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꽃비가 쏟아져 내리고 여름이면 반짝반짝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아름다운 대청호수. 가을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겨울이면 화려한 눈꽃을 선물하는 이곳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봄을 시작한다. "강아지똥 슬퍼 마 슬퍼 마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중하단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강아지똥 뮤지컬을 공연하며 노래하던 합창의 한 대목처럼 오늘도 눈부신 햇살 아래 신나게 뛰어다니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서 희망의 기운이 솟아난다. 마을 사람들과 교사들이 가족처럼 끈끈한 정을 나누며 교육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추동 시골 마을에 위치한 작은 학교
"선생님, 지성이 또 지각이에요.""지성이가 우리 반 교실 제일 깨끗하게 하려고 그런가 보네~.""선생님, 지성이 지금 왔어요.""집은 학교에서 코앞인데 지성이가 왜 또 늦었을까? 얼른 자리에 앉으렴."3학년 우리 반의 첫 아침은 자주 이렇게 시작됐다. 청소도 면담도 해 봤지만 나아지지 않고 1교시가 시작되어서야 터덜터덜 들어왔던 학생. 지각과 싸움이 잦던 지성이를 대하며 "왜 우리 반에 학급 편성이 됐을까? " 하며 속으로 몇 번을 가슴도 쳤다.그러던 어느 날 지성이 할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지난번 낸 자유수강권 신청에서 탈락됐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교정에 있는 산수유 꽃망울에서도 봄이 느껴진다. 봄소식과 함께 학교는 신학기 준비로 분주하다. 처음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새로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학부모들에게도 더없이 설레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새 출발을 앞둔 학부모들에게 다음의 세 가지를 실천하도록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들에게 '꿈'의 이름표를 달아주자. 목련이나 개나리가 제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국화가 그 시샘으로 인해 봄에 제 자신을 꽃피우려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계절에 따라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열매 맺는다. 아마도 '꿈'도
쉘 실버스타인의 대표작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인생의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일러주는 작품이다. 소년을 향한 나무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마음가짐 중 하나라 생각한다. 전교생 90명 정도의 소규모 농촌 중학교에 발령받은 지 3년밖에 안 되는 교사인 나는 오랜 임용 준비기간으로 자연스럽게 교직에 대한 간절함을 자연스럽게 경험한 교사이다.중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며 다양한 경험과 변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미술교사를 하며 학생들과 함께 즐기는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한 과정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다가온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학기를 준비하는 모든 학생에게 소개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 필자가 근무했던 초등학교 3학년에 74세 할머니 학생이 있었다. 할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 다닐 때 6·25 전쟁이 일어나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되었단다.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초등학교 졸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초등학교의 문을 두드리신 할머니! 전국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초등학생이 되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담임 선생님과 만나는 첫 시간. 담임 선생님이 나누어 준 자기소개서를 할머니 학생은 서툰 글씨
2월, 정리의 시기이다. 생활기록부를 마무리지어야 하고, 교실을 정리하며 오서분교장에서 함께 지낸 별 같은 아이들과의 생활을 돌아보는 시기이다. 오서산 밑의 분교, 산도 하늘도 높은 그곳은 바람이 많은 곳이다. 골짜기 바람이 매섭게 운동장을 가르다가 여름이면 안개비를 곧잘 실어 나르는 곳이다. 교무실은 항상 시원해서 좋았고, 운동장과 화단의 나무가 잘 손질되어 역사를 자랑하는 산속 분교에서의 지난 1년은 아이들 곁에 항상 음악소리가 있었다. 본교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활동이 있어 2-6학년 전체가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등의 현악기
