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드림텍
세계 최초 냉간단조 기술로 일체형 U조인트 개발
"직원 행복 최우선 목표"… 지속 가능한 경영 온힘

드림텍 전경. 박하늘 기자
드림텍 전경. 박하늘 기자

아산은 전국에서 이름난 자동차산업 집적 단지다. 우리나라의 주력인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산엔 독보적 기술력으로 업계에 정평이 난 강소기업이 곳곳에 숨어있다. 아산의 향토기업 (주)드림텍(대표이사 김홍근)도 그 중 하나다. 드림텍은 냉간단조 공법을 사용해 20여년 전 자동차의 중요 조향부품인 유니버설 조인트(이하 U조인트)를 일체형으로 선보여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3~4개 조각을 용접으로 붙여 만들던 U조인트를 이음새 하나 없이 매끈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드림텍의 일체형 U조인트는 이제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됐다. 미래 모빌리티로의 숨 가쁜 재편 속에서 드림텍은 41년 간 축적된 기술력으로 다시 한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로봇 집게가 드림텍의 U조인트를 옮기고 있다. 박하늘 기자
로봇 집게가 드림텍의 U조인트를 옮기고 있다. 박하늘 기자

◇ 냉간단조로 자동차부품 강소기업 성장

드림텍은 2002년 경기도 김포에서 충남 아산 신창면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자동차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드림텍은 냉간단조 기술 기반 건축자재 제조기업 정진금속에서 태동했다. 김홍근 대표는 정진금속의 직원이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김 대표는 1984년 부채를 떠안으며 정진금속을 인수했다. 외적으로는 인수였지만 사실상 창업이었다. 드림텍은 이 때를 창립 연도로 삼고 있다.

냉간단조는 재료의 재결정 온도 이하 즉, 상온상태에서 단조는 금속을 두드려 만드는 가공방법이다. 정밀도가 높고 제품 표면의 매끄러워 후공정이 거의 필요없다. 환경오염물질도 비교적 덜 유발한다.

드림텍은 강점인 냉간단조 기술을 가지고 1994년부터 자동차부품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생존을 위한 사업다각화 전략이었다. 김홍근 대표는 "건설자재는 시장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할 사업이 필요했다. 냉간단조는 자동차 부품 제조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휠너트를 시작으로 점차 생산품을 늘려갔다. 2002년 드림텍은 자동차산업 집적지 아산으로 본사를 옮기는 결단을 내렸다. 드림텍은 아산에서 본격적으로 자동차부품 분야에 집중했다.

 

드림텍의 직원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박하늘 기자
드림텍의 직원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박하늘 기자

◇세계 최초 일체형 U조인트 개발

드림텍은 2006년 세계 최초로 냉간단조 공법으로 무용접 일체형 U조인트를 생산해 내는데 성공했다. 조인트는 'IMS 어셈블리(Intermediate Shaft Assembly)'에 사용된다. 핸들에서 전해진 회전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중간장치다. 조인트는 회전 운동을 전달하는 요크(yoke)부와 기둥인 로드(rod)부로 구성한다. 조인트는 3~4개의 부분품을 용접해 각 부위를 연결 했었다. 드림텍은 이를 냉간단조 공법을 이용해 단일 부품으로 만들어냈다.

일체형 조인트는 용접형 조인트보다 무게와 부피가 작고 내구성은 높다. 제작기간은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특히 용접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크게 줄였다. 세계적 추세인 RE100에도 적합하다. 김오승 드림텍 고문(63)은 "미래를 볼 때 자동차부품 역시 친환경적 생산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림텍은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냉간단조 공법을 활용한 볼 슬라이딩 타입의 일체형 U조인트를 개발했다. 이 조인트는 기아에서 생산한 C-MDPS 타입차량 레이에 탑재됐다.

볼슬라이딩 타입 조인트는 드림텍이 독보적이다. 드림텍 이후 일체형 조인트 생산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기술력 면에서 드림텍을 따라오지 못한다. 시장 점유율 역시 드림텍이 압도적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에 납품되는 일체형 조인트 약 60% 이상을 드림텍이 담당하고 있다.

