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사)과학기술연우연합회 이사
곽상수 (사)과학기술연우연합회 이사

최근 기상재앙, 양곡관리법 등으로 식량이슈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 전략산업이고 안보산업인 농업(식량) 사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영국 The Economist가 발표한 2023년 세계식량안보지수에서 조사국 113개국 가운데 한국은 39위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이다. 농업 여건과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은 6위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은 약 20%로 국가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지만, 많은 사람은 식량이 남아 돈다고 착각하고 있다. 50년 전 약 80% 곡물자급률이 어쩌다 20%로 추락하였는가? 정부의 안일한 식량정책, 과다한 육류소비 증가, 농지전용과 훼손, 음식물 낭비가 주된 원인이다,

GMO는 기존 품종에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여 만든 유전자변형생명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말한다. GM작물은 세계 종자시장의 약 45%에 이르며 선택이 아닌 대세이다. 기후위기, 질병예방, 고령화, 농촌지역 소멸에도 대응하기 위해서 우수한 GM종자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 목적으로 본격 재배된 GM작물은 1996년 다국적기업 몬샌토가 개발한 제초제 저항성 GM콩(대두)과 해충 저항성 GM옥수수이다. 2024년 27개국에서 2억 980만㏊에서 GM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유채) 등이 재배되고 있다. 특히 GM콩은 세계 콩 재배면적의 약 75%에 달한다.

상업용 GM작물은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의 엄격한 인체 안전성과 환경위해성 규제를 따라야 한다. 인간을 포함은 동물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약 2만 3000개이지만 식물은 이보다 훨씬 많은 약 3만 7000개이다. 예로써 GM콩은 특정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1개를 콩에 도입한 것이다. 현재까지 승인된 GM작물 가운에 인체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과학적인 보고는 없다. 제초제 저항성 GM콩은 잡초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뿐만 아니라 농약사용을 줄이고 수확량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문제는 GM작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수입 곡물의 약 65%(약 1100만 톤)가 GM작물로 사료, 가공용 식품소재로 이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GM작물 연구마저 중단된 상태이다. 정부(농촌진흥청)는 GM작물 개발을 포함하여 농생명공학분야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년간 산학연 전문가들과 의욕적으로 바이오그린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 1일 농진청은 '반GMO전북도민행동'과 합의서에 서명하여 GM작물 연구를 중단하고 'GM작물개발사업단'을 해체하였다. 시만단체는 2015년 10월부터 전주 농진청 앞에서 GM작물 개발 반대 천막농성 등 각종 집회를 전개하여 결국 정부를 굴복시킨 것이다.

과학계는 GM작물 개발중단의 부당함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연구개발 재개를 촉구하였다. 2017년 9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워크숍에서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로버츠 교수는 "GMO는 전통적인 육종방식을 보다 정밀하게 만든 것일 뿐 건강에 유해하지 않으며 GMO를 '악마화'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혁신정책포럼, 한림원탁토론회에서도 GM작물 개발 중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되었다. 그러나 GM작물 정책에는 달라진 게 없다. 건강한 식생활 및 영양교육 운영을 위해 '2025학년도 NON-GMO 사업 학교 선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실정이다.

과학기술 패권경쟁 시대에 GMO, 원자력발전 등 과학적인 문제는 정치 이슈화하지 말고 과학자의 집단지성에 맡겨야 할 것이다. 1905년 대한제국은 국제정세에 어두워 외교권이 약탈당했듯이 글로벌 대세인 GMO를 무시하면 자칫 식량주권을 잃을 수 있다. 왕조시대는 종묘사직이 가장 중요했다. 특히 토지와 곡물의 신을 뜻하는 사직(社稷) 즉 백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이 통치권자의 몫이다. 21세기 보릿고개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제대로 된 식량정책을 수립하고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곽상수 (사)과학기술연우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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