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양대 도서관 휴관일 같아 불편
대전 대규모 도서관 '월요일 블랙아웃'
양산시 모델과 대조…"'공급자 마인드' 문제"

지명훈 선임기자
지명훈 선임기자

"이런…, 하필 월요일이네."

세종시에 살면서 급하게 기획물이나 논문을 준비하다가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여러 번 있다. 공교롭게도 자료가 가장 많은 국립세종도서관이 휴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그런대로 대체가 가능한 세종시립도서관도 쉰다.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이게 꼭 개인만 탓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단체 '시민제안' 게시판에는 "도서관들의 휴관일을 분산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나? 이용자들의 민원에도 공공도서관들이 휴관일을 분산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최근 알게 됐다. 경남 양산시는 2022년 1월부터 월요일 일색이던 시내 8개 공공도서관의 휴관일을 월, 금요일로 이분화했기 때문이다. 양산시 도서관 측에 물어보니 "시민 불편을 덜기 위해 도서관 휴관 시스템을 바꿨다"며 "운영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공공도서관이 문화공간 및 커뮤니티로 역할을 확대해 가면서 점차 빈자리 찾기가 힘들고 인기도서는 대부분 '대출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1296개 공도서관의 연간 방문자 수는 8.7%, 독서 및 프로그램 참가자 수는 5.1% 증가했다. 퇴직자들이나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공공도서관 주변의 아파트는 가격이 강세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지자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월요일 도서관 블랙아웃'을 방치한다. 세종시에 비해 도시 역사가 긴 대전시도 참 오랫동안 시민 불편에 무심했다. 1989년 개원한 최대의 한밭도서관을 비롯해 대전시립 25곳 도서관 가운데 17곳이 월요일 휴관이다. 장서수가 10만 권 이상인 시립도서관(10곳)의 90% (9곳)은 아직도 일제히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충남의 경우 천안시는 휴관일을 분산한 반면 공주시 등 많은 시군들이 복수의 도서관 휴관일을 월요일에 맞추고 있다.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종시는 올해부터 시내 14개 복합커뮤니티센터 도서관 휴관일을 분산시켜 교차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들 도서관들의 장서 규모나 종류는 국립 및 시립세종도서관에 비해 턱없이 적어 대체 효과를 갖지 못한다. 대전시도 최근에서야 시립도서관 가운데 8곳의 휴관일을 월요일 아닌 요일로 분산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은 데다 특수도서관이 많아 대체 효과가 낮다.

세종시립도서관에 문의해 보니 세종시도 2021년 개관에 앞서 국립세종도서관과 휴관일을 달리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결국 휴관일을 맞춘 이유는 첫 번째, 공공 도서관들이 업무 패턴이 같아야 서로 협조가 원활하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국립도서관 정책기능, 시립도서관 지역 서비스 기능으로 설립규정상 기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합리적인 이유일까.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양산시의 개혁 사례로 큰 문제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두 번째 이유는 도서관 이용자에게는 하등 중요하지 않은 구분이다. 결국 천편일률 휴관으로 공공 자원의 활용도를 사장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자 마인드였던 셈이다.

주요 선진국은 이제 '365일 도서관'으로 가고 있다. 독서의 힘을 믿는 싱가포르는 '언제, 어디서나(Anytime, Anywhere) 독서·학습'을 강조하며 공공도서관 휴일을 점차 없애고 있다. 프랑스는 2018년 도서관 발전 방안인 오르세나-코르뱅 보고서를 채택한 것을 계기로 '도서관 더 오래 열기'에 적극 나섰다. 양산시나 선진국의 도서관 개혁의 동력은 다른 게 아니었다. '시민 먼저(citizen first)' 마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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