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신 개그맨들의 충청 정서 담은 영상 인기
설명듣고 나면 무릎 치는 탄식·웃음나는 충청말
정청래·장동혁 대표의 거칠고 잔인한 직설 '그만'

우세영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우세영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상황에서 간혹 의문이 일때가 있다.

특히 20-30여 년 전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TV 예능 토크쇼에서의 에피소드를 볼 때 더욱 그렇다.

짧은 동영상(숏폼)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습관적으로 누르고 과거의 기억에 웃음 짓지만, 한편으론 "요즘 이게 과연 먹힐까"라는 생각도 종종 든다.

물론 해당 영상 제작자의 시청 타깃이 40대 이상의 세대를 목표로 했다면 딱히 할 말은 없으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층에겐 다소 어색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는 나름의 우려가 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충청도식 화법 영상에 눈이 갔다. 또 충청도 출신 코미디언이나 배우들의 사투리 영상도 즐거운 마음으로 검색해 봤다.

충남 출신 개그맨 최양락·김학래·이영자의 예능 에피소드, 충북 출신 배우 이범수의 영화 대사 충청도 방언 전환 영상 등에서 나아가 충청도 방언이 인기였던 영화·드라마 숏폼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피식 댔다.

영상은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는 박장대소의 이야기지만, 사실 같은 충청도 중년에겐 실실거리는 피식 웃음거리다.

충청도민의 유머 감각과 관련, 충남 서천 출신 배우인 김응수는 한 영상에서 "최양락이 같이 재밌는 정도는 서천(만) 가도 1000명은 있다"고 말했다. 개그맨 중 충청도 출신이 많다는 의견에 나온 말이다.

경상도의 '가가 가가'와 전라도 '거시기 머시기'처럼 충청도 말엔 충청인 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다만 충청도 언어는 이 공간이 비교적 넓고 때론 매우 함축적이다.

배우 김응수의 에피소드. 서천 장날 모친이 마당에서 옆집 지인의 행차(무엇인가를 머리에 이고)를 보고 "어뗘?"라고 묻자, 지인은 "그저 그려"라고 답한 뒤 버스를 타러 갔다. 이어진 모친의 독백 "아니 나도 다음 장에 내다 팔아야 겠네". 이 대화의 내용은 이렇다. 옆집 지인이 장날에 콩 팔러 가는데, 모친은 지난 장날 보다 가격이 올랐는지 물었고, 지인은 올랐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짧은 대화는 그 유명한 "개 혀?" "혀"(개고기를 먹냐는 질문에 먹는다는 답) 이외에도 예나 지금이나 지역에선 부지기수다.

화자와 청자 만이 알 수 있는 암호 같은 대화들. 비충청인들은 헤아릴 수 조차 없는, 문맥을 뛰어 넘는 럭비공 같은 키워드의 향연. 설명을 듣고 나면 그제서야 무릎을 치고 나오는 탄식과 웃음. 이게 충청의 말이다.

나연만 작가는 이같은 충청도 말에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슈 충청의 말들'에서 "충청의 말은 위대하다. 충청의 말은 사람에게 의욕과 힘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충청도 출신 거대 여야의 수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에선 '헌정 사상 최초'라며 기대감을 표출하고, 정-장 대표는 번갈아 충청으로 발길을 향하는 등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에게 충청인의 웃음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거칠고, 직설적이며, 잔인한 면모만 보인다. 양 측은 하루가 멀다고 쉬임 없이 상대방을 겨냥, 살벌한 메시지를 내보낸다.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끔 "이건 아니다"라는 한숨이 나온다.

결국 정-장 대표 모두 직무수행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도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부정 평가 우세는 고향인 충청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다. 비방이나 강요가 아니다.

사람에게 의욕과 힘을 주는 충청도 말이 양 대표가 사용하는 순간, 살을 베는 칼이 되고 심장을 향하는 화살이 된다.

충청도 출신인 정청래·장동혁 대표에게서 충청도의 웃음과 완곡어법, 치우치지 않아 감정의 동요가 없는 그리고 세지 않으면서 꾸준하고 끊임 없는 충청도의 기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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