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경제 전환 선도
'신성장동력' 분산형 전원 사업 박차
지역 에너지 자급자족 생태계 구축
친환경 전기 공급·경제성 확보 이점

미래지향적 기업 육성
로컬리티, 도시·산업 발전 핵심 열쇠
헤레디움, 원도심 문화공간 재창조
대전 외곽 개발·산업용지 공급 필요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
대담=김재근 선임기자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은 우리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대결 구도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잘 모색해야 될 때라고 밝혔다.  김영태 기자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은 우리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대결 구도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잘 모색해야 될 때라고 밝혔다.  김영태 기자

대전·충청 경제계에서 소리 없이 강한 기업 중 하나가 CNCITY에너지이다. 에너지 공급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왕성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지역 대표 에너지 기업으로서의 견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을 만나 2025년 에너지 환경과 회사 경영 방향, 지역 경제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사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지하 배관 관리입니다. 상수도나 건물 공사 때 회사 직원들이 입회하는데 종이 도면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매우 비효율적이었습니다. (배관이 깔린 지하 공간을 똑같이 구현한) 사이버 공간을 구축해 태블릿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CNCITY에너지는 대전시와 충남 계룡시 일원에 도시가스와 열(지역난방), 전기를 공급하는 종합 에너지 전문회사이다. 또 대전 내 5개 곳에 운영하는 CNG 충전소와 냉난방 시스템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인 천연가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 몸으로 비유하자면 영양소와 함께 이를 공급하는 핏줄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CNCITY에너지를 이끄는 황인규 회장은 기업인으로는 드물게 24년간 검사로 근무했다. 2014년 회사 경영을 위해 대전에 온 황 회장은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에너지 업계의 이미지를 깨고 시대 흐름에 민감하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영인으로 지역사회에 각인돼 있다. 변화의 첫 대상은 CNCITY에너지의 전신 충남도시가스였다.

"(회사명은 물론) 근무 환경도 완전히 바꿨습니다. 사무실을 회의하는 곳, 함께 일하는 곳, 혼자 집중하여 일하는 곳으로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 안팎 어디서나 쉽게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태블릿으로 문서와 도면을 주고받고, 도시가스 공급계약도 온라인으로 맺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잖아요."

◇ LNG, 넷제로 시대로 가는 가교역할 할 것

CNCITY에너지는 대전 충청권에 최적화된 에너지 공급뿐 아니라 에너지원 전환과 세계적인 에너지 정책 흐름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회사 주요 사업 분야인 '도시가스'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했다.

"에너지 회사는 무엇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1970년대에는 LPG가 주류였지만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에 나섰고, 이 시기에 도시가스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 제로(Net-Zero, 탄소 중립)'로 가고 있습니다. 도시가스는 현시점에서 탄소 중립 시대로 가는 가교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존의 화석에너지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로 완전하게 넘어가는 과정에 도시가스가 중간의 에너지원으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어렵고 단가가 비싸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에서 미흡한 게 현실이다.

"LNG도 일종의 화석연료이지만 석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여러 자원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충당하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 측면에서 LNG가 20-30년가량은 일정한 몫을 해줘야 합니다."


◇ 새로운 먹거리 '분산형 전원' 교두보 확보

CNCITY에너지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는 '분산형 전원'이다. '분산형 전원'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와 에너지를 같은 지역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자급생태계를 말한다. 대형발전소가 대규모 전력을 생산해 원거리 지역까지 공급하는 것과는 달리 친환경 전기를 지역 내에서 생산해 추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역별 에너지 자립을 높이고 원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손실을 줄일 수 있으며, 송전선 설치에 따른 민원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비전을 도시가스 공급 전문회사에서 종합 에너지 서비스 회사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가스 공급 외에 열병합발전소와 자원회수시설에서 생산된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CES)을 벌이는 등 분산형 전원 사업의 교두보를 확보해 놓았다.

CNCITY에너지는 다양한 형태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독거 어르신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가스타이머 콕(안전차단기)을 설치해주고 있으며 반려견을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마음에너지재단을 설립해 지역 청년들에게 주거와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튀르키예 지진피해 등 글로벌 재난에도 성금을 전달했다.

◇ 일제강점기 수탈의 현장을 문화공간으로 승화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을 복원한 헤레디움(HEREDIUM)은 대전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NCITY에너지의 마음에너지재단은 1922년 대전시 동구 인동에 세워진 옛 동양척식회사 대전지점 건물(국가등록문화유산 제98호)을 100년 후인 2022년 전시 및 공연공간으로 재창조했다. 이곳에서는 독일 현대미술 거장인 안젤름 키퍼의 한국 최초 개인전 '가을 Herbst'와 이질적인 개념의 융합으로 유명한 일본의 레이코 이케무라 작품전이 열렸고, 현재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의 전시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 문화재 보존과 수준 높은 공연·전시 유치를 통해 원도심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 세계 시장 변화에 따른 '미래 먹거리' 선택해야

황 회장은 국제 동향에 깨어있는 에너지 기업 CEO로서 국가 경제와 관련 "세계 시장의 큰 흐름과 변화를 잘 살피고 미래 먹거리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자유경쟁과 국제분업 구조 아래에서 성과를 냈지만, 이제는 미국과 중국이 각기 다른 체제를 구축해 각자 체제를 강요하는 위기에 놓여있다며, 새롭게 재편되는 경제 질서 속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로컬리티와 잠재력을 활용한 산업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여 온 황 회장은 지역 경제를 위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역 경제 역시 세계 시장의 흐름을 살피고, 국가가 육성하는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육성도 해야겠지요. 대전 외곽의 가용한 땅을 개발하여 산업용지를 더 공급하고, 과거형 기업이 아닌 미래형 기업을 유치하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고, 고용 효과가 높고, 젊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필요합니다. 지역 기업들이 지역 내에서 회사를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했으면 합니다."

 

황 회장은…

경제계에서는 드문 검찰 출신 CEO이다. 1961년 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과와 미국 스탠포드대 로스쿨 비지팅 스콜라 과정을 마쳤다. 

1988년 사법시험에 합격, 199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입문한 이래 울산지청, 부산지검, 서울 동부지청을 거쳐, 서울 중앙지검 부장검사, 제주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을 지냈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초석을 다진 대한도시가스 창업주 고 황순필 회장의 장남으로 2014년 24년의 검사생활을 접고, 가업을 계승하여 대전의 CNCITY에너지를 맡았다.

김재근 선임기자 goldkim88@daejonilbo.com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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