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버지 구순인 거, 알고 있지?"친정엄마의 귀띔에 기절하게 놀란 사람은 다행히 나뿐이 아니었다. 오빠도 사정은 마찬가지라서, 우리 남매는 아버지가 올해 구순인 것을 생신 일주일 전에야 간신히 알았다. 서양식 나이 계산법에 익숙한 우리는 아버지가 34년생이시니까 내년에 구순인 줄 알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엄마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버지의 구순은 자식들이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갈 뻔했다. 우리는 서둘러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 예약을 했고, 가족들의 오붓한 축하 속에 아버지의 구순 파티를 괜찮게 보낼 수 있었다. 생일파
강서구청장 보선 후 국민여론은 선거 전의 양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대통령 지지율은 보선 다음 주 8개의 여론조사에서 평균 31.6%까지 떨어진다.그후 대통령 지지율은 평균 35.4%(12개 조사) 35.5%(9개)로 보선 전주의 평균 37%에 접근한다.지난주 갤럽조사 역시 보선 직후에는 갤럽조사 기준 6월 이후 최저치 30%로 떨어졌다가 보선 후 33% 34% 36%로 상승한다.윤 대통령의 중동순방과 박정희 추도식 참여 그리고 박근혜 면담 등이 결정적으로 보인다.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중 32%가 뽑은 '외교'성과가 핵심이다.지난
파국(破局)은 일이 잘못되어 끝장났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판(局)이 깨지고(破) 망한 것이다. 경제 파국이니 관계의 파국이니 하는 것은 위기를 맞이하여 어려운 상황을 만났다거나 관계가 끝장났다는 의미다. 그러나 파국의 다른 뜻이 있다. 지금의 어려운 국면을 깨고(破) 새로운 국면(局)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이른바 국면 전환이다. 망한 것과 새로운 국면을 모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뜻이지만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부서져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간단한 맥락이다. 깨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없다. 익숙한 나를 부서야 새로운 나를
숲길 바닥 여기저기에는 여문 도토리알들이 나뒹군다. 활엽수의 잎들은 단풍이 들고, 숲길에는 낙엽이 쌓인다. 단풍은 꽃인 듯 화사하다. 동네 도서관 뒤편 단풍으로 물든 숲길을 걷는 게 오후 일과 중 하나다. 나는 숲길을 걸으며, '구르몽, 너는 낙엽 밟는 소리가 좋은가?'라는 중학교 시절 배운 한 시인의 싯구를 떠올린다. 숲길의 청량한 공기와 빛을 사랑한다. 나는 숲길에서 인생이 노래와 같이 흘러간다고 느낀다. 숲에는 '도토리를 주워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간혹 야박한 사람들이 다람쥐나 청설모의 양식인 도토리를 싹 쓸어간다
10여년 전 겨울, 친구들과 여행가자고 꺼냈던 이야기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서, 우리는 갑자기 하얼빈행 비행기를 탔다. 대륙의 작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영하 25도의 찡한 추위보다 먼저 닥쳐온 것은 도시를 온통 뒤덮은 매캐한 석탄 냄새였다. 오리털 의복으로 중무장한 탓에 정작 피부에 닿는 추위는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그 석탄 냄새가 북방의 추위를 더 상징적으로 느끼게 했다.하얼빈 기차역은 현대적으로 새로 지어졌고,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던 구 역사는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오래된 플랫폼을 볼 수 있었는데
'야당 지지자와 중도층의 분노참여 그리고 여당 지지층의 낮은 참여'가 강서구청장 보선을 결정했다.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다.ARS 조사에서는 대통령 책임론이 절반을 넘는다.근본원인은 국민의힘에 있다.'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당'은 그 동안 집권당으로서 인재공급과 국정비전 제시와 주도의 정치적 선도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한 달에 두 번도 만나자"고 했다는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이 지금도 지켜지지 못하는 게 현재 집권여당의 위상이다.'무기
중동지역의 전쟁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을 박격포로 공격한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 이에 전쟁 경보를 선포하고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 여기에 하마스를 옹호하며 공격 작전에 끼어든 시아파 헤즈볼라,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뒤에서 도와주는 이란, 이스라엘을 옹호하며 항모전단 전진 배치와 합동 군사작전을 예고한 미국, 이스라엘과 수교보다 이슬람 세력과 연계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사우디의 복잡한 계산, 전쟁에는 많은 국가의 정치와 이익이 연결되어 있다. '전쟁은 정치의 연속(War is a continuation of
올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시골집 뜰안 대추나무 가지의 열매들은 단맛이 밴 채로 여물고, 뒤뜰의 석류나무는 과피(果皮)가 벌어진 채로 석류가 알알이 들어찬 제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멧비둘기 구구대는 앞산의 산밤나무에 매달린 푸른 밤송이들은 절로 벌어져 알밤을 투두둑 털어낼 테다. 아버지가 짓고 가족과 어린 시절을 보낸 옛집은 사라지고 없다. 고향마을의 느티나무는 무성한 가지를 드리운 채 늠름하고, 너른 들과 땅을 휘감아 돌아가는 강과 바람은 그대로이건만 고향의 새 주인들은 낯설다! 고향에서의 기억은 왜 달콤하고 아련한가?
