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패권 경쟁 시대 국가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인이 존중받고 명예와 긍지를 가지는 사회문화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한국동란 이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데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역할이 컸다. 미국은 1965년 베트남 참전을 결정한 박정희 대통령을 워싱턴에 초청하였다. 미국이 한국에 공과대학을 지어주려고 하였을 때, 박 대통령은 국가연구소 설립 지원을 요청하였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그렇게 탄생됐다. 현재 출연연은 KIST를 포함하여 32개가 있다.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은 미국과
최근 정부의 신설 통합 부서인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50-60% 감축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보면, 감축의 '규모'보다 그 '방법'에 구조적 결함이 드러난다. 감축을 실현할 구체적인 에너지믹스 설계가 빠져있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전원 조합이 제시되지 않았다.탄소 감축은 하나의 기술만으로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 저장기술 등 다양한 방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구조가 된다. 그러나 이번 NDC는 재생에너지 확
"연구자 여러분한테 실패할 자유와 권리를 주기로 했어요. 연구개발이란, 특히 공공부문의 연구개발 투자는 정말로 어려운 과제들의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어야 되죠. 실패하면 어떻습니까? 그 실패가 쌓여서 성공의 자산이 되는 거죠." 지난 11월 7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정부가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연구개발과제 성공률은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발주한 프로젝트의 지난 10년간 평균 성공률은 약 17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30년 숙원이던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연구자들이 과제 수주 압박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기반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후속 방안으로 제시된 '전략연구사업'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칫 이 방안이 PBS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름만 바꾼 PBS'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국가 R&D 생태계의 선순환적 개혁을 위한 근본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PB
인공지능(AI) 시대, 자녀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노화의 종말' 저자인 하버드대 데이비드 싱글레어 교수는 인간의 건강 수명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계산해도 113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학생들은 특별한 사고가 없으면 지금부터 100살 이상 살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 대상으로 과학강연과 진학·진로에 대한 멘토링을 할 때마다 남 눈치 보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택하라고 강조한다. AI시대 어쩌면 직업을 몇 번이고 바꿔야 할지 모를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세계 각국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원자력은 단순한 발전 기술을 넘어 산업과 외교의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산업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원전이 자국의 에너지 자립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라는 인식 아래, 신규 건설과 수명 연장을 병행하고 있다. 폴란드와 체코는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유럽 내 원전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 미국은 NuScale, TerraPower 등 민간 주도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아 놀라고 감동했던 기억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오르는 10월이다. 올해 노벨상 수상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우리 과학계에서는 노벨 과학상(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을 받는 한국인 과학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왔지만 올해도 희망 사항에 그치고 말았다.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 자부하지만, 우리나라와 브라질을 제외하고 세계 10위권 안팎의 나라들은 대부분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이웃 나라 일본은 올해 2명의 과학자가 각각 노벨 생리의학상과 노벨 화학상을 받아 무려 31번째 수상자를
고구마가 식량, 건강, 환경 측면에서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고구마는 전분작물 가운데 단위면적당 부양 능력이 가장 높고 최고의 건강식품일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와 농약을 적게 요구한다.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이 4개월 이상이면 어떤 지역에서도 최소한의 수량을 보장한다. 오히려 위도가 높을수록 수량이 많다. 도시농업에도 적합하다.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재 세계 인구의 약 10%인 8억 2000만 명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영양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2050년이면 인구는 97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고 지금 추세대로 식량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은 건설에만 15년이 걸려 현실성이 없다"고 언급하며, 임기 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유독 재생과 원자력을 대립 구도로 묶는 프레임이 반복된다. 그러나 원전의 건설 기간을 재생에너지 확대의 명분이나 이유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해법은 언제나 에너지 믹스다. 특정 자원을 줄이고 다른 자원을 늘리는 제로섬 구도가 아니라, 각 에너지원의 장단점을 조합해 국가 전체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대전시는 지난 8월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예우와 명예를 강화하기 위해 2026년부터 '대전 우수과학기술인상'을 제정,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초과학, 산업기술, 창업·사업화 등 3개 분야에서 해마다 지역 과학기술인 2명을 선정해 시상한다고 한다.성과의 학문적 기여도, 사회적 파급력, 지속 가능성, 연구윤리 등을 종합 고려해 분야별 사전심사 후 전국 단위 석학과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선정위원회 종합심사로 수상자를 선정하며, 연구장려금 2000만 원(2년 분할 지급)과 우수과학기술인 인증패를 수여할 계획이다.'국가과학수도'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 자동차와 결합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세계는 기술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생태계,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중국 DJI의 도심 항공 시스템처럼 AI는 이제 국가 경쟁력과 우리 삶을 좌우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세계 최초', '기술 강국'을 외쳤지만, 정작 이렇다 할 연구 성과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GDP 대
