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론'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국민의힘 참패'라고 쓰고 '윤석열 심판'이라고 읽는다."비정상적 국정기조,""오만과 일방적 불통의 국정운영 그리고 독선적 '검사 리더십'"에 대한 국민적 평가다.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대패의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의견이 유권자 10명 중 7명에 이른다.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70%도 대통령 책임론에 동의한다."대통령 부부가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이라는 말이다.여로조사 꽃에 따르면 총선참패의 책임은 '윤 대통령 54% 김여사 10%'로 둘을 합하면 유권자 10명 중 최소
새벽입니다. 늦게 자도 일찍 자도 나는 늘 이 시간 부근에서 눈이 떠집니다. 언젠가부터 나의 잠은 이런 자연이 되었습니다. 온 세상에 어둠이 가득합니다. 나는 손으로 어둠을 만져 봅니다. 어둠이 부드럽고 편안합니다. 어둠 속에서 눈이 맑아집니다. 내가, 내게 몸을 움직이자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때 문득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도 몰래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적개심', 이 말이 왜 이때 불쑥 솟아났는지, 느닷없는 이 말이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생각들이, 우리의 역사 속의 기억과 상처들이, 훼손된 민족적 자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라 불릴 만큼 우리 사회는 100세까지 사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의학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는 '알파에이지'시대로 가고 있다. 그러면서 기대수명은 140세까지 바라보게 되었다. 실리콘밸리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생명연장을 위한 연구가 붐을 이루고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노화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60세 무렵 정년퇴직을 하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는 비단 나와 내 주변의 고민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 2라
중국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보복은 오자서(伍子胥)의 응징이다. 춘추시대 초나라 귀족이었던 오자서의 집안은 하루아침에 역모(逆謀) 죄로 기소되어 멸문의 화를 당한다. 초나라 평왕(平王)의 신하였던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伍奢)는 간신 비무기의 모함으로 큰아들 오상과 함께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였다. 오자서는 죽고 싶었다. 혼자서 비겁하게 살아가며 마음의 상처를 평생 안고 살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 죽음은 가치 없는 죽음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살아남아 응징할 것을 다짐하며 오(吳)나라로 망명한다. 오자서는 왕위 계승순위에서 밀려 있던 공
통영은 3월 중순에 벚꽃이 피고, 날마다 조금씩 북상한다. 열흘쯤 뒤엔 서울 여의도 윤중로 일대에서 벚꽃은 팝콘처럼 만개한다. 나는 벚꽃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다가 탄식한다. 어쩌자고, 하얀 벚꽃은 벚나무 검은 가지 속 어디에 숨어 있다가 한꺼번에 만개하는가! 봄비가 지나가며 꽃잎을 떨구면 봄은 파장이다. 꽃 진 벚나무 가지에는 연초록의 잎들이 돋아난다. 제국이 멸망하듯이 벚꽃은 무너지는데, 하얀 벚꽃 시체가 낭자하게 흩어진 길을 걷노라면 가슴은 슬픔으로 벅차오른다.젊은 시절, 연락이 끊긴 후배가 머리를 삭발하고 잿빛 승복을 입고
'야구가 돌아왔다.'시범경기가 치러졌고 3월 23일 개막이다.10개 구단은 자신의 전력과 환경 그리고 최근 흐름 등을 바탕으로 올 시즌 목표를 설정한다.우승을 겨냥하는 팀도 있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5강을 목표로 하는 팀도 있다.겨우내 국내외에서 진행된 스프링 캠프는 팀 목표를 위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구단들의 노력이다.'대한민국에 10명밖에 없는 프로야구 감독'의 운명은 성적에 달렸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팀이 우승을 놓고 경쟁할 수는 없다.그래서 팀의 목표는 크게 '우승이냐 (Win Now)이냐 정비와 준비(Re
나는 강가에 있는 작은 마을에 태어나고 자라 산다. 나의 조상들이 4백여 년 전 임진왜란 때 이곳으로 피난 와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두 살 때 전쟁이 일어났다. 집은 불태워지고, 그때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를 잃었다. 피난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재만 남은 집터에 초가삼간 집을 짓고 살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세 번째 집으로 1962년에 지으셨다. 아버지는 나무와 풀과 햇살과 흙과 바람으로 집을 지으셨다. 나도 그렇게 바람과 햇살과 흙과 나무로 시를 쓰며 그 시속에서 살고 싶었다.마을을 만들어 살면서 사람들은 마을의 질
