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안개 낀 대청호변 갈대밭 한가운데, 문이 잠긴 작은 승용차 한 대가 이틀째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이틀 전부터 보였는데 오늘 아침에도 있길래 자세히 봤더니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요"낚시를 나온 중년 남성 둘은 불길한 예감에 파출소 문을 두드렸다.이 신고 한 통이 이후 '보험금을 노린 연쇄 살인'의 실체를 드러내는 출발점이 됐다.◇대청호변 승용차 안 시신…"단순 사고가 아니다"1999년 11월 10일 오전, 충북 옥천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 인근 공터에 세워진 티코 승용차 안에서 34세 남성 김 모 씨가 숨진 채 발견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우리 와이프한테 잘해야지'가 마지막 목소리였어요"2024년 11월 8일 밤, 충남 서산시의 한 주차장에서 벌어진 사건은 지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그날 밤 9시 40분, 서산시청 제2청사 주차장. 평범한 금요일 저녁, 회식을 마친 40대 사업가 A 씨는 자신의 제네시스 G80 차량 안에서 대리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낯선 남자가 다가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비극은 시작됐다.◇"돈 내놔라"…그리고 10번의 칼질피의자 김명현(43) 씨는 손에 쥔 흉기를 A씨의 옆구리에 들이
"며칠째 연락이 안 돼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2005년 11월 2일 오후 1시 50분.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모(당시 29) 씨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함께 살던 26살 김미윤(가명) 씨와 연락이 닿지 않은 데다, 문은 굳게 잠겨 있는 채 인기척 하나 없었다.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순간, A 씨의 눈앞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방 안은 하얀 가루와 흩어진 살림살이로 난장판이었으며, 김 씨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었다. ◇ 부침가루로 뒤덮인 현장사건은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빌라
◇1956년 10월 15일, 대전역 앞 찐빵집69년 전 오늘, 대전역 앞에 전쟁과 피난을 거쳐 대전에 우연히 정착한 한 가족의 찐빵 노점상이 자리를 잡았다. 신부로부터 받은 밀가루 2포대로 찐빵 장사를 시작한 창업주 임길순(세례명 암브로시오)의 가족들은 '성심(聖心)'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예수와 성모의 '거룩한 사랑의 마음'을 몸소 내보였다. 지역 사회에 찐빵처럼 뜨거운 온기를 전하던 성심당은 현재까지도 빵을 통한 '사랑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의 생일에 케이크의 환희를 더해 주던 성심당이 생일을 맞은 오늘, 69년의
"3, 2, 1 발파!"2008년 10월 8일 오후 5시 18분. 귀가 찢어질 듯한 폭발음과 함께 8층짜리 건물 한 채가 와르르 무너졌다. 34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그 건물이 사라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초였다. 과거부터 건물을 지켜봐 온 시민들은 건물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다. 한 쪽에선 박수가, 한 쪽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대전 최초의 쇼핑센터이자 랜드마크였던,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겨있던 '중앙데파트'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중앙데파트 앞에서 오후 2시 오케이?"중앙데파트는 1974년 대전 중심 상권이었
◇ 2003년 9월 19일, 논산시 두마면서 분리 독립계룡시는 충청남도 남단에 자리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독특한 탄생 배경을 지닌 도시다. 계룡산과 계룡대에서 이름을 따온 계룡시는 2003년 9월 19일, 논산시 두마면에서 분리돼 독립적인 시로 승격됐다. '도농통합시 제도'가 시행된 1995년 이후 유일하게 새로 생겨난 시로, 행정 제도의 예외적 사례로 꼽힌다.이 지역은 기후와 토양이 농업에 불리해 발전이 더뎠고, 호남선 계룡역(구 두계역)을 중심으로 작은 촌락이 형성돼 있을 뿐이었다. 대전과 논산이라는 큰
2023년 9월 5일, 대전 유성구 용산초등학교에 근무하던 40대 교사 A 씨가 끝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이틀 뒤인 7일 생을 마감했다.A 씨는 24년 차 교사로 2019년부터 관평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 2020년에는 수업 중 반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지도하다 되레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해 10개월간 수사를 받았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겪은 상처는 깊었다. 이후 용산초로 전근했지만, 트라우마와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2
"기술은 지역에서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세계로 나아갈까."국가 주도의 과학기술 집적지로 출발한 '대덕연구단지'는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TDX) 국산화, 2세대(2G) 통신기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세계 첫 상용화 등 굵직한 성과가 대덕연구단지 한 가운데서 나왔지만, 시대는 이에 안주할 수 없었다.연구에서 창업으로,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기술사업화'가 절실했고, 이는 2005년 특별법(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대덕을 '연구개발
"아이가 사라졌어요"1991년 8월 16일 새벽, 충남 대천시(현 보령시) 대천동의 한 주택가. 김 모 씨의 두 달 된 아기가 집 안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어머니가 눈을 뜬 건 동이 트기 직전인 오전 5시쯤, 아이의 요가 비어 있었다. 가족의 비명에 놀란 이웃들이 우르르 거리로 나왔다."혹시 개울가로 기어간 건 아닐까", "누가 데려간 건 아닐까" 마을 주민 수십 명이 논과 밭, 하천 둑을 뒤졌다.아이는 약 10시간 만에 인근 대천천 강변에서 잡초 제거를 하던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약간의 타박상, 머리의 부상을 제외하곤 아이는
"선생님이 칼에 찔렸어요!"2023년 8월 4일, 개학 이틀째를 맞아 활력이 넘치던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예상치 못했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명의 근원지는 1층 행정실. 행정실에 있던 직원과 학생들은 갑자기 피를 흘리며 나타난 40대 교사 A 씨를 보곤 소릴 질렀고, A 씨는 '119에 신고해달라'는 말만 남긴 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 씨의 옆구리와 팔, 얼굴 등엔 흉기로 찔린 흔적들이 다수 있었다. 바닥에 흥건해지는 피를 본 행정실 직원은 황급히 신고했고, 그와 동시에 범인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잠갔다.
