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 과거·현재·미래 지탱해 이끌고 가는 주춧돌
온라인 기부 활성화·유공자 발굴·포상 확대 추진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대담=박계교 취재2팀장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부 장관실에서 본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국가와 국민들이 국가유공자를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은혜를 갚는 차원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태 기자

"보훈부는 여러 부처 중 하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지탱해 이끌고 나가는 주춧돌이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보훈명문가의 딸이자 며느리로 누구보다 보훈의 중요성을 알기에 국가 보훈을 책임진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부처, 특별한 사람만 하는 그동안의 보훈에서 국민들이 항상 일상 속에 살아 있는 보훈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린 그다.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이란 슬로건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강 장관은 국가와 국민들이 국가유공자를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은혜를 갚는 차원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광복 80주년을 준비하는 강정애 장관을 만났다.


-장관 취임 1년이 지났다. 기억이 남는 장면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한 독일 최초의 6·25전쟁 참전 기념 조형물 제막식이 작년 5월 독일 적십자사본부에서 실시됐다. 당시 독일 적십자사 부총재는 "6·25전쟁이 독일 적십자사에 새로운 길을 찾게 해줬다"며 우리나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독일 적십자사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정권에 연루되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수년간 고립되고 회의적인 시각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2차 대전 이후 첫 파견 임무였던 6·25전쟁 구호 활동이 세계 적십자사 본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을 다시 찾도록 도와줬으니 대한민국에 감사한다고 했다. 독일이 과거의 엄중한 잘못에서 교훈을 얻었고, 6·25전쟁 파견 임무를 통해 적십자 본연의 역할을 찾을 수 있었다고 자신들의 과오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평가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대전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저의 시댁은 스물다섯분이나 독립운동가로 서훈받으셨다. 특히, 시할아버지인 권준 장군께서는 대한광복회와 의열단에서 활약하시고,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내무부 차장을 지내셨다. 광복 후 초대 수도경비사령관, 초대 50사단장 등을 역임하시며 국군 창설에 힘쓰셨다. 현재 군(軍) 편제에는 없지만 충청권 방위를 책임진 제3관구사령부 초대 사령관을 역임하셨다. 권준 장군은 은퇴 후 충남 대덕군 유성면 구암리에 집을 짓고 여생을 마무리 하실 정도로 대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시아버지인 권태휴 지사도 호를 '구암'으로 지으실 정도로 대전에 대한 애정이 깊다. 권태휴 지사는 시할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조선의용대와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펼치셨고, 광복 후에 영월화력발전소와 팔당수력발전소 건설을 주도하며 대한민국 전력 발전의 토대를 만드셨다. "살아서도 대전 구암에서 지내다. 죽어서도 대전 구암에서 마무리하다"라는 말씀처럼 시아버지도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어 계신다. 제 남편도 유년 시절 유성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녔다고 한다. 3대가 모두 깊은 인연을 갖고 있기에 저 또한 대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다."


-'모두의 보훈 드림'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장관 취임 이후 '일상 속 살아 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특히 기부를 통해 일상 속 보훈문화를 확장하겠다는 '모두의 보훈 드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보훈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보훈부는 작년 보훈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모두의 보훈 드림' 프로젝트를 출범, 올 1월부터 온라인 기부 누리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BTS의 RM이 1억 원을 기부해 주셨고, 100만 원을 기부하신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비롯해 직장인, 주부, 군인 등 다양한 분들의 소액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온라인 기부와 범국민 캠페인을 더욱 활성화하여 프로젝트가 정상 궤도에 오르도록 하겠다."


-최근 제65주년 3·8민주의거 기념식이 한밭대학교에서 거행됐다.

"3·8민주의거는 1960년 정권의 독재와 부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3월 8일 대전고등학교 학생 약 1000명이 시위를 시작으로, 대전·충청지역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민주적 저항운동이다. 3·8민주의거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일궈온 독립-호국-민주의 역사를 계승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대전·충청지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대구 2·28민주운동과 마산 3·15의거의 가교가 되었고, 종국에는 4·19혁명으로 귀결되며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가보훈부는 3·8민주의거에 공헌한 분들에 대한 발굴·포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정부기념식 등 다양한 보훈정책을 통해 3·8민주의거를 국민들과 함께 기억하겠다."


-서해수호의 날이 10회째를 맞는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으로 희생된 서해수호 55용사를 추모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북돋우며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고자 2016년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10회째인 올해에는 서해수호의 역사와 55인의 영웅들을 국민들과 함께 폭넓게 기억하고자 '불멸의 빛 점등행사'를 서울 청계천에서 실시한다. 제10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은 3월 28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유족, 참전장병, 국민 등 약 15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를 통해 서해를 지킨 55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국민이 잊지 않고 기억하며 대한민국을 끝까지 지켜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올해 광복 80주년이다

"뜻깊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올 한해 다양한 기념사업과 예우정책을 시행해 국민통합을 달성하겠다. 먼저, 3월 23일 서울의 남산 백범광장에서 '광복80 메모리얼 로드 인 서울' 행사를 개최하여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국민과 함께 나누겠다. 미국과 브라질 등 해외 4개국에 안장돼 계신 독립유공자 다섯 분의 유해를 광복절을 맞아 고국으로 봉환하겠다. 독립유공자 공적심사 기준을 정비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독립유공자 발굴과 포상을 확대하겠다. 천안독립기념관 '광복 80주년 특별 전시관', 서대문독립공원 '독립의 전당 건립', 미국 LA 흥사단 '옛 본부 건물 복원' 등을 통해 독립유공자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거점을 국내외에 마련하도록 하겠다."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도 눈에 띈다.

"국가보훈부는 작년부터 사회 각계각층에서 보훈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63명의 위원들을 위촉하여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을 운영해오고 있다. 위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보훈행사에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하시며, 일상에서 보훈을 실천하고 계신다. 올해는 아너스클럽의 개념을 국외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현지 보훈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국제사회 연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함이다. 올해 미국·영국·에티오피아·캐나다·프랑스·호주 등 유엔참전국 6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을 구성하고자 한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로컬 모두의 보훈 아너스클럽'을 운영하여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국내외에서 보훈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일상 속 보훈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충청지역민들에게 한마디

"80년 전 우리의 선열들께서는 하나의 마음으로 어려움을 헤쳐내고, 마침내 광복을 이뤄내셨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선열들처럼 오늘의 '우리'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으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만들어가야 할 때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과 같이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성숙한 보훈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나라사랑, 이제는 '우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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