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폭우로 미호강 다시 범람 위기
하천변 도로 이미 침식…3일 이상 폭우시 또 위기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강, 17일 오전 9시 30분 본류와 합수되기전 대형 대교 밑까지 물이 차올랐다. 김동민 기자

[청주]제헌절인 17일 새벽 폭우가 쏟아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발령된 시간은 오전 10시. 2년 전 7월 15일 오송 참사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오송읍 주민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17일 오전 7시 30분, 미호강 주변 상황은 일촉즉발이었다. KTX 오송역으로 향하는 도로는 오전 8시 전후부터 국책기관 출퇴근 차량으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옥산대교 주변에서는 일부 침수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호강과 미호강 지류가 합류하는 지점에는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와 하천 내에서 오랫동안 자생한 수많은 수목이 고개만 내놓은 모양이 연출됐다.

2년 전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이날 오전 9시 30분까지도 통제되지 않았다. 몇몇 차량은 지하차도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방향을 돌려 다른 길을 찾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송 지역 초·중·고 학생들이 등교할 무렵 오송 전역에는 천둥번개가 끊이지 않았다. 운동화를 신은 어린 학생들은 등교하면서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길을 뚫고 걷기도 했다. 이때까지도 교육 당국은 임시휴교 등 조치는 없었다.

오전 10시 미호강 홍수 경보 예고 문자가, 10시 39분 지방도 508호선 궁평2지하차도 차량 통제 문자가 울렸다.

오후 12시 예고된 강수량은 21.2㎜, 미호강 물이 제때 하류를 빠져 나가지 못할 경우 또 한번 미호강 범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상청이 오는 19일까지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하면서 오송읍 주민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송읍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2년 악몽이 떠오른다. 제발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고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다른 주민도 미호강 범람위기는 해마다 제기됐는 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하천정비 사업을 게을리하면서 강변 주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도 "적어도 5년 단위로 대형 하천 준설사업을 벌여 장마와 태풍시 하류로 빠르게 흘러야 하는 데 충북지역 대부분 하천의 경우 준설은 고사하고 하천 내 수목 등이 유속을 느리게 하면서 수위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며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한 하천관리권을 국토교통부로 되돌려 대형 재난상황에 대비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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