어린시절 살았던 옛 마을, 내가 태어난 옛 집이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변화가 빠른 21세기 대한민국, 부동산 광풍이 여러 차례 휩쓴 서울 도심에서 흔히 있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계절에 옛마을을 산책하며 그리운 얼굴들과 빛바랜 기억들을 소환하면 알 수 없이 내 안에서 인생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것이고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기대어 한 세상을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 숨이 꽤나 가빠질 무렵 인왕산의 숲 끝자락과 길이 맞닿는 부분에 이르면 내가 태어난
불교의 핵심 메시지는 공(空)이라고 한다.공은 '존재와 현상은 서로 의존해서 발생한다.'는 인연생기(因緣生起)에 따라 출현한다.연기법에 따르면 어떤 존재와 현상도 혼자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존재와 현상은 공하다.'고 말한다.왜냐하면 존재와 현상은 인연에 따라 만나고 인연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져 불변의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존재와 현상은 '인연에 따른 잠깐의 일시적 관계'가 된다.불교의 공은 복잡계 이론의 메타 안정성과 유사해 보인다.'메타'는 준(準) 또는 임시적이라는데 '메타 안정성'은 존재와
시원하게 뚫린 잘 구획된 대로나 신도시보다 자연스럽게 조성된 마을과 오래된 거리가 더 끌린다. 편리함으로 따지면 질서 정연하게 만들어진 도시가 좋지만, 안정감이나 친근함으로 따지면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무질서한 골목과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오래된 마을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북촌 한옥마을에 더욱 붐비고, 전주 한옥마을을 더욱 선호한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빌딩을 보러 관광을 가는 경우는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없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본 알함브라 궁전을 끼고 있는 오래된 집들, 북경의 작은 골목, 일
강가에서 주워온 돌 하나가 책상 위에서 가만히 흐느끼고 있다. 그대는 듣는가, 책상 위에서 돌이 혼자 흐느껴 우는 소리를. 나는 새를 쏘았던가? 저 돌은 내가 쏘아 떨어뜨린 새인가? 지난여름 초목을 태울 듯 하던 불꽃 더위가 잦아들고 소슬한 바람이 분다. 복숭아를 좋아하던 용접공은 연애에 빠지고, 줄장미가 붉은 꽃을 피웠던 여름은 지나갔다. 나이 어린 이모가 시골집 뒷곁에서 석류나무에서 몰래 딴 석류를 먹는 계절이 온다. 한때 번성하던 것은 시들고 바스라지며 우리에겐 관조의 시간이 배달되는 것이다. 가을 저녁엔 후박나무 잎사귀가 붙
딸아이가 초등 저학년이던 시절, 학부모 공개수업일에 찾아간 나는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도심공동화의 충격을 제일 먼저 맞이한 오래된 마을, 한 학년에 4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였다.기억나는건 아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동작들이다. 선생님이 무지개~ 라고 나직하게 말하면 아이들은 즉시 책상을 반원형으로 새로 늘어놓고 앉았다. 여섯명~ 하면 다시 착착 움직여 여섯 명씩 그룹을 지어 마주 앉고, 전체~ 하면 스무 명이 칠판을 바라보는 평범한 대형으로 돌아갔다. 선생님의 손끝이나 몸짓, 입모양까지 집중해서 바라보다가
결국 대통령이 나선다.시작은 휴가 중인 대통령의 "냉장과 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는 지시다.이상민 장관은 "대통령께서 정부차원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정부 비상대책반이 구성됐다"며 "대통령님의 긴급지시로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모든 행사운영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대통령의 지시는 이어진다."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관광프로그램 추가하라."마지막으로 대통령은 "폐영식 후에도 출국할 때까지 숙식과 교통 문화체험 등을 지원하라"고 말한다.김현숙 장관은 "위기대응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점"으로
