길을 살필 수 있는 전망을 갖추어야 한다.군사시설만 전망을 고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선비놀음’은 강을 빼고 논할 수가 없다. 시회(詩會)를 열 때면 배를 띄웠고, 여기
소비자 피해 예방교육을 할 때마다 꼭 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 주민등록번호는 암기하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잊어버리세요.” 물론 노인 대상 교육 시에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하루에도 서너 통씩 우체국을 사칭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이들이 노리는 것이 돈만이 아님을 직접 확인해 본 일이 있다. 시키는 대로 9번을 누르니 본인 확인을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를 대란다. 거꾸로 추궁을 하니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어눌한 말투로 되돌아왔다. 주민등록번호와 그에 해당하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특징을 ‘경쟁’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은 이러한 경쟁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며, 경쟁의 원리가 학교교육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불가피하다는 풍조가 만연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이 경쟁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연 사회적 경쟁논리가 학교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가? 또 학교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경쟁원리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교육활동이 경쟁원리를 위주로 전개되기 때문에 경쟁의 과정에서 성공한 학생들은 이기주의자
전국은 지금 본격적인 피서철이다. 더위보다는 일상을 벗어나 가족, 연인, 벗과 함께하는 행사에 가깝고, 종래는 어린 학생과 부모가 만드는 체험 학습 과제 완수 기간이기도 하다. 피서지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연일 행락행렬의 정체를 실감하고 있다. 그런 방송언론을 접하면 일부 관광 소재 도시의 특수가 부럽기도 하지만 마냥 부럽기만한 것도 아니다. 우리 대전에도 다양한 한여름 밤 축제가 더욱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 이전의 장소성과 구역이권단체에 국한된 축제처럼 무질서한 상혼과 정체불명 ‘거리 예술가’의 소음 공연과는 사뭇 다른, 문화와
아이들이 돌아간 빈 교정에는 낮 시간의 소란스러움 속에 담긴 아이들의 소중한 꿈들이 조용히 가라앉아 소근댄다. 6교시 수업을 마치고 복도를 지나는 자락에 아이들 두 명이 잽싸게 뒤쫓아 허겁지겁 따라오며 잔뜩 기대 어린 눈망울로 “선생님 오늘 과학 동아리 해요?” 하고 묻는다.그래 이렇게나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인데 자잘한 일과에 무거워진 어깨 너머로 오늘은 활동을 쉴까 했던 마음이 금세 활짝 갠다. 교직 생활 10년차쯤 이었을까? 시골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동료교사의 권유로 처음 발명품경진대회에 학생 과학 활동 지도를 시작한
한국 사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마음상처의 봇물이 터져 있어 그에 대한 대책으로 치료(therapy)와 치유(healing)의 춘추전국시대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신흥종교, 신흥영성 등을 단순히 참여하지 말아야 할 사이비 종교 내지 유사영성으로 일축해 버렸던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신흥영성과 뉴에이지로 일축했던 마음수련, 뇌호흡, 초월명상 등이 다양한 전문 프로그램으로 거듭나 점차 심화하고 조직화되어 세상 사람들의 마음상처를 치유하는 기술과 치료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다. 불교와 원불교에서도 신앙과 일반 심리 및 치료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의 급속한 확대를 둘러싼 대형유통업체와 지역 중소 자영업자들간의 갈등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에 따른 대기업의 유통시장 참여로 대형마트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통시장 상권이 크게 위축된 데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시장마저 포화상태에 이르자 대형유통업체들이 동네상권에까지 진출하려 함으로써 갈등이 첨예화한 것이다.사실 대형할인마트의 등장은 우리나라 유통산업과 국민들의 소비생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유통산업은 전통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분야였는데
우리 사회는 요즘 지쳐있는 것 같다. 장마로 인한 습한 무더위와 노사현장, 거리 할 것 없이 그치지 않는 분쟁 때문이다. 무더위야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회적 갈등은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불화에 시달리는 사회를 바라보며 누군가 보편타당한 잣대로 시원하게 시비(是非)를 가려주는 다소 현실성 없는 상상을 해본다. 아마도 명확하게 경계를 결정해야 하는 ‘지적측량’을 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지적측량이라는 말이 생소해 아직도 ‘지적공사’라고 하면 지적재산권이나 지도를 생각하는 사람이
시들했던 녹색성장펀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가 최근 ‘녹색투자 촉진방안’을 발표하며, 녹색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녹색성장이 테마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녹색성장펀드의 전망도 밝아졌다.주식시장에서도 정부정책 수혜주인 녹색성장테마 관련주가 하반기에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투자 시에는 정부에서 밀고 있는 녹색이 믿을 수 있는 녹색인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관계부처는 지난 6일 대통령이 주재한 4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녹색투자 촉진을 위한 자
한국전쟁으로 한강 하구가 막히기 이전, 강과 바다는 하나로 이어지는 뱃길이었다. 철도와 신작로가 개통하기는 했으나, 일시에 뱃길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보완하는 관계였다고 하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혹자는 강을 떠다니는 선박이라면 나루터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농민들에게는 오일장을 왕래하던 길에 마주쳤던 나룻배가 더 익숙했던 탓이리라. 하지만 나루터는 단지 강을 건너는 곳이고, 포구는 강을 오르내리는 배가 정박하는 곳이다. 바다의 해산물과 평야지대의 농산물, 때로는 산골짜기의 임산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었다.강경은 그
