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본인 이름으로 다가구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A씨는 건축물에 발생한 하자 문제 협의를 위해 연락이 끊겨버린 시공자의 연락처를 알아보려고 해당 구청을 찾아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건축 당시에 분명히 도급을 주어 시공을 하였음에도 시공자란에 본인의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었다.이는 A씨만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소형 건축물에 해당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건설업 면허가 없어도 누구나 시공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법에 기인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동법에 의한 건설업자만이 시공이 가능한 건축물의 범위를 연면적 660㎡를
며칠 전 해마다 5월이면 돌아오는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필자도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보니 해마다 학생들의 축하를 받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출석 부를 때 보이지 않던 학생 몇이서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케이크에 초를 붙여 들고 들어왔다. 쑥스럽기 이를 데 없었지만 마음은 흐뭇했다. 대학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건축학과의 설계 강의는 한 학년마다 2개 정도의 스튜디오로 나뉘어 진행되며 한 스튜디오는 10명 내외의 학생들로 구성이 된다. 다른 학과보다 교수당 학생 수가 적은 편이지만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예나 지금이나 좋은 집터의 조건으로 뒷산과 앞에 내가 있어야 하고 (背山臨水), 남향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는 겨울엔 북풍한설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볕이 주는 아늑함을 추구한 탓이다. 그러한 곳을 찾아 살다 보니 인구가 밀집한 면단위 이상 도시의 대부분이 뒷산과 앞에는 하천이 흐르는 곳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도시의 남측에 도로가 있거나 남향인 대지의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형성됐다. 그러나 일조권 규정이 도입되면서 일조권 확보를 위한 공간을 북측에 확보하게 되었고 땅값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생겨났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주거 부분의
아침에 신문을 펼칠 때마다 신문 사이에 항상 끼워져 있는 전단지 중의 하나가 무슨 무슨 상가 분양광고 전단지일 것이다. 실제 크기보다 과장된 조감도와 역세권, 교차로, 주변 아파트 세대수 등등과 같은 커다란 선전문구로 도배돼 있고, 그 밑에는 시행사와 자금을 대는 은행 등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 것이 전단지의 공통적인 구성이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입지의 상가를 분양받는 것이 사업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그런 곳에서는 입이 쩍 벌어지는 수준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1, 2층은 전체 건물의 수익성을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살고 있던 전원주택을 3년 만에 팔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전원주택 팔린 것이 무슨 반가운 소식이냐고?사연은 이렇다. 목가적 전원생활을 꿈꾸며 평소 경치가 좋아 눈여겨보았던 마을에 터를 구해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한 것이 4년 전이다. 그러나 일 년도 되지 않아 그 꿈이 서서히 빗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시골생활의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에게 마을회관에서 막걸리잔 기울이는 촌로들은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무지렁이로만 보였던 것이다. 은퇴 전의 사회적 지위를 온전히 내려놓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
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인하했다.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금리가 높은 금융상품을 찾아 알뜰하게 저축해오던 서민들에게는 난감한 뉴스일 것이다. 반대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건축 분야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땅을 구입해서 건물을 지어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이 우리가 흔히 원-투룸이라고 부
얼마 전 민원인의 상담전화를 받았다.소유하고 있는 다중주택의 세입자가 2년간이나 임대료를 내고 있지 않았고, 당연히 밀린 임대료를 납부할 것을 독촉하자 그 세입자는 불법으로 설치한 싱크대를 문제 삼아 해당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건축주를 협박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18개의 방마다 싱크대를 설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민원이 접수되면 18명 세입자의 이사비용은 물론 보상금까지 지급한 후 원상복구 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밀린 임대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세입자는 알고 있었고, 민원을 제
설 명절 연휴의 끝 무렵에 모처럼 가족들과 가까운 계룡산을 찾았다. 춥지 않은 날씨에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모인 가족 단위 등산객들로 등산로는 가득 차 있었다. 해마다 계룡산을 찾지만 언제부턴가 동학사가 우리 가족의 계룡산 등산 종착지가 됐다. 등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다. 그 위쪽으로는 험난한 코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가볍게 산책 삼아 동학사에서 약수 한 사발 마시고 하산하는 것이다. 계룡산은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게으른 초보 등산 가족을 맞아준다. 하지만 종착지인 동학사의 모습은 해가 갈수록 낯선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
"재학생 여러분! 건축학도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 우리나라의 건축계를 이끌어갈 중추적 인물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교의 교수님들은 우리 후배들이 어깨를 활짝 펼 수 있도록 자존감을 함양하는 데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오." 얼마 전 모교 건축학과 동문포럼에 다녀왔다. 어쩌면 개교 이래 처음일 수도 있는 행사였으며,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였다. 새로 조성된 캠퍼스는 넓고 깨끗했으며,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한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선배 된 입장
요즘은 무한 경쟁 시대다. 이 시대에 보장받은 직장, 직종은 없는 듯하다. 잘나가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부터 안정된 직장으로 여겨졌던 소위 '철밥통' 공무원까지 밥그릇을 걱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건축사라는 직업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해마다 수주 물량은 감소하고 건축사사무소의 수는 포화 상태다. 대전만 해도 300곳이 훨씬 넘는다. 이 어려운 시기에 대한건축사협회를 이끌 회장을 뽑는 온라인 투표가 며칠 전에 있었다. 모든 회원이 참가하는 직선제 투표였다. 다섯 명의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이 연일 스마트폰과 이메일