일체형 조인트는 세계시장의 대세가 됐다. 자동차의 조향장치가 HPS(유압식 스티어링)에서 MDPS(전동식 파워 스티어링)로 전환되며 드림텍의 기술은 더욱 각광 받고 있다. 김 고문은 "중국에서도 일체형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설계 기준이 없고 프로세스에 대한 관리 기술도 부족해 한국의 기술을 많이 부러워 한다"고 말했다.

 

드림텍에서 생산한 U조인트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박하늘 기자
드림텍에서 생산한 U조인트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박하늘 기자

◇품질 유지의 비결, 장기근속

드림텍의 매출은 아산으로 이전 이후 약 10배 가량 뛰었다. 19명이었던 직원은 100여명으로 늘었다. 김오승 고문은 이 성장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그는 드림텍에 32년째 근무 중이다. 대학생시절 아르바이트까지 합하면 종사 기간은 더 길다.

김 고문은 본사를 따라 아산으로 이사했다. 회사가 이전을 결정할 당시 직원 19명 전원이 아산으로 왔다. 이탈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 고문은 "2002년 직원들이 다같이 이사를 했다"며 "전부 회사에 모든 것을 걸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김 고문처럼 20~3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가 많다. 정년이 지났지만 계속 근무하는 직원도 꽤 있다. 76세의 기술직 직원은 창고를 관리하며 드림텍을 떠나지 않고 있다. 비결은 식구 같은 끈끈함이다. 김홍근 대표는 직원들을 특히 살뜰하게 챙긴다. 최근엔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입원한 직원의 주치의를 만나기 위해 새벽 4시30분부터 병원에서 기다린 일도 있었다. 이 일화 만으로도 김 대표가 조직원을 얼마나 살피는지 엿볼 수 있다.

직원의 낮은 이직률은 곧 품질의 안정을 가져 온다. 김 대표는 "직원이 바뀌면 고객이 제일 먼저 안다"며 "품질 유지에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원 간 친밀한 문화 속에서 장기근속이 이어지고 장기근속은 품질의 안정과 새로운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미래 향한 기술개발

2020년부터 드림텍은 구동파트 부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드림텍의 기술개발은 멈추지 않는다. 등록 특허만 70여건이다.

드림텍은 미래 모빌리티로 재편되는 자동차산업의 흐름을 기술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로봇 팔, 로봇 다리 등 로봇 구조에 들어가는 부품이 꽤 많다"며 "냉간단조 기술을 응용해 개발할 시점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동차 시트나 로봇 등의 미래차 기술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드림텍의 최우선 목표는 직원의 행복이다. 김 대표는 "우리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드림텍의 비전"이라며 "지속 가능한 경영, 제품을 속이지 않는 착한 경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노하우, 후배들에 전수"
김홍근 드림텍 대표. 박하늘 기자
김홍근 드림텍 대표. 박하늘 기자

김홍근 드림텍 대표

김홍근 대표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그의 책상 뒤에 걸린 사훈이 눈에 들어온다. '신용', '신의', '신념'. 김 대표는 이 중 으뜸을 '신용'으로 꼽았다. 그는 "무슨 일이든 신용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격, 품질, 납품. 세가지가 맞아야 한다. 이는 기술이 동반돼야 한다"며 "41년 간 지키고 있는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역에서 유명한 '창업학' 교수다. 그는 2011년부터 호서대에서 창업가들을 가르치고 있다.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와 창업지원단장, 경영대학원장,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을 역임했다. 그의 창업 노하우를 후배 창업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가의 성장동력은 창업이다. 창업자 수가 줄면 국가 성장이 줄어들고 창업자 수가 늘어나는 국가는 계속 성장한다. 궤적을 같이한다"며 "젊은이가 불확실한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지 않으면 그 국가는 생명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창업의 지원을 할수록 사회와 경제가 돌아간다. 2~3명만 성공을 해도 정부가 투자한 돈이 다시 정부로 가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확신했다.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선 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산과 천안이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기업 때문"이라며 "기업을 끌고 와야 한다. 묵은 규제가 혁파돼야 기업이 지방으로 오고 지방이 활성화 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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