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국가기관의 입지 선정에 공모제를 도입한 것은 2000년대 초이다.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공모를 진행한 것이다.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고,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게 목적이었다.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고 지역산업과 긴밀하게 연계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는 대개 정부가 알아서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을 배치했다.갈수록 공모가 많아지고 있다. 님비현상이 심한 폐자원 소각·매립·재활용 시설이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장묘시설 등은 인센티브를 줘가며 입지를 공모한다. 각종 연구개발이나 중기부의 예비창업패
많은 지자체가 '생활인구'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인구감소지역법을 보면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주민등록한 사람은 물론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월 1회 이상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이나 외국인도 해당한다. 지역의 모든 외국인이 생활인구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으로 한정됐다. 기준을 충족 못하면 지역에서 함께 생활함에도 생활인구에서는 배제된다. 배제와 차별이 어디 생활인구뿐일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부출연연구기관 혁신 논의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초 10월 말 발표 예정이었던 최종안은 이제 12월 공개를 목표로 한다. 핵심은 연구자 임금이 과제 수주에 좌우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이미 내년도 정부 예산에도 관련 내용이 일부 반영된 만큼, 큰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과기계 안팎의 공감대다.그럼에도 과기정통부가 최종안 발표를 서두르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PBS는 지난 30년간 연구현장을 지탱해온 근간이어서 이를 걷어낼 경우 연구 환경이 어떻게 재편될지 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비밀리에 종전평화안을 만들어 협상에 나선 것이다. 지난 주 미국의 육군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 협상안을 전달했다고 한다.협상안은 놀랍다. ▲'우'의 동부 돈바스지역 전체 러시아에 양도 ▲'우'의 정규군 절반 축소 및 러시아 본토 타격용 무기 포기 ▲'우' 영토 내 외국군 주둔 금지 및 나토(NATO) 가입 중단 ▲러시아어의 공식언어 인정과 러시아 정교회 공식 지위 부여 등이다. 러시아가 요구해온 주장을 고스란히 담은, 우크라이나의 항복문서에 가깝다. 트럼프는
인공지능(AI)를 둘러싼 세계 패권 전쟁은 달리 말하면 반도체 패권 전쟁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손에 쥐면 고성능 AI를 구현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미국은 지난해 11월 대만의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인 TSMC에 대해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TSMC의 반도체가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제품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TSMC의 자신 신고에 의한 것이긴 했다.미국은 중국 반도체 및 정보기술(ICT) 기업들에 고성능 반도체가 유입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 왔고
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상황에서 간혹 의문이 일때가 있다.특히 20-30여 년 전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TV 예능 토크쇼에서의 에피소드를 볼 때 더욱 그렇다.짧은 동영상(숏폼)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습관적으로 누르고 과거의 기억에 웃음 짓지만, 한편으론 "요즘 이게 과연 먹힐까"라는 생각도 종종 든다.물론 해당 영상 제작자의 시청 타깃이 40대 이상의 세대를 목표로 했다면 딱히 할 말은 없으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층에겐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는 나름의 우려가 인다.이런 가운데 최근 충청도식 화법 영상에 눈이 갔
"이런…, 하필 월요일이네."세종시에 살면서 급하게 기획물이나 논문을 준비하다가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여러 번 있다. 공교롭게도 자료가 가장 많은 국립세종도서관이 휴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그런대로 대체가 가능한 세종시립도서관도 쉰다.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이게 꼭 개인만 탓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단체 '시민제안' 게시판에는 "도서관들의 휴관일을 분산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우리가 모르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나? 이용자들의 민원에도 공공도서관들이 휴관일을 분산하지 않는
10여년 전부터 '판교라인' '기흥라인' '천안아산라인'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기업들이 연구소나 공장을 설립할 때 서울에서 멀어지는 거리를 따지는 데서 연유한다. 2010년대 IT와 게임기업들이 판교에 입주하면서 정보통신 고급인력들이 대거 정착했다. 인근의 분당 용인 수지 광교에 젊은 인력들이 몰려들었고, 판교가 연구개발 인력 진출의 남방한계선이 됐다. 더 이상 남쪽으로 내려가면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도 이들 지역까지 특수를 누렸다.용인 기흥에 삼성전자가 입주하면서 '기흥라인'도 생겼다.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인력이
2025년이 불과 한 달 하고 절반도 남지 않았다. 올해는 탄핵 정국과 새로운 정부 출범 등으로 각종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 해였다. 특히 지역 부동산 업계는 이재명 정부의 출범이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던 시장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수도권에만 매몰됐다. 정부는 6·27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과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등 총 3차례의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충청권 부동산 시장의 충격은 이뿐만이 아니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수년간 교사와 행정직원들이 학생 성폭행 등을 일삼았다. 2005년 수사가 시작됐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란 지적이 많았다.이 사건을 새롭게 조명한 것은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였다. 더구나 이 소설이 같은 이름으로 영화화되면서 전 국민들이 공분했고 검찰 재수사로 이어졌다. 장애인·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소위 '도가니법(성폭력범죄 특례법 개정안)'이 제정됐다. 문학 작품이 이처럼 사회적 이슈를 제기해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적 논의의 새로
