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솔 취재2팀 기자
조은솔 취재2팀 기자

13일 새벽 전국 55만여 명의 수험생이 수험표를 들고 교문에 들어선다. 12년을 달려온 결승선,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날이다. 수능 당일은 항상 긴장된 얼굴과 보호자들의 애절한 마음 사이로 찬 공기가 맴돌곤 한다. 그 짧은 순간이 지나면, 모든 건 오롯이 수험생의 몫이 된다.

올해 수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의대 정원이 축소된 상황에서 응시자가 7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른바 '사탐런(사회탐구 쏠림)' 현상까지 겹치며 시험의 변수도 많다. 제도적 복잡함 속에서 입시는 늘 예측 불가능한 싸움이 된다. 하지만 그 복잡한 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하나 있다. 단순히 정답을 고르는 것을 넘어 자신을 믿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수능을 준비한 시간은 단순히 문제집을 푼 날들의 합이 아니다. 수많은 포기와 다짐이 교차한 시간의 무게다. 새벽의 알람 소리, 교실의 형광등 불빛, 그리고 책상 위에 쌓인 연필 가루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서사가 된다. 단 하루의 답안지를 위해 수많은 수험생들이 무수한, 그리고 고단한 날들을 보냈다.

수험생들에게 "마음 편히 보라"는 말은 어쩌면 위로보다 잔인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장 속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 결국 실력이다. 한 문제를 더 맞히기보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누가 뭐래도 오늘 하루는 수험생이 주인공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의심하지 말고, 그 길 위에서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점수가 노력의 전부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노력은 이미 스스로를 증명했다.

수능은 인생의 결승전이 아니다. 인생의 첫 번째 큰 무대일 뿐이다. 결과가 어떻든, 이 시간을 버텨낸 경험은 앞으로 어떤 시험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근력이 된다. 점수보다 단단한 마음으로 맛있는 밥 한 끼와 깊은 잠으로 자신을 위로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