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화 이후 헌법상으로는 대통령 임기5년 단임제다. 그럼에도 국민은 같은 정당 또는 집권세력의 2 대통령을 연이어 뽑아주었다. 그 결과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전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보수∙진보가 10년을 주기로 집권 했다. 즉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는 헌법상으로는 5년 단임제이지만, 국민은 같은 정당이나 진영의 대통령 중임제를 자리잡게 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중임제에서 연임에 실패한 것이다.실패 원인은 명확하다. 선거 후 승자에게서 승
젊은이들이 떠나고 시골에 남은 건 노인들, 공허하게 짖는 개들, 여기저기 펄럭이는 폐비닐, 함부로 나뒹구는 농약병뿐이다. 시골은 조개무지, 고인돌, 옛사람의 주거지만 남은 유적이나 다름없었다. 촌락공동체가 깨지고, 마을엔 스산한 적막감이 감도는 시골에서 나는 10년 넘도록 혼자 살았다. 나는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시골에서 집을 짓고 생활을 꾸리며 혼자 사는 자의 슬픔과 기쁨을 겪었다.봄에는 영산홍이 피었다 지고, 봄비가 다녀갔다. 봄비 내린 뒤엔 원추리 싹이 지표를 창끝처럼 밀어올리고, 새로 돋는 작약 움은 착한 소년 같았다. 영
옛 어른들 말씀이 열두 재주 가진 놈 조석끼니 없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나는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과학자랑 외교관이랑 작가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였다. 어른들은 껄껄 웃으며 셋 중 무엇이 되어도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덕담인줄 모르고 왜 하나만 하라고 하는 걸까 이상하게 여겼다. 그때는 내가 벤저민 프랭클린에 맞먹는 인재인줄 알았다.거창한 미래상은 겨우 대학 입시 한번을 치르며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다. 나는 세가지 꿈 중에 과학자의 미래를 선택하면서 이 정도 아담한 꿈이라면 얼마든지
국민들이 그토록 바라던 단일화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단일화의 진정한 성공과 향후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을 위해 단일화 실패의 과정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그동안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협상하자고 요구한 것이 단일화 실패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로운 협상은 약자든 강자든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정의롭지 못한 협상은 합의에 이르기 힘들다고 했다. 지지율이 박빙이라 윤석열 후보는 혼자 힘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안 후보와 힘을 합칠 때 승리가 보장되는 이런 경우에는 두 후보가 지지율에
이번 대선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특히 당선 예측에서 더욱 그러하다. 과거 같으면 30일 전 앞선 후보가 대부분 당선이 되었지만, 대선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예측 불가다. 한마디로이번 대선은 백중이면서도 혼란스럽다. 그럼 백중이면서 혼란스러운 이번 대선의 막판 변수는 무엇일까?대체로 선거는 정치세력간 구도로 고정표를 모으고, 후보가 부동표를 더해 득표를 완성한다. 그리고 전체 득표 100을 기준으로 본다면, 구도로 득표하는 것이 약 70%, 후보 득표가 약 30%정도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구도를 만드는 국민들의
묵은 매화나무 가지에 꽃눈이 맺혔다. 혹한을 견딘 매화나무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설레곤 한다. 매화 맑은 향기가 공중에 퍼질 땐 사는 일이 팍팍해도 우리는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던가. 하지만 봄이 올 때마다 나는 딸꾹질 하듯이 찾아오는 우울증에 짜증을 내고, 대인기피증으로 고립된 채 지내며,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루고 회피한다. 해질녘 핏빛에 잠긴 붉은 석양 아래 지친 새와 같이 깊은 피로에 사로잡힐 땐 스스로를 구제불능의 실패자로 여기고, 자주 통제력과 의욕을 상실한다.우울증은 일조량이 준 겨울을 나면서 겪는 환절기 증후군이다. 뇌
태어나 처음으로 달력에서 입춘이 언제인지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벌써 지나 있었다. 아직 영하의 날씨인데 입춘이 지났다니 당황스러웠다. 무언가 앞서가는 기분으로 달력 앞에 섰는데 여전히 한참 뒤처진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가오는 절기는 우수(雨水), 눈이 녹아 빗물이 된다는 시절이다. 어쨌거나 나는 달력에서 절기를 찾아본 이날을 기념비적인 날로 여기기로 했다. 나는 드디어 미래를 바라보았다.어디선가 해본 성격검사에서 제일 먼저 `과거지향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듣기 좋지는 않았다. 세상에서 더 높이 쳐주는
내게는 새해에 꾸는 꿈이 있다. 아니 우리 국민 모두의 꿈일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부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그러나 `찍을 놈이 없다`는 얘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기존의 정치 문법을 버리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그동안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온 나라를 헤집어 놓은 폐해를 목격해 온 국민들은 지금 정권교체의 마법에 걸려 있다. 이 집단적 마법을 이용해 정치인들은 정권교체를 마법의 주문처럼 외치며 권력을 서로 차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정권교체