그동안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 스위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 다녀왔다. 여행을 다니며 느낀 것은 학생들 지도에 큰 도움이 되었다.이번 겨울방학에는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4박 6일간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 충청권 교육전문위원들과 미얀마에서 교육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한때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밍갈라돈의 아동교육센터에 도착했다. 굿네이버스가 부모님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는 유치원생을 비롯하여 중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다
2001년 첫 발령이 나고 학교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첫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당황했습니다. 버스가 쭉 뻗은 4차선 도로를 지나 논길을 따라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덜컹덜컹 꼬불거리는 시골도로를 지나 마침내 도착한 학교는 앞에는 바위산을 뒤에는 갯벌을 간직한 아담한 시골학교였습니다. 시골학교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친척집이나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외롭고 고달픈 아이들이었지요. 엄마와 떨어진 충격으로 입을 열지 않던 아이, 아빠도 없이 할머니 같은 엄마랑 사는 아이, 부모님의 이
지난해 12월 초, 우리 학교 45명의 교직원들이 전라남도 목포 일원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2014학년도 교육과정 수립을 위한 연찬회'를 가졌다. 교육과정 전문가로부터 강의도 듣고 학생들을 지도하며 울고 웃었던 애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독서 교육을 위해 애썼다며 필자를 격려하는 교사도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며 지난 1년간 있었던 일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력 신장 및 올바른 독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HAPPY한 책읽기 운동'을 전개했다.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 신청
"선생님! 자신감을 가지세요."동료교사가 던진 말이 아니다. 이제 겨우 열 살인 우리 반 아이가 꽃무늬 스티커를 가득 붙인 편지지에 힘을 주어 쓴 문장이다. 그것도 15년차 교직경력의 선생님께 말이다.학예회를 이틀 앞두고 마무리 연습이 한창이던 어느 날,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한바탕 걱정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얘들아, 아직도 동작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니? 부모님들 모셔 놓고, 우리 반만 망신 당하는 건 아닌지, 정말 걱정되는 구나."신나는 음악에 맞춰 행복한 모습으로 이리 저리 몸을 흔들던 아이들은 금방 시무룩
"뭐야, 이번 교직원 연수 장소가 고작 서산·태안이래?" 내심 그럴듯한 장소를 기대했는데 좀 실망이 됐다. 사실 그동안의 교직원 연수 하면 남해안이나 동해안 아니면 이름난 산에 있는 사찰을 둘러보고 오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수는 '역사·문화·생태체험 교직원 연수'로 주제부터 좀 색달랐다. 실망 반 기대 반으로 연수에 참여하게 됐다. 연수는 버스 안에서부터 시작됐다.'October Sky'란 영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냉전이 지속되던 1957년 한 탄광마을의 광부 아들로 태어나 미국 NASA에서 우주항공 연구원으로 꿈을
교직생활을 돌아본다. 14년 7개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으니 한 번 하고 반은 변한 셈이다. 초임 때는 의욕만 앞서고 시행착오가 많았던 것 같다. 라면, 떡볶이, 비빔밥 등을 만들어 먹으며 모둠별 상담을 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자 학교생활이나 가정에 안 좋은 일이 있던 아이들도 차차 마음을 열기도 했다. 그때는 그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그 시절, 나는 얼마나 교만한 생각을 했던지 나만 '의로운 교사'라는 착각을 했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께서 내가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도영아, 잘 가. 오늘 친구 도와주는 모습 정말 멋있었어!"교실 문 앞에 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 머리 쓰다듬어 보내는 일로 나에게 주어진 꿈 터에서의 하루를 접는다. 운동장에서 놀다 발견한 조금 특별한 돌멩이를 주워 와 선물로 건네준 성규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로 마음을 전한다. 조용히 타이를 수 있었는데 기다려주지 못하고 언성 높여 나무랐던 아이에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격려의 옷을 입혀 보낸다. 이렇게 전체가 아닌 소중한 개인으로 내 앞에 다가오는 아이들을 보며 오늘도 그들에게 좋은 선생