강원도 속초시에서 지난 2022년 11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현장체험학습을 갔던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안타깝게 목숨을 잃으면서 담임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심은 지난 14일 '금고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우리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교원단체들이 선고 직후 교육활동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위험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안전시스템 구축·운영인력 확보·인솔구조 개편 등 지속적으로 제도적인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여느 분야든 통합은 늘 난제로 꼽힌다. 행정통합과 대학 간 통합, 유보통합 등 각기 다른 제도와 구조,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묶는 일은 간단치 않아서다. 통합을 전향적으로 추진하는 주체를 제외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점에서 기대보단 우려가 앞서는 것도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대전시와 충남도가 주력하는 전국 첫 광역 단위 행정통합도 비슷한 흐름이다. 두 지자체는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맞설 대안으로 행정통합을 제시했다. 현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100년 후 대전·충남이 대한민국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통
여당인 민주당에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위원장은 김태년 의원이고, 수석부위원장은 강준현 김영배 박수현 이해식 의원이 맡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5극 3특' 정책을 펼쳐 수도권집중을 억제하고 지방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도록 입법과 예산을 뒷받침하게 된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지방 살리기의 해법으로 5극3특과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시한 바 있다. 5극은 충청권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대구 경북) 호남권을, 3특은 강원 전북 제주 특별도를 말한다. 이들을 성장거점으로 삼아
기년법(紀年法)은 특정 연도를 기원 삼아 햇수를 세는 것을 말한다. 정치, 종교, 천문학 분야에 다양한 기년법이 존재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기년법은 예수 탄생을 기준한 기원전(BC), 기원후(AD)다. 기독교 기반의 서구 문명이 주도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한자문화권에서는 어느 임금이 즉위한 해를 원년으로 연호를 정한다. 삼국지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인 적벽대전은 건안(建安) 13년에 일어났다. 건안은 후한의 제14대 황제인 헌제가 사용한 연호다.단군의 후손인 우리는 단기(檀紀)를 쓴다. 원년은 BC 2333년이다. 대한민국 제헌
용산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로 들어간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확인한 이전 시점은 다음 달 8일-14일까지다.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리면 용산 시대도 3년 7개월 만에 저물게 된다. 세월 무상의 일면을 느끼게 한다. 청와대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청와대를 부분적으로 수리해 쓰겠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그 말이 연내 이전이라는 실제 상황으로 다가온 것일 뿐이다.충청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 유턴을 세종 행정수도 완성과 별개의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다. 성급한 판단으로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청와대 시대로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나 제미나이(Gemini)로 지식과 정보를 찾고, 작곡과 문학창작도 진행한다. 이런 저런 요구사항을 넣어 작문을 요구하면 금세 훌륭한 시와 수필을 써준다. 아름다운 시나 글을 넣고 음악적 취향을 이야기하면 그럴 듯하게 작곡도 해준다. 웬만한 전문가 뺨칠 정도이다.오픈AI사가 2022년 11월 출시한 챗GPT는 인류를 깜짝 놀라게 했다.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고, 계속 버전을 업그레이드하여 자연어 이해와 생성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구글 딥마인드가
13일 새벽 전국 55만여 명의 수험생이 수험표를 들고 교문에 들어선다. 12년을 달려온 결승선,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날이다. 수능 당일은 항상 긴장된 얼굴과 보호자들의 애절한 마음 사이로 찬 공기가 맴돌곤 한다. 그 짧은 순간이 지나면, 모든 건 오롯이 수험생의 몫이 된다.올해 수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의대 정원이 축소된 상황에서 응시자가 7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른바 '사탐런(사회탐구 쏠림)' 현상까지 겹치며 시험의 변수도 많다. 제도적 복잡함 속에서 입시는 늘 예측 불가능한 싸움이 된다. 하지만
"수능 만점자가 쓴 샤프 팝니다."대학수학능력시험(13일)을 앞두고 중고거래 사이트에 이런 글이 자주 올라온다고 한다. 실제 수능 고득점자의 샤프인지 판별할 수 있나. 그것부터 의심스럽지만 실제 구매 의사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 샤프 기운을 받아 시험을 잘 치르고 싶기 때문이다. 일종의 '염원 소비'다.그렇다면 과연 고득점자의 샤프가 효과를 낼 수는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는 엇갈린다. 스포츠선수 대상의 실험에서는 미신적 의식이 기술적 수행 능력 향상에 효과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미신적 믿음(l
"아는 것만큼 보인다."알고 있는 만큼 시야를 넓혀 어떠한 사안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다는 말이다.대전시의회가 19일까지 민선8기 마지막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했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을 비롯해 산하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이 피감 대상이다. 시의원들은 이들 피감 대상에 대해 올 한해를 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지되 미진한 부분은 개선 방향까지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이 있다. 따라서 아는 것의 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다. 시정의 문제점이 있다면 날카롭게 지적해 개선토록 촉구하고, 방향성이 모호하다면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 다시 바로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집값만 하늘로 간다."누구나 한 번쯤 내뱉어본 푸념이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오른 소시민들은 오늘도 월세와 대출이자를 머릿속에 계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 한 잔을 줄이고, 여행 한번을 미뤄도 '내 집 마련'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지난 몇 년간 집값은 시장의 언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공급부족, 금리, 인플레이션, 개발 기대감 등 그럴듯한 이유가 줄줄이 붙지만 결과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사는 사람은 더 힘들어지고, 가진 사람은 더 여유로워졌다는 것이다.부동산은 더 이상 삶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