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선임기자
김재근 선임기자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나 제미나이(Gemini)로 지식과 정보를 찾고, 작곡과 문학창작도 진행한다. 이런 저런 요구사항을 넣어 작문을 요구하면 금세 훌륭한 시와 수필을 써준다. 아름다운 시나 글을 넣고 음악적 취향을 이야기하면 그럴 듯하게 작곡도 해준다. 웬만한 전문가 뺨칠 정도이다.

오픈AI사가 2022년 11월 출시한 챗GPT는 인류를 깜짝 놀라게 했다.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고, 계속 버전을 업그레이드하여 자연어 이해와 생성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구글 딥마인드가 2023년 12월 출시한 제미나이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고, 텍스트와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 처리, 추론해내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은 편리하고 유익한 점이 아주 많다. 굳이 오프라인에서 책이나 사전이나 펼쳐보지 않아도 금세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원하는 그림도 그려주고 제품디자인도 해준다. 머지않아 인간의 사고와 창작 영역까지 침투할 것이 분명하다.

얼마전 한 문학인으로부터 "요즘 백일장이 무의미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공지능으로 시와 수필 등을 작성하여 제출해도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무슨 수로 가려내느냐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5'를 찾은 참가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5'를 찾은 참가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챗GPT를 이용한 시험 부정이 일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온라인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일부 학생들이 챗GPT로 컨닝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AI가 빛의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은 미비하다. 현행법은 "인간이, 인간의 사상과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한다. 다만 AI 창작물이라도 인간의 편집과 수정이 가해지면 저작권을 인정해준다. 시를 짓고 시험을 볼 때 몇 줄, 몇 문장을 손보면 인간의 작품으로 인정할지 애매하고 막연하다. AI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선(線)'을 긋기 위해 고민할 때가 됐다. 규제나 통제가 아니라 올바른 AI 문화를 정착시키고, 또 범죄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미리 손을 보고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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