설 명절 휴가기간 동안 SNS에서 따뜻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길 한복판에 폐지가 가득한 리어카를 힘겹게 끄는 노인 옆에서 우산을 씌워드리고 함께 가는 어느 여성의 모습이었다. 목적지까지 비를 맞으며 모시고 간 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 저녁을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있는 추운 계절에 마음의 온도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나날이 눈부시게 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과 반비례로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따뜻한 마음을 잃어가는 요즘에 보기 드문 장면
"여보! 우리 이혼합시다!" 마부의 아내는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헤어질 결심을 통보했다. 마부는 갑작스런 부인의 이혼통보에 당황했다. 제(齊)나라 재상인 안영(晏?)의 마차를 모는 직업은 비록 신분이 낮은 일이기는 하나 제나라 강력한 실세 안영을 모시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알아서 자신에게 잘 보이려 했다. 마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혼을 통보받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이혼 사유를 찾을 수 없었던 마부는 아내에게 왜 헤어지려 하는지 물었다. "당신은 재상을 모시는 마부입니다. 그런데 오늘 시장에서 본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사는 게 답답하고 제 운명이 마치 갑옷을 두른 것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짊어진 가장이라는 짐을 싣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 같다는 상상을 하면서 어디론가 숨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 나모 도르게 한숨을 내쉬곤 했다. 낯선 고장을 여행하고 돌아오면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고 울렁이던 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마음의 공허는 메꿔지지 않았다. 세월이 흐른 뒤, 나는 뒤늦게 더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었음을 깨닫는다.전직 '뉴요커' 기자이던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심장을 두
"약속대련"일까? 아니면 "실전"일까? 주말부터 이번 주를 뜨겁게 장식하고 있는 '윤석열 vs. 한동훈' 맞짱을 바라보는 양론이다.약속대련이든 실전이든 둘의 근거는 유사하다.한쪽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등장'해서고 다른 한쪽은 그가 '지목'되어서다.등장이든 지목이든 이 실장은 "(대통령의 비대위원장) 사퇴요구"를 전달한 사람이다.약속대련의 이유는 간단하다."한동훈 밀어주기 이벤트"를 통한 총선 승리다.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에게는 식물정부이고,한 위원장에게는 강제퇴출이다.둘의 공동목표는 '대선승리의 선거연합' 복원을 통해 가능하고,특히
눈이 와 있다. 강물 위로 나온 검은 돌들 위에 눈이 소복하다. 하얀 눈이 마을을 고요하게 덮고 있다. 조심조심 강을 건넜다. 마을을 걸어 나온 내 발자국을 뒤돌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강물을 따라 걸었다. 눈은 가만가만 온다.이 글을 쓰는 지금 따뜻해지는 나의 마음을, 이 온기를 이해하여 마음에 담고 새 나가지 않게 오래 오래 보관하기로 한다. 그곳에서 따뜻한 내 손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자. 사랑이 변하지 않는 그 지점을 나는 걸으면서 배워 왔다.세상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세상에 마음을 다 쓰자. 이 글이 산책을 나서는 나의 첫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시 남쪽에 위치한 러시모어산에는 미국을 빛낸 4명의 대통령(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미국인이 존경하는 4명의 대통령 조각상은 미국 시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의 관광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부터 노예해방을 이끌어낸 링컨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도 친숙한 얼굴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위인들의 얼굴이다. 이러한 러시모어산의 석상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읽었던 나다니엘 호손(Nathanier Hawth