최근 기상재앙, 양곡관리법 등으로 식량이슈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 전략산업이고 안보산업인 농업(식량) 사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영국 The Economist가 발표한 2023년 세계식량안보지수에서 조사국 113개국 가운데 한국은 39위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이다. 농업 여건과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은 6위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은 약 20%로 국가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지만, 많은 사람은 식량이 남아 돈다고 착각하고 있다. 50년 전 약 80% 곡물자급률이 어쩌다 20%로
한국은 2012년 세계 최초로 'SMART' 소형모듈원자로(SMR)의 표준설계인가를 받았고, 윤석열 정부는 원전 10기 수출과 독자 노형(i-SMR) 개발을 국가 에너지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대형 원전 분야에서도 한국은 중동 바라카 원전과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원자력, 특히 차세대 SMR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졌다. 불과 지난해 정부가 '12대 국가전략기술'에 차세대 원자력을 포함시켰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누락은 정책의
대전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도시라고 한다. 1973년부터 대덕연구단지(현재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조성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50여 년간 수많은 연구소와 벤처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과학도시라고 부르게 되었다.대덕특구 입주 현황과 인력 현황을 보더라도 대전은 과학도시로서 면모를 잘 갖추고 있다. 49개 연구기관을 비롯하여 거의 3000개에 이르는 기관이 입주하고 있다. 박사 1만 8000여 명을 포함하여 연구기술직 인력이 4만 50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생산직, 관리직 5만여 명을 더하면 10만 명 가까운 인력이 대덕특구에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인건비를 외부 과제 수주로 충당하던 연구성과중심제(Project Based System, PBS) 제도의 폐지를 선언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30년간 과학기술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로막아온 구조적 병폐를 바로잡을 전환점이다.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새롭게 재설계할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PBS는 1989년 상공부(현 산업부)가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며 도입했고, 1996년부터 출연연 전반에 확대 적용됐다. 이 제도 아래서 출연연은 인
필자는 1992년 한중수교 직전인 6월 중국 과학기술부 초청 '전통동양약물 과학기술조사단' 일원으로 중국을 2주간 방문했다. 중국은 상당한 기간 발전할 것이고 우리에게 싫든 좋든 중요한 국가라 생각하고 농업과 환경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 왔다. 2008년 서울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막화 방지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을 체결하고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연구협력을 추진하였다.최근 호북성 우한, 해남성 하이코우, 산동성 지난에서 개최된 학술행사에 초대받았다. '중국은 우리가 아는 그 나라가 아니다'라고 할 만큼 급속히 발전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겁다. SMR은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내에 통합함으로써, 대형 배관 파손으로 인한 냉각재 유출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지닌다. 또한, 안전성의 핵심인 피동안전계통(Passive Safety System)을 적용해 외부 전력이나 인적 개입 없이도, 중력과 자연순환 등 물리 원리를 활용하여 비상시에도 안정적으로 냉각되도록 설계되었다. SMR은 공장에서 모듈화된 방식으로 제작해 설치함으로써 건설 비용과 기간
트럼프의 비상식적이고 예측 불가한 정책으로 말미암아 온 세계가 혼란스럽지만 미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과학계에 대한 대대적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은 불과 2년 전 연구개발예산 16.6%(5조 원 이상)를 하루아침에 삭감했던 윤석열 정부의 기억과 겹치면서 내 발등의 불처럼 뜨겁고 아프다. 트럼프는 1기(2017-2021) 때에도 연구 예산과 인력을 삭감함으로써 저항에 부딪혔는데 이번에는 과학계에 대한 공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1950년에 설립된 연방정부의 독립기관이다. 의학 분야를 제외한 기초
중국의 과학 기술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최근 중국은 시속 650㎞를 돌파한 자기부상열차를 선보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딥씨크 R-1 모델 같은 첨단 기술도 3-4년 만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중국의 급부상은 우리나라 과학 기술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약 20년 전, 중국이 독일 기술을 도입해 자기부상 열차 시험 운전에 나설 즈음, 우리나라는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국산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며 기술 강국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한국의
지난 4월 대전광역시 공무원 대상으로 특강을 시작하면서 "ABCDQR'을 아십니까?" 라는 직구성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한민국 과학수도 일류 경제도시 대전'을 강조하는 구호를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대전시는 일류 경제도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ABCDQR' 즉 Aerospace(항공우주), Biohealth(보건의료), Chip(반도체), Defense(국방), Quantum(양자), Robot(로봇)을 강조하고 있는데 말이다. 당면한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대덕연구단지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