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부출연연구기관 혁신 논의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초 10월 말 발표 예정이었던 최종안은 이제 12월 공개를 목표로 한다. 핵심은 연구자 임금이 과제 수주에 좌우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이미 내년도 정부 예산에도 관련 내용이 일부 반영된 만큼, 큰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과기계 안팎의 공감대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가 최종안 발표를 서두르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PBS는 지난 30년간 연구현장을 지탱해온 근간이어서 이를 걷어낼 경우 연구 환경이 어떻게 재편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제도가 바뀌면 연구 생태계의 질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 퍼져 있어 새로운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과기정통부는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통해 지난 10월부터 현장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하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논의는 간단치 않다. PBS 폐지 이후 어떤 제도를 도입할지, 임금 보장은 어떻게 설계할지, 출연연 재정 구조는 어떻게 바뀔지 등 여러 쟁점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정책의 '내용'뿐 아니라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변화가 여전히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현장에서 빈틈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그동안 제도 변화는 줄곧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며 "이번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되는데 제대로 된 개편이 가능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 내용을 둘러싼 논쟁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를 추진하는 '방식'에 대한 신뢰다. 기대했던 혁신이 또 다른 혼란을 낳지 않으려면 실행 과정에서 현장의 불안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연구현장에서 실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연구현장에서 오랜 시간 요구한 PBS의 폐지가 또다른 혼란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과기정통부가 남은 기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이번 개편이 연구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