새해가 바뀌자마자 국회의원 예비 출마자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와 전화가 빗발친다. 그러고 보니 올해 가장 큰 이슈는 3개월 남짓 남은 22대 국회의원 선거다. 총선을 준비 중인 정당 대표들과 당직자들은 벌써 전국을 오가며 민심의 주도권을 잡으려 분주하고, 총선에 나갈 예비 후보들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자기 이름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리려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4월 10일 이전까지는 온통 선거 이야기로 뒤덮일 기세다. 바야흐로 선거 정국이라는 큰 장이 대한민국에 서고 있다.선거에서 가장 중요
한파가 맹수처럼 한반도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대지 위의 웅덩이와 강은 죄다 얼고, 삭풍은 빈 나뭇가지를 붙들고 울어댄다. 나는 옷을 껴입고 올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러 임진강변으로 나섰다. 저 아래 평지는 월동을 위해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 도래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강 이쪽은 평야, 강 너머는 북녘 마을이다. 북녘에서 흘러온 물은 평야와 북쪽 마을 사이를 돌아 서해 쪽으로 무심히 흘러간다.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흘러라!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동지도 지나고 한 해의 끝에 닿는다. 지금은 떠들썩한 소란보다는 고요 속에 머물며 한
한해를 돌아보니 늘 그러하듯이 2023년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섞여 있었다. 여러가지 일들 중 하나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난 해로서 2023년은 분명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다. 나는 2023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등학교 체육시간이 끝난 이후로 나는 자발적인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깜빡이는 신호등의 파란 불에 쫓겨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하기만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헉헉거리는 대단한 운동치였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처럼 보이던 이웃 언니가 어
총선의 시간이다.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었고,한쪽에서는 '불출마와 사퇴'가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장재원 불출마와 김기현 사퇴' 그리고 '이탄희·홍성국 불출마'가 한쪽이라면 '인재영입위원회와 '인재위원회'가 다른 한쪽이다.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첫 '총선 영입인재' 5명을 발표했다."박지성과 이영표 그리고 장미란 영입설"도 있다.내년 1월 중순까지 매주 새로운 인재를 발표하며 모두 40여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민주당의 첫 '총선 영입인재'는 기후환경 전문 여성 변호사다."박정훈 임은정 류삼영 영입설"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니 꽃도 예쁘고 열매도 많이 열리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니 내가 되고 바다에 이르게 된다.' 2장에 나오는 글이다. 꽃이 예쁘고 열매가 많이 열리려면 나무의 뿌리가 깊어야 하고, 냇물이 되고 바다에 이르는 먼 여정을 가려면 샘이 깊어야 한다는 간단한 논리지만 우리 삶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유교(Confucianism)의 핵심 가치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s).'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사회와 국가가 평안해지고, 내면의 충
단풍은 지고 천지간에는 쇠락과 소멸의 예감으로 가득 찬다. 곧 북풍의 계절이 다가온다. 한해살이풀들은 시들고 꽃대는 바스라지고 줄기는 바짝 마른 채 서걱거린다. 한해살이풀들은 씨앗을 떨군 채로 혹한을 견뎌내고 이듬해야 다시 꽃망울을 맺고 여린 잎을 피워낼 테다. 들에는 미처 거두지 못한 배추들 잎이 얼고 물러서 땅에 달라붙는다. 밤에는 어린 고라니들이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울어댄다. 어린 고라니들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추위에 잔뜩 겁을 먹은 것이다.봄여름은 만물이 싹을 틔우고, 뻗고, 피우고, 자라는 계절이다. 녹음은 울창하고 뭇
"올해 아버지 구순인 거, 알고 있지?"친정엄마의 귀띔에 기절하게 놀란 사람은 다행히 나뿐이 아니었다. 오빠도 사정은 마찬가지라서, 우리 남매는 아버지가 올해 구순인 것을 생신 일주일 전에야 간신히 알았다. 서양식 나이 계산법에 익숙한 우리는 아버지가 34년생이시니까 내년에 구순인 줄 알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엄마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버지의 구순은 자식들이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갈 뻔했다. 우리는 서둘러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 예약을 했고, 가족들의 오붓한 축하 속에 아버지의 구순 파티를 괜찮게 보낼 수 있었다. 생일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