이재명 지지율이 35%∼40% 박스권이다. 윤석열도 지지율 회복에도 불구하고 40%를 확실히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여론조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넘어야 하는 선은 40%, 45%다. 사실상 양자대결일 경우는 45%, 다자대결일 경우는 40%가 기준선이 된다. 실제 역대 대선의 당선자의 득표율을 보면 13대 노태우 36.6%, 14대 김영삼 42.0%, 15대 김대중 40.3%, 16대 노무현 48.9%, 17대 이명박 48.7%, 18대 박근혜 51.6%, 19대 문재인 41.1
저 건너 숲에서 들려오는 아침의 소리는 파이프오르간 반주에 맞춘 합창 소리 같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지난 가을엔 안개 자욱한 풍경을 보고, 초봄엔 매화나무 가지에 꽃눈이 맺힌 걸 눈여겨보았다. 오늘 아침엔 숲 아래로 종 치는 걸 잊은 교회 첨탑이 보이고, 숲 위로 회색 구름 몇 장이 걸려 있을 뿐이다. 식탁에는 막 구운 빵 한 조각과 커피 한잔, 방금 씻어 껍질 채 사등분한 사과 한 알, 그리고 조간신문. 나는 아침마다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조간신문을 펼친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가를 말해다오. 그러면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늘상 뜻대로 되지 않을지언정 새해의 희망과 다짐을 꼽아볼만한 즈음이다. 작년 이무렵에 쓴 일기를 보니까 다소간 축 처진 어조로, 어쨌거나 희망을 담아서, 다가오는 2021년에는 보고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적었다. 외향성인 나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의 1년은 힘들었던 것이다. 몽골 여행을 가고싶다고 적은 부분은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 순진한 바람이 너무 안쓰러울 지경이다.다시 1년이 흘러 코로나와 함께한 시간이 3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해외여행 같이 거창한 것을 섣부르게 바라서는 안된다치고, 작년에 바랐던 것의
권력이 커갈수록 남용하려 드는 약한 인간들, 그들이 대통령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렇게 스스로 약자로 전락했다. 이 정권 들어서도 권력 남용의 그림자가 온 나라에 그늘을 드리웠다. 조국사태는 그 절정이었다.그때 한 사나이가 거대 권력에 맞섰다. 칼 한 자루의 검찰총장이 수천 자루 칼을 가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다니! 현 정권은 모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권력 남용이 만들어 낸 것이 대선 후보 윤석열이다. 권력 남용에 진저리치던 국민들이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 환영에 답하기만 하면 대선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이었다. 그 답
보수정당에는 친박·친이라는 두 계보가 있다. 친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인들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화주의 성향 노선이다. 반면 친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인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신자유주의 성향 정치를 했다. 이번 특별사면에서 두 전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렸는데 52년생으로 형 만기가 2039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이 된 반면, 11년이나 더 고령으로 2037년이 만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되었다. 사면 이유로 박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속절없이 지는 태양을 전송하자. 겨울은 태양조차 차갑다. 펄펄 끓던 여름의 야만적인 태양이 식은 지 오래다. 지나간 날은 끔찍했다. 레몽 끄노는 "악마들이 달군 게 태양"이라고 그랬지. 광기와 대의명분으로 태양이 극렬하던 시대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말똥 냄새가 나는 가을이 끝날 무렵 우리는 눈(눈)과 얼음, 소금과 후추, 양초 여섯 개를 위해 마련한 겨울 스웨터를 장롱에서 꺼내 입었다. 스웨터를 입으면 저녁의 스산함은 운명의 순간으로 빛난다. 겨울 황혼은 잘 구운 빵 같다. 그걸 보는 게 우리의 유일한 기쁨
숫자는 숫자에 불과한데 돌아보니 나는 매 순간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왔다. 공자가 열다섯에 학문에 큰 뜻을 두었고 삼십세에 홀로 설수 있었고 사십에 불혹하였고 오십에 지천명하였으며 육십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귀에 거슬리는 일이 없다하였고 칠십에는 마음가는대로 해도 법과 도덕에 저촉됨이 없다고 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나이를 먹고 살아오는 과정에 큰 의미를 부여했었다. 심지어 나는 열 다섯에 시골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고 삼십에 홀로 서서 나를 책임질 수 있게 되었으니 공자의 삶의 형태를 닮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었다.
