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청 펜싱팀 오상욱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2관왕 금의환향"
"대전 펜싱 성지 되면 후배 전망 밝을 것"
"국제 대회 개최 규모 펜싱장 조성 기대"

2024 파리올림픽 펜싱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전시청 소속 오상욱 선수가 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태 기자
2024 파리올림픽 펜싱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전시청 소속 오상욱 선수가 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태 기자

'대전의 아들' 오상욱이 돌아왔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린 '제33회 파리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단체전 2관왕을 달성한 오상욱은 최근 고향 대전으로 금의환향했다.

전 국민적 인기를 누리며 훈련과 대회, 광고, 예능, 화보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출연하는 매체마다 끊임없이 애향심을 표출하면서 대전의 자랑거리로 통하는 중이다.

오죽하면 대전시민들 사이에선 대전을 상징하는 꿈돌이, 성심당과 어깨를 견줄 수준으로 대전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는 '1등 공신'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오상욱은 지난달 30일 대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대전에 오면 확실히 편하다"며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안정감을 느끼듯 내게 가장 안락한 공간이 바로 대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상욱은 대전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교를 졸업한 '대전이 낳은 인재'다.

지역 내 마땅한 펜싱 직장운동부가 없던 3년간 타지에 머물다가 대전시청 펜싱부가 창단한 2022년 1월 곧바로 이적을 결단할 만큼 고향 사랑이 남다르다.

최근엔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역 내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펜싱 전용 경기장의 이름을 '오상욱 체육관'으로 명명할 것을 제안하자 되레 고마움을 표했다.

대전체육이 발전하기 위해선 물적 지원과 기반 시설이 탄탄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오상욱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부터 시장님이 '금메달 따면 오상욱 펜싱장을 만들자'는 말을 했다"며 "실은 내 이름을 본뜬다는 것보다 우리나라에, 대전에 펜싱 경기장이 세워진다는 사실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환영행사. 왼쪽부터 오상욱, 박상원 선수, 이장우 대전시장. 김영태 기자
지난달 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환영행사. 왼쪽부터 오상욱, 박상원 선수, 이장우 대전시장. 김영태 기자

그러면서 "시장님과의 약속이 널리 알려지며 전 세계에서 '도대체 (펜싱장이) 어디에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냐'는 문자를 많이 받는다"며 "국내 대회뿐 아니라 국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규모를 갖춰 세워지는 게 전국 펜싱인들의 오랜 숙원"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바라는 오상욱 체육관의 모습은 꽤 구체적이다. 기왕 만들 거라면 '제대로 만들길 바란다'는 마음에서다.

우선 훈련장보다는 '경기장'이라는 설립 취지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웜업과 스트레칭 등 몸을 풀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은 물론 14m 길이의 피스트(시합장)를 최소한 30개 이상 갖춰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대전에 펜싱 전용 경기장이 근사하게 생긴다면 펜싱 관련한 외부 유입이 많아질 것"이라며 "대전이 '펜싱의 성지'로 이름을 올리면 당연히 후배들의 미래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 큰 규모에서 놀아야 (경기력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렇게까지 관련 기반 시설 구축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후배들이 좀더 나은 조건에서 운동할 수 있길 원해서다.

대전지역은 초·중·고 펜싱부와 대학교, 직장운동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조성된 데 반해 전용 훈련장조차 없는 실정이다.

오상욱이 속한 대전시청 펜싱부도 중학교 펜싱장 등을 빌려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대회 성적이 좋지 않은 시·도에 가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운동하는 환경이 좋아야 실력 있는 선수가 나온다"며 "대전이 펜싱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대전에선 진짜 펜싱 할 맛 난다'는 소리가 절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오상욱의 후배 사랑은 수많은 체육인의 귀감이다.

그는 대전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유·청소년 선수들에게 달마다 20만 원씩 장학금을 지원하는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해당 장학단체의 도움을 받았던 오상욱은 성년이 되면서부터 지역 동갑내기 동료였던 체조 우상혁 등과 함께 수혜자에서 기부자로 이름을 바꿔 올렸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4대 국제 펜싱대회 금메달을 휩쓸며 그랜드슬램을 차지한 그의 단기적 목표도 후배와 더욱 오랫동안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7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헝가리와 결승에서 승리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7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 헝가리와 결승에서 승리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리올림픽 폐막 이후 귀국하고 나서도 지난달 22일 곧장 대통령배 펜싱선수권에 참가했고, 이달 3-8일 국가대표 선발대회와 다음 달 11-17일 전국체전을 앞두고 있다.

오상욱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도 남자 펜싱 사브르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이번 올림픽과 같은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대통령배는 4강에 올랐으나 발목이 욱신거려 건강 관리 차원에서 기권을 했다"며 "현재는 휴식을 취해 괜찮다. 국가대표 발탁과 전국체전 2관왕을 목표로 계속 선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오상욱은 올림픽 이후 수많은 일정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오메가로부터 시계를 받은 것을 꼽았다.

파리 시내 오메가 하우스에서 '오상욱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크게 매달려 있어 갑작스런 환영 인사에 얼떨떨하고 기뻤다는 후문이다.

오메가는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 중 가장 먼저 금메달을 획득한 개인 종목 남녀 선수에게 기념시계를 선물했다.

오상욱은 "본사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정신 없이 어떤 건물에 들어갔더니 내 이름이 엄청 크게 써져 있더라"라며 "수많은 직원이 마치 나를 줄곧 기다려온 사람처럼 박수를 쳐줘 얼떨떨하고 기뻤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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