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집값만 하늘로 간다."
누구나 한 번쯤 내뱉어본 푸념이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오른 소시민들은 오늘도 월세와 대출이자를 머릿속에 계산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 한 잔을 줄이고, 여행 한번을 미뤄도 '내 집 마련'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은 시장의 언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공급부족, 금리, 인플레이션, 개발 기대감 등 그럴듯한 이유가 줄줄이 붙지만 결과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사는 사람은 더 힘들어지고, 가진 사람은 더 여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더 이상 삶의 공간이 아닌 자산의 계단이 됐다. 이 계단을 먼저 올라탄 이들은 불로소득의 열매를 누리고, 뒤늦게 뛰어든 이들은 빚의 사다리를 오르며 허덕인다. 그 과정에서 소시민의 일상은 점점 팍팍해진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소비를 줄이고, 불안 속에 미래를 저당 잡히는 구조가 일상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치부될 수 없다는 점이다. 노동의 대가보다 자산의 가치가 더 빠르게 불어나는 현실 속 사회적 사다리가 자산으로 고착화될수록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점점 끊어진다.
그렇다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해답을 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공급 대책은 여전히 장기과제에 머물고, 세제 완화와 규제 강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바뀐다. 그사이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불안 속에서 또 한 번의 상승을 준비한다.
하늘로 치솟는 집값 아래 소시민의 삶은 점점 더 짓눌리고 있다. 내 집이 꿈이 아니라 절망이 되어버린 시대, 정책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실수요 중심 금융 구조 재편과 함께 생애 최초 주택 대출이나 실거주자 대출에 한해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지역별 균형공급을 통해 투기 수요가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노동소득 중심의 주거 안정 정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대책과 시장 체감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혼란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