"선생님, 요즘도 영어 기초반 가르치세요? 영어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 가르치시기 힘드시죠? 그래도 힘내세요! 저처럼 선생님 덕분에 영어에 흥미를 느껴 성공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얼마 전, 영어 기초반에서 가르쳤던 학생 최동하가 찾아왔다. 대전전자디자인고 3학년에 다닌다는 동하는 대뜸 영어 가르치느라고 힘들겠다며 필자를 위로하더니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선생님! 제가 장학생에 선발돼 캐나다에 다녀왔어요. 현장실습을 하는 내내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라 찾아왔어요.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감사합니다." 동하는 '2013학년도 특
출근길에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10시가 지나면서 앞산이 안 보일 정도로 컴컴해지더니 이내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은 눈 치우기 전쟁의 연속이었다. 자고 나면 10㎝ 이상 쌓여 있는 정구장의 눈을 치우느라 추위를 느낄 새도 없었다. 제때에 치우지 않으면 바닥이 얼어버려 정구부 선수들이 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침의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눈을 치워야만 했다. 교직원 10여 명이 힘을 모아 땀 흘려 가며 눈을 치우지만 코트 두 개의 정구장이 왜 그리 넓게 보이고 손수레에 실어내는 눈의 양이 어
지난 11월 14일, 우리 학교에서 613명의 전교생이 무대에 한 번 이상 올라가 끼와 재능을 선보이는 학습발표회가 열렸다. 개교 이래 가장 많은 학부모님들이 참석했다고 할 정도로 체육관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600여 명의 학생들은 학년별로 지정된 1악기를 연주하였고, 1학년은 꼭두각시 무용, 2학년은 탬버린 춤, 3학년은 무용 댄싱퀸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4학년의 수화, 멋진 선율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했던 5학년 학생들의 오카리나 연주, 멋진 음악에 맞춰 긴장감과 박진감 속에 우리들을 빠져들게 한 6학
띠리링, 띠리링….저녁 9시 30분. 어김없이 오늘도 휴대전화 벨이 울린다. 민정이(가명) 전화다. 귀가 보고 전화는 한밤중이건 주말이건 상관없다. 때론 귀찮아 받지 않으면 내 마음을 아는 양, 계속 전화를 해 댄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면 민정이는 내게 서운한 마음도 없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민정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10분은 훌쩍 지난다. 통화를 끝내고 싶은 내 마음을 슬며시 전해 보지만 한 번 풀린 민정이의 이야기 실타래는 감길 줄 모른다. 민정이는 내가 담임하고 있는 아이다. 3월
지난 6월부터 전문계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중도 탈락 감소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대안교실은 대안학교의 대안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과 목표를 가지고 꾸려져야 할까? 우리 학교에서 대안교실을 운영하며 얻은 결과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사고의 전환과 성찰적 사고를 중심으로 의미와 가치를 코드화한 맥락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 학교에서 진행된 대안교육 프로그램들은 일상에서 학생들이 쉽게 접하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욕망들을 품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디자인
여름내 신록의 나뭇잎들이 화려한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다시금 고개를 내미는 요즘이다. 올해 초, 교육경력 15년인 교사로서의 내 모습은 좋은 수업을 위한 교재 연구보다는 업무 처리에, 학생 이해를 바탕으로 한 학생 생활지도보다는 강제 훈육에 더 많은 시간을 내주고 있었으며 이를 당연시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3월에 연화초로 이동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근무한 8개월은 교사로서의 초심을 찾게 해준 시간이었다. 10월은 교육실습 기간으로, 오늘 아침도 우리 반 아이들은 교육실습생들을 둘러싸고 재잘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이 정도의 경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20대의 교사는 대학교수처럼 가르치고, 30대의 교사는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40대의 교사는 핵심만 가르친다. 50대의 교사는 아는 것만 가르치고, 60대의 교사는 생각나는 것만 가르친다.'나이를 먹을수록 열정이 식어간다는 것을 꼬집는 유머이지만 사실은 교육의 더 중요한 측면을 간과한 이야기이다. 누가 노인이 되는가? 늙으면 누구나 노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오는 생체적인 능력의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생물학적 인간을 전인적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교육 본연의 목적이라고 본다면 교사의 능력과 역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