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10여년 전부터 '판교라인' '기흥라인' '천안아산라인' 등의 용어가 등장했다. 기업들이 연구소나 공장을 설립할 때 서울에서 멀어지는 거리를 따지는 데서 연유한다. 2010년대 IT와 게임기업들이 판교에 입주하면서 정보통신 고급인력들이 대거 정착했다. 인근의 분당 용인 수지 광교에 젊은 인력들이 몰려들었고, 판교가 연구개발 인력 진출의 남방한계선이 됐다. 더 이상 남쪽으로 내려가면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도 이들 지역까지 특수를 누렸다.

용인 기흥에 삼성전자가 입주하면서 '기흥라인'도 생겼다.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인력이 집중되고 소재 부품 장비 협력업체와 외국계 회사까지 몰려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이보다 남쪽의 경부선 축에 위치한 '천안 아산 라인'은 첨단 디스플레이와 자동차 제조업체가 입주하면서 생겨난 용어이다. 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이곳까지 진출했고, 인접한 충북의 진천 음성에도 수도권 중소기업이 많이 남하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청년층 취업자가 16만명  이상 줄고, 고용률도 18개월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청년층 취업자가 16만명 이상 줄고, 고용률도 18개월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기업 남하의 온기를 느끼는 곳은 이들 지역이 끝이다. 그 아래 충청권 남부에서 영호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지역이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 가장 큰 요인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 청년층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게 현실이다. 지방의 기존 제조업은 쇠퇴하는 데다 지식정보화와 인공지능(AI) 시대 일자리가 모두 수도권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충청권 실업이 심각하다. 지난달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의 실업자 수가 전월보다 3000명이나 증가했다. 대전은 9월 1만8000명에서 지난달 2만2000명으로, 충남도 2만7000명에서 2만80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인구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살리기의 요체는 일자리 창출이다. 지방에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고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지방분권를 강화하여 지방정부에게 자치권과 재정권을 과감하게 넘겨줘야 한다. 사실 지방정부 스스로 독자적인 경제개발과 일자리 창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헌법 이래 초지일관 지방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는 채 나라를 운영해왔다. 그만했으면 달리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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