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서 지휘자 변신
베토벤 교향곡서 강렬한 인상
종이 위에 까만 점 불과한 악보
음악으로 빛내는 순간 큰 보람
세대 간 연결고리 역할
어릴 적 멘토에게 받은 가르침
후배들에게 전수… 힘 되고파
청중과 교감하는 클래식 지휘
장한나 대전그랜드페스티벌 예술감독
대담=박계교 취재1팀장
베토벤을 빼고 그를 얘기할 수 없다. 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 대전그랜드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위촉된 지위자 장한나. 한때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활동을 하다 돌연 지위자로 변신한 데는 베토벤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2025년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 주제인 '불멸의 사랑'도 베토벤에서 얻은 영감이다. 장한나 예술감독은 "클래식이라는 게 누군가의 눈에는 종이에 있는 음표에 불가하다. 누군가 연주를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종이에 까만 점일 뿐"이라며 "결국 음악의 본질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특별한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 장한나 예술감독을 만났다.
-대전과의 인연은.
"옛날부터 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전국 투어를 많이 했다. 대전도 많이 찾아 낯설지가 않다. 무엇보다 외할아버지가 대전현충원에 계셔서 대전은 늘 마음에 있다. 저를 많이 아껴주셨다. 어릴 때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에서 공연과 여행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외할아버지와 시간을 같이 했다. 외할아버지와 가까웠기 때문에 대전이 그래서 더 특별한 것 같다. 지금은 누구보다 대전을 사랑하고, 대전을 홍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대전의 공연 문화는.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다. 전국에서 오시기 편한 곳이다. 저는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굉장히 잘 느끼기에 매 공연마다 열성적인 호응에 거듭 감사드린다. 특히 제 개인 페이스북이라든지 인스타그램에 글을 달아 주시는 분들도 많다.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을 1년 내내 기다리고 계신다는 분들도 많다. 이러한 공연들이 대전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얘기도 하신다. '대전에 살고 싶다'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것을 보면서 어떤 콘텐츠로 공연을 하는가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다."
-지휘자로 변신한 계기가 있나
"가장 큰 영향은 베토벤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통해서 살아 숨 쉬는, 영혼이 느껴지는 악보를 만났다. 갑자기 음표들이 춤을 추듯이 반짝거리고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근데 베토벤의 삶에서 제일 큰 의문이 뭐냐 하면은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다. 정말 가슴 뜨거워지는 사랑의 편지다. 하지만 베토벤은 생전에 이 편지를 붙이지 않았다. 그가 죽고나서야 발견이 됐다.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이 편지에 나오는 연인이 누구냐가 오늘날까지도 베토벤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베토벤의 진정한 연인은 음악이었다고 본다. 우리가 잘 알듯이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귀가 안 들리는 작곡가가 어떻게 있을 수 있나. 음악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베토벤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장한나가 걸어온 음악의 길은
"지금은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역할이 완전히 바뀌었다. 저는 계속 열심히 걸어왔다고 생각을 한다. 어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음악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걸었다. 제가 가고 싶은 길을 위해 뚜벅뚜벅…. 앞서 말했듯이 지휘자로 마음을 먹은 것도 베토벤의 음악 때문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오늘도 무대 위에서 리허설하고 공연하는 거다. 음악이 있으면 빛이 나는 순간인 것 같다.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20대의 나에게 '잘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장한나의 역할은
"연주자로 생활했을 당시 나를 이끌어주신 멘토들은 다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와 함께하는 후배들은 그분들을 만날 수가 없다. 멘토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멘토들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의 연결고리가 되는 게 목표다. 음악을 하는 2030세대에 그 분들과 함께한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2025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은
"그랜드페스티벌은 2030(MZ세대)의 뛰어난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조명하는 행사다. 그들의 열정적인 해석을 통해 더 많은 청중 여러분과 음악의 기쁨을 깊고 넓게 나누고자 대전예술의전당과 함께 작년부터 시작했다. 올해 주제는 '불멸의 사랑'이다. 이 두 단어는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이 익명의 여인에게 쓴 열렬한 사랑의 편지 '불멸의 연인'에서 영감을 받아서 정하게 됐다. 지난달 21일 'It is love! 이건 사랑이야' 오프닝콘서트를 시작으로 27일까지 'idee fixe: Obsession 사랑, 중독, 집착, 끝까지 가자' 클로징콘서트까지 일주일간 11개 공연이 펼쳐졌다. 삶의 크고 작은 모든 장애물을 정면돌파하며 진정 위대한 음악을 창조하도록 베토벤을 이끌고 영감을 준 음악에 대한 압도적이며 절대적인 그의 사랑을 함께 느끼고, 즐기고, 나누는 시간이 됐다."
-이달 아시아·태평양 공연센터 연합회(AAPPAC) 정기 총회 기조연설을 맡았다.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 대전총회가 이달 21-23일까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다. 올해 테마가 로컬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도 결국은 로컬이다. 로컬과 글로벌이 하나되는 매개체가 음악이 아닐까. 음악이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다. 연주자, 아티스트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드는 세상이다.
"AI(인공지능)으로 음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건 좋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갈수록 차별화되는 건 얼마나 그 뉘앙스가 풍부하고 섬세한지다. 이런 창작물은 사람의 피땀이 배어 있다. 예술의 경지가 올라갈수록 정말 미묘한 차이로 천재다 아니다가 판가름 난다. 그냥 휙 지나가면 못 볼 건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 섬세함이 있고,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게 보이는 등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발견했을 때 그게 명곡이다. 작곡가가 자신만의 숨결을 집어넣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다. 그러니까 나라는 인디비주얼(개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오케스트라가 기적인 게 100명의 인디비주얼이 모여서 같이 연주를 하니 그 소리가 얼마나 깊고, 다양하겠는가. 여러 소리들이 모여서 만드는 소리가 얼마나 힘있겠는가. 그것은 AI가 절대 흉내도 못 낼 거라고 확신한다."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은.
"큰 힘이 되어 주고 싶다. 품은 꿈 뒤에 있던 열정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평생 그것만이 오늘도 나를 연습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무대에 대한 갈망, 꿈 등이 결국은 사랑이다. 불멸의 사랑은 음악 그것만 놓지 않으면 진정한 음악가라고 생각한다. 땀 흘리며 열심히 연습하는 후배들을 응원한다."
1982년 수원에서 태어난 장한나는 6살 때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줄리아드 음악원에서의 음악 공부를 위해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 현재까지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1994년에 열린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1위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십대 후반 교향악 레퍼토리에 깊고 강렬한 열정을 품게 된 후 2007년 24살에 지휘자로서 공식 데뷔했다. 그 이후로 지휘자 그리고 예술적 리더로 집중 활약하고 있다.
박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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