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오토시스
車 브레이크 패드, 현대·기아 물론 GM·포드 등에도 공급
직원 소통 강화… 노사문화 우수기업·유공 금탑훈장 수상
'글로컬(Glocal)'이 익숙해진지 오래다. 세계화를 이르는 '글로벌(Global)'과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을 합성한 말이다. 한 지역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현지화한 제품으로 진출지역에 안착한다는 세계화 전략의 하나다.
아산의 향토기업 KB오토시스(대표 김신완)의 행보는 글로컬에 부합한다. KB오토시스는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마찰재) 전문기업이다.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브레이크 패드의 38% 이상, 국내 전기차용 마찰재 90% 이상을 점유한 굴지의 회사다. 이 회사는 40년 전 아산에 뿌리내린 후 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 동시에 미국, 인도, 중국 등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세계화를 도모했다. 해외 생산기지는 현지에 빠르게 정착했다. 밀려드는 해외 고객의 요청에 미국 공장은 설립 3년도 되지 않아 증축을 고민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현대·기아차에서 GM과 스텔란티스, 포드사로 넓어졌고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65% 이상으로 늘어났다.
KB오토시스의 시장 장악에는 한발 빠른 기술확보와 규제대응, 무엇보다 노사의 신뢰와 상생이 있었다. 아산에서 시작한 KB오토시스는 글로벌 톱3 마찰재 회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브레이크 첫 국산화
브레이크는 발전 속도를 더해가는 자동차에서 절대적인 필수 부품이다. 사용자 안전을 위한 최소이자 최고, 최우선의 장치다.
KB오토시스의 창업주 김용웅 회장이 창업을 결심한 계기도 '안전'이었다. 어느 날 김 회장은 시외버스를 타고 가던 중 강원도 고갯길에서 브레이크가 파열되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그는 브레이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때부터 자동차 핵심부품인 브레이크를 국산화하고 품질을 향상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렇게 1985년 한국베랄(KB오토시스의 옛 이름)이 탄생했다. 한국베랄은 1986년 독일 베랄(Beral)사와 기술도입계약 체결, 신차 조립용 브레이크 패드를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김 회장은 "자동차 브레이크 불량은 한 가정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경영이념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 40년의 성장
KB오토시스는 논스틸(Non Steel) 마찰재 브레이크 패드 분야의 독보적 1위다. 현대·기아차 납품 브레이크 패드의 약 38%를 차지한다. 주요 고객사인 현대·기아차의 매출신장에 따라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KB오토시스는 창사 초기부터 연구소를 설립해 기술연구에 집중해 왔다. 국내 최초로 비석면 마찰재 개발에 성공 했으며 최근에는 환경 규제에 맞춰 구리 무함유(Copper Free) 제품을 개발, 국내 및 북미시장에서 양산에 들어갔다. 친환경 마찰재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다.
KB오토시스에게 아산의 새 공장은 '퀀텀점프'의 발판이 됐다. KB오토시스는 아산 신창에서 아산 음봉으로 본사를 옮겼다. 연구소와 공장동을 확대했고 기술개발비를 크게 늘렸다.
연구시험로는 신공장의 상징적 시설이다. 1.2㎞ 규모의 시험로에서는 빗길, 눈길, 빙판길, 차량 선회, 경사 등 다양한 도로 환경을 모사해 브레이크의 제동이음과 안정성 등을 평가한다. 국내 중견기업 중 연구시험로를 구축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었다.
신공장에는 협력업체 입주시설도 마련했다. 협력업체와 가까운 거리에서 생산효율을 극대화 한 것이다. 고객사들은 신공장의 생산능력과 기술을 보고 신뢰를 보였다. 아산 신공장 설립 후 매출은 3배가 됐다.
◇세계로
KB오토시스는 신공장 이전 후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사명을 한국베랄에서 KB오토시스로 바꾸고 인도와 중국, 미국에 순차적으로 공장을 세웠다. 또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설치해 선진기술과 현지화 제품 개발에 노력했다.
KB오토시스의 품질은 완성차 업체를 만족시키고 있다. 2015년 Global GM사에 한국기업 최초로 브레이크 패드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텔란티스와 포드 대표차종 브레이크 패드를 대량 수주해 세계적 브레이크 패드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 바탕에는 과감한 투자가 있다. 매년 매출의 6% 이상을 기술개발비로 투자한다. KB오토시스는 마찰재 배합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250여가지의 원재료를 사용해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한다.
회사는 내수 의존도를 낮췄다.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은 65% 이상(지난해 기준)이다. 2011년 1000만 불 수출탑 수상 이래 2016년 5000만 불, 2017년 7000만 불 수출탑을 이뤘다. KB오토시스는 수출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 40년 노사 무분규
KB오토시스의 성장가도 근저에는 상생이 있었다. KB오토시스는 소통과 신뢰의 노사문화를 가장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창사 이래 한번도 노사분규를 겪지 않았다. 노사의 신뢰는 위기 극복의 자양분이 됐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심각한 위기를 겪던 때 김웅용 회장 등 임직원은 급여까지 반납하며 노력을 다 해 구조조정 없이 위기를 넘겼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노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영안정화와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며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창업주의 정신은 현 경영진에도 동일하게 흐른다. 김신완 대표는 "창업주는 현장 위주의 경영철학을 가지셨다. 조금 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금 더 빨리 반응하고 직원들에게 조금 더 주려는 문화가 40년 동안 신뢰를 쌓았다"며 "회사의 행동에 직원이 믿어준 것이 성장의 동력이 됐다"고 했다.
KB오토시스의 55세 이상의 고령 노동자가 전체 근로자의 약 20%다. 정년 퇴임 후 재채용 비율이 90%를 초과한다. 노동자의 노고와 기여, 기술력을 인정한다. 청년 채용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의식에서다. 회사는 2017년 노사문화 우수기업과 노사문화 유공 금탑훈장을 수상했다.
10년 후 KB오토시스는 반세기의 역사를 갖는 회사가 된다. 김 대표는 "'제일의 창의발휘, 제일의 품질생산, 제일의 복지구현'이 사훈"이라며 "10년 후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가지고 최고의 복지를 구현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신완 KB오토시스 대표
KB오토시스는 창사 이래 40년 간 노사분규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김신완 KB오토시스 대표에게 그 비결을 묻자 "경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40년 간 쌓인 신뢰의 이유라 생각한다"고 했다. 신뢰는 불필요한 시간낭비 없이 의사를 결정하고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소통을 중시한다. 소통에는 '존중'을 담는다. 그는 "직원들의 일에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며 "존중은 결국 사람들의 동기부여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역이 기업을 키우는 만큼 기업도 지역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08년 신공장으로 이전할 때 아산시와 충청남도가 행정적 도움을 줬다. 두 지자체에게 고맙다"며 "이곳에서 매출액이 3배가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은 기업이 한다. 투자를 받아주는 것은 지자체"라며 "지역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행정지원이 절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 대표는 지역 인재를 특히 중요하게 본다. 그는 "고용의 안정성 때문에 지역인재 채용에 노력한다"며 "이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 한다. 문화, 교육 등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 청년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 작은 것들이 모여 시너지가 난다"며 "마찬가지로 기업이 역할을 다하면 지역이 활성화되고 지역이 활성화 되면 나라가 활성화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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