기억해 보면 어느 한해도 태풍 없이 지나간 여름은 없었다. 한해 평균 3개 정도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하니, 태풍은 반드시 만나고 겪어내야 할 한반도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인생에도 피할 수 없는 태풍이 있다. 는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태풍의 이름을 '우환(憂患)'이라고 하였다. 나를 힘들게 하고 어렵게 만드는 근심(憂)과 고통(患)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태풍이라는 것이다. 하늘이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할 때 옵션으로 넣어 준 것이 우환이다. 부귀한 자는 부귀한 자로서의 우환을 만나야 하며, 빈천한 자는 빈
여름엔 바닷가나 숲속 휴양지에서 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그늘에 대하여' 같은 책을 읽기에 좋다. 이 목록은 내가 젊은 날에 읽고 여름마다 되풀이해서 읽는 책이다. 범벅하게 말하자면 독서란 일탈, 해방, 몽상, 그리고 무위를 통해 누리는 한 조각의 행복이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에서 '책들은 고요해진 언어의 대양에서 일어나는 파도 같은 것이다. 책들은 포말처럼 솟구친다'(파스칼 키냐르, 74쪽)라고 쓴다. 도처에 흩어져 있는 독자들은 언어
딸이 미취학 아동이었을 때니까, 어언 15년 전 일이다. 고만고만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던 친구들이 뭉쳐서 모처럼 여름 여행을 떠났다. 숙소에서 꼬마들이 물놀이를 하는 동안 엄마들은 수박을 쪼개리라! 아이들이 첨벙거리며 놀 수 있는 야트막한 계곡이 있는 펜션을 예약하고 우리는 한 계절의 추억을 장만할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그날 물놀이를 하지 못했다. 폭우 뒤끝이라서 아이들이 첨벙거릴 예정이었던 야트막한 계곡은 지옥같은 굉음을 내는 폭포가 되어 있었다.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놀이
내년 총선은 누가 승리할까? 국민의힘? 민주당? 아니면 제3당? '한 달이 1년'이라는 한국정치에서 7월 20일 현재 총선을 265일 남긴 시점에서 총선승부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그럼에도 내년 총선결과를 예상한다면 세 가지다.국민의힘 승리 또는 민주당 승리 그리고 과반의석을 차지한 정당 없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엇비슷한 수의 의석을 가진 경우다. 국민의힘 또는 민주당 승리는 한 정당이 국회 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경우다.물론 진행 중인 제3당 시도가 성공할 수도 있다.이 때 '성공'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을 제외한 제3정당이 1당
정보가 권력이다. 정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정보는 돈이 되고 이익이 된다. 주식 시장에서 기업의 정확한 정보는 투자 성공이 되고, 부동산 시장에서 개발 정보는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보다 앞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힘을 이용한다. 에서는 정보를 전쟁의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정의한다. 병사를 모집하고, 훈련하고, 물자를 모아 전쟁 준비를 하는데 적의 정보를 모르면 결국 전쟁의 패배로 이어
사람들은 원고료와 인세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나를 가리켜 '전업작가'라고 한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책상 앞에 어깨를 구부리고 앉아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인생의 3분의2를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쓰며 보내고 나니 알겠다. 제 고독과 마주하며 무언가를 쓰는 일은 보람도 없지 않지만 꽤나 건조한 작업이라는 것을! 작가의 일이란 '꿈, 낳기, 창작'이다. 그 일은 '우리를 통해 존재하고자 하는 것들'에게 몸을 주어 존재하게 한다. 현실에서 당장의 쓸모는 없을지라도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사는 동안 가끔 몸을 쓰는 직업을 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