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의 화재 사고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시민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고 있다. 29일에는 우려했던 '월요 민원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무인민원발급기 오류, 은행 대출업무 차질 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화재로 중단된 647개 행정정보 시스템 중 일부가 복구됐을 뿐 완전한 복구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번 화재는 국정자원 5층 전산실의 무정전 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배터리 1개에 불꽃이 튀면서 시작됐다. 문제의 배터리는 사용기한 10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지만 국정원은 관리업체의 교체 권고에도 정기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계속 사용했다고 한다. 사용기한을 넘겼는데 정기검사에서 '안전' 판정을 받은 것부터 수긍하기 힘들다.
배터리 교체작업 과정에서 공사업체의 과실이 없었는지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배터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UPS는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면 전압이 순간적으로 높아져 화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이전 작업에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이전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매뉴얼을 잘 준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 배터리와 서버가 한 공간에 있었다는 점도 문제다. 화재 현장에는 배터리와 서버의 간격이 60cm에 불과했고, 서버 간 간격도 1.2m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산실 내 배터리와 서버의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거나 아니면 화재에 대비해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근본적으로는 전산실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점에서 국정자원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고,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에 소홀함이 없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국정자원의 화재는 미리 잘 대비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배터리 노후화가 원인이든 배터리 교체 과정의 실수이든 인재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디지털은 편리하지만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는 '디지털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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