최근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 여성 고객이 남자 직원을 폭행하는 등 행패를 부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서열화된 위계사회에서 이 정도의 사건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은 지 오래다. 지난 한 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던 소위 갑의 횡포만도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남양유업 사태가 잊혀지기도 전에 '라면 상무', 28사단 의무대의 윤일병 구타 사망 사건 그리고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입주민의 계속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견디지 못하여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사건 등이 있었고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그 정점을 찍
대한건축사협회 인천광역시건축사회는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건축물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을 하면서 설계자 및 감리자로부터 징수한 55억 원 중 타 지역의 설계자나 감리자로부터 징수한 12억 원을 돌려주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건축물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 업무는 1962년도에 시작됐으나 담당할 공무원의 숫자가 부족해 1980년대에 민간에 위탁하기 시작, 1999년도에 현재의 체제로 확정됐다. 건축물의 설계, 시공 및 감리와 관련 없는 제3의 전문가(건축사)에게 위탁해 업무의 공정성을 기하고자 한 것이다. 국가에서 모든 일을 직
올겨울은 초입부터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눈이 내릴 때마다 도심은 혼란스러워진다. 눈이 쌓이면 차들은 거북이가 돼 교통은 마비가 되고 염화칼슘에 녹은 눈은 길바닥의 오염물질들과 범벅이 돼 검은색에 가까운 곤죽이 돼간다. 하얗고 깨끗한 눈의 이미지는 도시에서는 이렇게 퇴색되게 마련이다. 필자는 얼마 전 일본의 가나자와시로 여행을 다녀왔다. 생소한 도시였지만 건축인들에겐 21C미술관과 가나자와성이 있는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서도 3일 내내 폭설에 가까운 눈을 맞으며 도시를 여행했다. 그런데 가나자와시의 도심에서는 눈이 내리면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서울시의 불법건축물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축법령을 위반한 불법건축물이 2011년 4만 6733건, 2012년 5만 3773건, 2013년 5만 7190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건축물의 건축주에게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의 체납률도 2011년 20%, 2012년 22.3%, 2013년 30.2%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지난달 15일에는 담양 펜션의 무허가건물 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3일 뒤인 18일, 대전서부경찰서는 무단으로 설계를 변경하고 감리를 제대로 하
며칠 전 입시 한파 속에서 수능이 치러졌다. 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그동안의 심적 육체적으로 지친 몸을 쉬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자기의 점수에 맞춰 대학과 과를 선택하느라 또 한 번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중 건축학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건축학과는 구체적으로 무얼 배우고 졸업 후의 진로가 어떤지 몇 자 적어보려 한다. 건축 관련 학과는 필자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건축공학과라는 이름으로 통일돼 있었지만 지금은 건축공학과와 건축학과로 나뉘어 있다. 건축공학과는 4년제이고 건축학과는 5년제로 배우는 연수도 다르
해는 규제 완화가 화두였던 것 같다. 최고 권력자의 뜻이니 가히 광풍이라 할 만하다.규제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어떤 사항을 규율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국민의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가하게 된다. 따라서 규제가 적을수록 살기 좋은 나라일 것이다. 행정편의주의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것과 풀어서는 안 되는 사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완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건축법에선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내의 건축물에 대해 일조권 규정을 두고 있다.
건축물을 지어보지 않은 일반 대중이 건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건축사로서 항상 궁금하다.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건축물 안에서 보내지만 그것을 특별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필자도 건축을 전공으로 선택하기 이전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등학생 시절 대전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됐던 당시 동양백화점이 화제가 됐고 일부러 그것을 타러 간 적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이었던 63빌딩은 전 국민의 필수 관광코스가 됐고 1988년 서울올림픽 주경기장도 그랬다. 이처럼 이
지난 여름 가우디와 피카소의 나라 스페인에 다녀왔다.세계 2위의 관광대국인 스페인은 관광사업의 비중이 GDP의 11%고 고용도 전체 취업자 수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의 수만 해도 무려 3600만 명에 달해 지난해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우리에겐 부러울 따름이다. 스페인 관광의 대부분은 자연경관이 아닌 건축기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슬람풍의 독특한 건축물과 주요 도시마다 산재해 있는 성당건축은 스페인 관광을 대표하며 무엇보다도 바르셀로나의 건축기행은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추석 명절이 지나갔다. 해마다 가는 고향이지만 갈 때마다 고향의 모습은 조금씩 혹은 많이 변해 있기 마련이다. 40대 중반인 필자의 어렸을 적 고향 모습은 비포장 길에 회색의 슬레이트 지붕이나 색색의 양철 지붕을 하고 있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아스팔트 길에 평 슬래브 벽돌집과 샌드위치 패널의 공장과 거대한 축사들이 혼재돼 있는 모습이다. 점점 더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러면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살던 우리 동네 모습은 어땠을지를 상상해 본다. 어렵지 않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지붕과 검정색 기와지
휴가기간에 싱가포르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 하면 떠올랐던 것은 사자머리에 인어꼬리를 한 흰색 머라이언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싱가포르의 대표 상징물은 건너편에 들어선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이 돼버렸다. 호텔 건물 위에 수영장이 딸린 커다란 배를 올려놓은 형상이다. 싱가포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이 아슬아슬한 수영장은 여행객들의 로망이 됐다.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도시는 어때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생동감이 넘쳐났던 싱가포르의 도시 풍경이 자꾸 떠오르면서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한 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