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자녀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노화의 종말' 저자인 하버드대 데이비드 싱글레어 교수는 인간의 건강 수명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계산해도 113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학생들은 특별한 사고가 없으면 지금부터 100살 이상 살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 대상으로 과학강연과 진학·진로에 대한 멘토링을 할 때마다 남 눈치 보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를 택하라고 강조한다. AI시대 어쩌면 직업을 몇 번이고 바꿔야 할지 모를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지만 공짜도 없음을 알고 자기 인생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과학고에 초청 강의 갔을 때 교장이 '박사님, 학생들이 강의 시간에 많이 졸더라도 이해를 부탁합니다'는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많은 학생은 2년 만에 조기 졸업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내신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은 과학특강은 부족한 잠을 채우기에 좋을 것이다. 정상적인 성장과 창의적 두뇌활동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잠을 자게 해줘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에 가장 많이 분비되며 취침 후 약 2시간 지나 많이 분비된다. 이때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 회로인 시냅스가 손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과학고에 다니는 학생의 어머니가 자녀가 기숙사 생활에 힘들어 주말이면 집에 와서 영양수액을 맞게 한다는 안타까운 얘기를 들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임에도 직업의 귀천이 너무 심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부모들은 보수도 좋고 안정적 직업을 갖기 좋은 의대와 법대를 지나치게 선호한다. 정말로 아프고 억울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힘든 공부를 하여서라도 의대와 법대에 진학한다면 괜찮다. 인기가 많고 정보가 많은 직업은 AI가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학습한 AI가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토바이와 승용차로 목숨을 담보하면서 전 세계를 2번이나 여행한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부자가 되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한다. 운이 좋으면 큰 부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죽을 수 있다면 진짜 부자라고 했다. 한국의 많은 학생은 성적(스팩)은 좋으나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이들에게 21세기는 농업이 새로운 유망 산업이라 강조하면서 농사, 농업연구, 농업투자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몇 년 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공무원, 대기업을 선호하고 모험적인 일은 회피한다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탁월한 사유'의 저자이며 전 서강대 최진석 교수는 몇 년 전 KAIST 강연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자녀교육에 부모는 손 떼라'라고 따끔하게 지적한 적이 있다.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부모는 자녀를 직접 다듬으려는 목수가 아니라 자녀가 배우고 자랄 공간을 만들어 주는 정원사가 될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도록 부모는 자녀교육에 일정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교육,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생존 차원에서 교육을 포함하여 무엇이 문제인지를 진단하고 미래지향적 생존전략을 혁명 차원에서 찾아야 할 때다. 위기가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과학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살아남고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모두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곽상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