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2년 한중수교 직전인 6월 중국 과학기술부 초청 '전통동양약물 과학기술조사단' 일원으로 중국을 2주간 방문했다. 중국은 상당한 기간 발전할 것이고 우리에게 싫든 좋든 중요한 국가라 생각하고 농업과 환경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 왔다. 2008년 서울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막화 방지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을 체결하고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연구협력을 추진하였다.
최근 호북성 우한, 해남성 하이코우, 산동성 지난에서 개최된 학술행사에 초대받았다. '중국은 우리가 아는 그 나라가 아니다'라고 할 만큼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은 세계 최대 자율차 도시로 변신하였다. 학술행사도 생산적이고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친절했다. 무엇보다 만난 과학자들의 자신감과 경제적 대우는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
2001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경제질서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었고, 2010년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경제 2강으로 도약했다. 2015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수립하면서, '2025년까지 고급 기술인력 1000만 명 양성' 목표를 세우고 치밀한 영재양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제조 2025 계획'은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하여 7개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기업이 등장하였다.
중국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전국시험을 통해 상위 0.5%를 선발해 영재학교로 보내고, 4-5년간 수학, 물리, 화학을 대학 수준까지 가르친다. 여기서 걸러진 1200명은 베이징대, 칭화대 등 6개 명문대학에서 최고 석학들에게 이공계 과목을 배운다.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이 창업자로 거듭나고 있다. 칭화대에서만 스타트업이 1000개나 탄생했고 이 가운데 AI기업 딥시크,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 등 33곳이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매년 과학기술 분야의 박사 8만 명, 공학엔지니어 150만 명을 배출하고 글로벌 AI기업 연구원의 47%가 중국 출신이다. 중국의 대학도 연구기관도 약진하고 있다. 2025년 'QS 세계대학평가'에서 톱 100개 대학에 중국은 10개가 포함되어 있고 계속 약진하고 있다. '네이처 인덱스 2025'에서 상위 10위권 연구기관에 중국과학원은 포함하여 10개 연구기관이 중국이다. 중국은 부자 과학자, 가난한 의사라 할 정도로 이공계 학생들은 과학자를 선호하고 창업에 적극적이다. 우리와 너무 대조적이다.
농업 분야도 중국은 부러울 정도로 일관된 식량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은 약 20%로 국가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고 수입 곡물의 약 65%(1100만 톤)가 유전자변형품종(GMO)이지만 GMO 연구개발조차도 시민단체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이다. 그러나 중국의 곡물자급률은 약 80%이지만 식량을 중요한 전략자원으로 인식하고 100% 자급을 목표로 농지보존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곡물 생산증대를 위해 유전자변형작물 개발과 상용화에 적극적이다.
전 세계를 오토바이와 승용차로 2번이나 여행한 현물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부자가 되려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줄 것이 아니라 중국어를 배우게 하라고 할 정도로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일관된 과학기술정책과 과학인재 양성을 적극적으로 펴고 1억 명 엘리트 공산당원과 공산당 리더부터 솔선수범 첨단 과학기술을 지지하고 공부하고 있다.
우리의 우수한 이공계 학생은 영재학교도 기피하고 의대 편향적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상의 변화를 정확히 통찰하고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과학기술 인재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재 기반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중국의 일관된 과학기술정책과 인재양성 프로그램, 짐 로저스의 조언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곽상수 (사)과학기술연우연합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