"참사는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벌어진 대형 침수 참사. 14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다친 '인재(人災)'로 기억되고 있다. 사고는 예고됐지만, 행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시간은 아직도 그날에 머물러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과 국회 국정조사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건은 다시 공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범했던 일상을 비극으로 만든 그날의 참사 2023년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거센
"나이 90에 이르러 되돌아보니 제대로 이룬 것 없음에 절로 한숨 짓는다. 숱은 질문에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던 사람, 한평생 반려자인 고마운 아내와 이곳에 누웠노라"2018년 6월 23일, '충청의 맹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충남 부여 출신으로, 지역주의 정치를 넘어 한국 현대 정치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큰 별'의 타계 소식은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김 전 총리는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줄곧 치료와 재활을 이어오다, 2018년 5월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 결국 같은 해
"둘째 딸의 남자친구가 제 두 딸을 모두 살해했습니다." 2020년 끝자락,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하나가 전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이 글은 같은 해 여름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두 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글을 쓴 이는 바로 자매의 아버지. 그저 사랑하는 두 딸과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싶었던 아버지의 절규는 안타까움을 넘어 전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두 자매의 죽음이 단순한 사망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범인으로 지목된 건 둘째 딸의 남자친구 김 모(당시 33세)
2021년 6월 15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한 원룸 화장실에서 아이스박스 하나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온몸의 뼈가 부러진 20개월 아이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경찰은 집에 있었던 친모 정모(25) 씨를 즉시 체포하고 도망간 양부 양모(29) 씨를 4일 뒤 한 모텔에서 체포됐다. 온 국민은 분노와 충격에 빠졌다.◇잔혹했던 그날 밤사건 당일 새벽, 양 씨는 술에 취한 채로 집에 귀가했다. 그는 잠을 자고 있던 아이를 깨웠고, 아이가 울자 폭행하기 시작했다.양 씨는 아이에게 올라타 얼굴을 손으로 때리고, 발로
△과학과 놀이를 접목한 중부권 최대 테마파크 '꿈돌이랜드'의 탄생1993년 대전엑스포의 유산을 기반으로 같은 해 개장한 '꿈돌이랜드'는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과학'과 '놀이'의 융합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자리한 이 테마파크는 국내 최초로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놀이 기구와 체험 시설을 도입하며 가족 단위 방문객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운영권자였던 ㈜대덕크리스탈이 6만 1200㎡의 부지 위에 380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꿈돌이랜드는 28개의 건축물과 22개의 놀이시설 등이 설
"카센터 아저씨가 낚시를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 집 아줌마가 병원을 가야 한대. 쌍둥이 좀 보고 올게"2004년 5월 2일 오전 1시 50분,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한 조립식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식당, 농기계 수리점, 중장비업체, 자동차 오디오 가게, 카센터가 일렬로 붙어 있는 조립식 단층 구조의 건물이었다. 불이 시작된 곳은 바로 '카센터'였다.의문투성이인 화재 사건, 현장에서 세 구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대피 흔적이 없었던 점을 들어 방화 가능성을 높게 봤다. 특히 시신의 옷에서 등유 성분이 발견되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전화 한 통으로 탄생한 오월드"대전에는 왜 동물원이 없나요. 귀여운 캥거루를 보고 싶어요. 신문사 아저씨들이 대전에 동물원이 생기도록 도와주세요."현재 대전오월드의 전신인 '대전동물원'은 한 초등학생의 전화로부터 탄생했다. 1989년 3월 21일 대전일보 편집국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저는 새끼를 배 주머니에 넣고 달리는 캥거루가 참 좋거든요. 그런데 TV에서나 움직이는 모습을 봤지 직접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대전일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전 삼성초등학교 5학년 한 여학생의 전화였다. 대전에는
"친구들이 무서워요. 제발 전학 보내주세요" 2006년 5월 충북 청주의 한 병원. "지난 20여 일간이 지옥 같았다"고 호소한 여중생 A(3학년) 양의 모습은 처참했다. 꼬리뼈가 튀어나오고 팔과 다리, 허벅지, 가슴 등에는 화상과 폭행 흔적이 선명했다. A 양은 한 달 가까이 친구 3명에게 야구방망이와 옷핀, 책, 그리고 고데기로 '화상 고문'을 당하는 등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며 생지옥을 경험했다. 당시 뉴시스의 단독보도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17년이 흐른 뒤, 이른바 '청주 고데기 학폭 사건'
"차비가 없어서 그랬습니다."18년 전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던 강력 범죄자가 만기 출소 2년 만에 더 무서운 괴물이 돼 돌아왔다. 10대 시절 아이와 할머니를 가리지 않고 성폭행하고 살해한 연쇄살인마는 30대가 돼서도 욕망을 참지 못하고 인간이길 포기했다. 범행 동기는 영등포로 갈 차비 단돈 '3000원' 때문이었다.◇순식간에 2명의 여성을 칼로 찌르고 달아난 범인2007년 4월 15일 일요일 오전 8시 40분쯤,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의 한 건물 지하 다방에서 40대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망한 A 씨(당시 47세)는 다방
2006년 4월 11일 아침,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을 지나던 행인은 덤프트럭을 살짝 들이 받은 형태로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 있던 택시를 발견한다. 교통사고가 났나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던 찰나, 행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한다. 신고 내용은 '누군가 뒷좌석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것. 19년째 미제로 남은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순간이다.◇피로 물든 택시…처참했던 사건 현장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택시 바깥 상황이었다. 택시는 조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