곧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선거가 아니라 싸움판이다. 이재명 후보는 "尹은 무능·무식·무당 3무"라고 비난하고 윤석열 후보 측은 "李는 무법·무정·무치"라고 맞받아친다. 서로 물고 물리는 비난전이 선거판을 지배할 것이다. 국민들은 싸움꾼만 나왔다며 점잖은 체하면서도 공격을 잘 할수록 더욱 열광하며 지지를 보낸다. 상대를 제압할 만한 싸움꾼이 아니면 카리스마가 없어 깜이 아니라며 얼마나 무시했던가. 그러나 '네 편' '내 편' 싸움에 맛들인 국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던가. 친구도 가족도 편이 갈려 얼굴 붉히기 일쑤다. 그런 국민들이라면
각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 각 후보들의 2030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과거 같으면 40대였을 텐데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2030세대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측면에서는 달라졌지만, 2030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 선거를 보면 민주당은 어차피 2030은 40대를 따라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단지 2030이 투표장에만 많이 나오는 방도만 찾았다. 반면 보수정당은 2030에 대해 방도를 찾지 못하고 사실상 포기하거나, 중장년 전통적 지지
현실은 변화를 겪으며 요동친다. 이 변화는 감각적이고, 수량적이며, 실체적이다. 하루만 자고 일어나도 예전 세계는 사라지고, 새로운 변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농경 중심의 전통사회가 사라지고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거쳐 탈산업사회로 들어선 지도 오래다. 그 사이 농업 인구는 소멸하거나 소수화되고, 디지털 뇌를 장착한 새로운 문명인이 몰려왔다. 인류가 한 번도 겪지 못한 후기 탈산업사회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문명인들은 자기 착취를 일삼고 피로라는 만성적 질병에 찌들어간다. 이 변화를 긴 시간 단위로 조망하면, 도로는 넓어지고, 건물은 높
2년만에 대면강의가 시작되었다. 2년 다니고 졸업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온 날이 열 번 남짓하다. 꽃피는 춘 삼월에 입학식을 하고 학과별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축제를 하는 등 사람들이 통과의례를 치르듯 대학에서 행하는 모든 과정이 통으로 생략된 채 졸업을 하게 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2년 동안 학생들을 기다려 온 나는 설레이고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학생들도 마스크를 쓰고 중무장을 하여 얼굴을 모두 가렸으나 학교에 왔다는 기쁜 표정은 가려지지 않았다. 친구사귈 틈도 없었으니 출석을 부르면서 우리 반에 이런 친구가 있다고
야권 단일화에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국민의 힘은 안철수의 지지율이 오르면 단일화에 힘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정체되면 단일화를 무시해버릴지도 모른다. 대통령 선거는 불과 몇 퍼센트 차이로 승부가 갈리지 않던가. 진보3:중도4:보수3으로 갈라진 정치지형에서 진보든 보수든 중도의 표를 가져오지 못하면 정권획득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합리적 유권자라는 중도4의 공간에 안철수의 지지층이 있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올라가야만 정권교체가 된다는 역설이 성립된다.선거 때마다 재집권, 정권교체가 최대의 이슈가 되지만 그것은 무엇을 새로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