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훈 선임기자
지명훈 선임기자

인공지능(AI)를 둘러싼 세계 패권 전쟁은 달리 말하면 반도체 패권 전쟁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손에 쥐면 고성능 AI를 구현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대만의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인 TSMC에 대해 중국에 고성능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도록 했다. TSMC의 반도체가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제품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발견한 TSMC의 자신 신고에 의한 것이긴 했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및 정보기술(ICT) 기업들에 고성능 반도체가 유입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 왔고 최종 타깃은 '중국의 삼성전자'라는 화웨이였다. 미국은 화웨이의 창업자 겸 회장인 런정페이가 인민해방군 통신부대 장교 출신인 것으로 미뤄 이 기업을 사실상의 국영기업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란 이름은 '중화(華) 민족을 위(爲)하여'에서 왔다.

화웨이가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란 미국의 우려는 정확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0일 국회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에서 "화웨이는 더 이상 전자제품 제조사가 아니라 '반도체 회사'"라며 "중국은 화웨이를 통해 반도체 항공모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광전자·소프트웨어 등 117개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니 평가의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그는 "화웨이는 AI 생태계를 구축중인데 필요한 핵심 기술은 모두 갖췄다"면서 "딥시크가 챗GPT를 뛰어넘는 모델을 고려할 수 있는 배경에는 화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화웨이가 우리 반도체 업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도 내년부터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 소장은 "미국의 견제가 중국 기술 발전 속도를 4~5배 빠르게 만들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5년 뒤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70%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지배력을 믿는 국내 반도체 학자들은 미국의 강력한 규제로 중국은 앞으로 수십년 간 반도체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할 것이라고 점쳐왔는데 그런 전망에 점차 균열이 나고 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점차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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