지난 7월 22일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하던 때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정말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가관이었다.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국회 출입문 봉쇄작전, 통과작전, 또 의장석을 사수하기 위한 백마고지 전투…. 그리고 국회 본회의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농성하며 구호를 일사불란하게 외치고 있는 모습, 국회의원직 사표서 내고 장외투쟁하겠다는 수염 기른 의원과 그 세력, 진정성 없이 이제는 민생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원집단….모 일간지가 얼마 전 주한외국기업 60곳을 대상으로 ‘한국 하면 5초 이내에 떠오르는 국가 이미지’에 대한
지난달 한국예총대전지부와 전국 지역문화예술단체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비형평적인 예산편성을 비판한 바 있다. 그와 같은 행정의 결과는 국가 문화 균형 발전과 상반된 수도권 문화 집중,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운영 유지 및 예술 지원 활동의 열악한 환경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는 또 앞서 1972년 제정된 문화예술진흥법에 명시된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 민족 고유문화의 발전을 위한 조사, 연구, 저작과 그 보급, 문화예술인의 후생복지증진을 위한 사업, 지방 문화예술진흥기금에의 출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운영에
정부의 방침대로 금년 8·15 광복절을 기해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단행되면 이명박 정부 들어 두 번째 대대적인 특별사면이다. 작년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 등 282만여 명에 대해 특별사면과 행정처분 특별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사면 대상자는 15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 이번 사면의 주된 대상자도 생계형 운전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우리 헌정사에 교통법규 위반 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있었다.문제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따르는 효과다. 의도된 효
안락사란 “모든 고통을 제거하기 위하여 저절로 혹은 고의로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 또는 부작위(不作爲)로 이해되며”(교황청 신앙교리성 ‘안락사에 관한 선언’) 따라서 안락사의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죽음을 의도하는가에 달려 있다.그런데 김 할머니의 경우는 존엄사가 아니라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중단이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존엄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존엄사’라는 단어의 무게 중심은 죽음을 의도하는 데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의도하되, 그 윤리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하여 ‘존엄’이라는 어휘로
올해 3월 1일부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에 파견 근무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14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인 KERIS 근무는 많은 것들이 색다르고 생소하며 또한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근무지가 대전에서 서울로 바뀌다 보니 출퇴근 시간의 변화가 생겼고 무엇보다도 교사로서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업무에 대한 이해와 적응, 가끔씩 밀려오는 학교생활에 대한 향수도 생겼다.서울에 있는 KERIS까지 출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난다. 또 퇴근은 오후 6시에 가
최근 대형마트의 SSM(대형슈퍼마켓) 출점으로 동네상권 진출이 확대되면서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있다. 일부지역에서는 대형마트(SSM)의 상품반입을 막거나 상인들이 사업자등록증을 자진 반납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대형마트와 지역상인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인천 옥련동에 출점할 예정이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주변 상인들과의 공존방안을 찾을 때까지 출점을 무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대형마트측에서 중소 소매점과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있다
없는 사람이 상류계층으로 갈 수 있는 것은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앞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현실이 싫어지면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교육만큼은 지위나 소득의 수준에 따라 비례해서는 절대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세계의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회란 출발부터 공평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방학과 함께 사교육을 위해 해외로 대도시로 옮겨가는 학생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 대치동 학원 주변의 원룸을 구할 수
고리타분한 전통민속이 때로는 매력적인 관광상품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장년층에게는 향수가 어린 고향처럼 다가오기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에게 옛 추억을 설명하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흔히 볼 수 없었던 민속이라면 매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제주도의 민속이 그러하며,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촌이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 이유도 한가지이다. 현무암 돌담과 오름의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제주도 민속의 독특함에는 비견될 수 없지만, 진도의 씻김굿이나 하회 마을의 탈춤 등등도 세간에 널리 회자되는 이러한 민속자원들이다.그렇다면 충남
스포츠사회학의 관점에서 체육·스포츠를 규정할 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체육·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라는 개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는 체제의 안정 없이는 성장이나 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축구 강국이던 중동 국가들이 최근 기량이 떨어지는 원인도 체제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즉 스포츠는 이념도 필요 없고, 정치권력이 좌든 우든 상관없다. 스포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오직 ‘체제안정’만을 바랄 뿐이다. 따라서 스포츠는 ‘운명적 보수’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만 보수적일까. 아니다. 유교사상이 지배한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