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교통 대동맥 철도
대전·세종·충남·북 하나의 생활권 잇는 '광역철도' 추진
최대 시속 180㎞ 급행열차 투입 'CTX' 2028년 착공 예정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국가교통 '가로축 복원' 큰 의미
사람과 물류가 교차하는 충청의 철도망은 국가의 성장과 교류를 가능케 한 길이었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은 일찍부터 국토 교통의 허리이자 교차로로 자리 잡았다.
산업화 시기에는 조치원에서 청주를 거쳐 충주로 이어지는 충북선이 산업철도의 맥을 이었다. 1959년 중앙선과 연결되면서 충북과 강원 내륙의 화물 운송을 담당하며 지역 경제의 혈관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고속화의 시대가 열리면서 중심은 점점 비껴갔다. 전국을 연결하는 노선의 한가운데에 서 있지만, 충청의 철도는 어느새 '지나는 길'로 치부됐다.
그럼에도 충청은 남북과 동서를 잇는 교통망의 핵심축에 서 있다. 고속도로와 철도가 교차하는 중심으로서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제 과거의 영광을 회상할 때가 아니라 정체된 철도 구상을 현실로 관철시켜야 할 시점이다.
◇충청권 광역철도…생활권 잇는 핵심 사업=충청권 광역철도는 대전·세종·충남·충북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잇는 광역 교통망 구축 사업이다. 1단계 사업은 충남 계룡-대전 신탄진 35.4㎞ 구간으로, 경부선과 호남선 기존 선로를 개량해 광역도시철도로 활용한다. 2011년 국가철도망 계획에 처음 반영돼 2015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장물 이설·후속분야 실시설계비 등의 증가로 총사업비가 2583억 원에서 5877억 원으로 대폭 늘면서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정부는 원칙적인 '타당성 재조사' 대신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로 절차를 선회했다. 타당성 재평가 없이 총사업비와 규모를 다시 검증하는 방식으로, 최악은 면한 셈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2·3단계는 경부선 신탄진-조치원 22.6㎞(2단계), 호남선 강경-계룡 40.7㎞(3단계)를 개량해 4개 시도를 포괄하게 된다.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지방시대'의 대표적인 교통 모델로서 사업의 완성 여부가 향후 지역 철도체계 전반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CTX, 민자적격성 통과로 사업 추진 본격화=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는 최대 시속 180㎞의 급행열차를 투입해 대전-세종-충북 주요 거점을 1시간 이내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광역급행망이다. 정부대전청사에서 정부세종청사, 조치원, 오송, 청주국제공항까지 총 64.4㎞를 잇는 노선으로, 2028년 착공·2034년 개통이 목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민자적격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당초 '경제성·재정 부담'이 최대 변수로 꼽혀 왔지만, 사업 구조와 추진 방식의 타당성이 공식 인정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실시설계·제3자 제안공고 등 후속 절차에 즉시 착수할 계획이다.
CTX는 지방권 광역철도 중 최초로 민간투자방식으로 추진된다. 재정사업과 달리 지자체는 건설비의 15%만 부담하고, 운영 손실은 민간이 책임지는 구조다. 이로 인해 지방재정 부담은 줄이고 사업 속도는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개통 시 대전의 연구개발 기능, 세종의 행정 기능, 청주의 산업·공항 기능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다. 수도권 초집중 시대 속 충청권 전체를 하나의 대생활권·경제권으로 묶는 첫 광역급행 축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국토 균형의 새로운 축=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충남 서산·당진·예산·아산·천안부터 충북 청주·증평·괴산, 경북 문경·예천·영주·봉화·울진까지 330㎞를 잇는 대규모 사업이다. 철도가 완공되면 중부권 동서 연결의 단절 구간이 해소되고, 내륙 물류·관광·산업 네트워크가 대폭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충청권 입장에서는 대전·충남·충북을 중심으로 서해 산업벨트와 동해 물류항만을 직접 잇는 국가 교통의 '가로축' 복원 사업이라는 의미가 크다.
다만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서는 '추가검토사업'으로 남아 있고, 제5차 철도망 반영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해당 지자체와 정치권은 사업 반영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특별법' 제정에도 힘을 싣고 있다.
◇'청주공항-보은-김천 내륙철도'…하늘길·육로의 연결=청주공항-보은-김천 내륙철도는 수도권과 중부, 남부를 최단 거리로 직결하는 사업이다. 총연장 96.1㎞, 총사업비 3조 248억 원 규모로, 청주공항에서 보은을 거쳐 김천을 잇는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잠실-청주공항 광역철도와 남부 내륙선(김천-거제)과 직결돼 서울 강남에서 시작해 수도권과 남해안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국가의 새로운 종단철도망이 완성된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경북 북부권에서 청주공항까지의 접근성이 향상돼 공항 거점 기능 강화가 기대된다. 또 충북 내 유일한 철도 소외 지역이던 보은에 철도가 개통되면 지역 균형발전과 관광·물류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 노선 역시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여부가 핵심 변수다. 충북도와 경북도가 공동 대응하며 사업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는 이유다. 완공 시 두 지역의 산업·관광 교류는 물론, 내륙 물류의 효율성과 국가 균형발전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
◇내륙과 동서를 잇는 보완축…충청 교통망의 퍼즐='충청내륙철도'은 충남 태안에서 서산공항-내포신도시-청양-공주-세종-신탄진-대전을 잇는 146.7㎞를 단선 노선으로, 총사업비는 4조 4725억 원으로 추산된다. 충청 서해안과 내륙을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중부내륙선 지선(감곡-충북혁신도시)'도 감곡장호원에서 충북혁신도시와 청주공항을 잇는 31.7㎞ 구간으로, 충북 북부와 수도권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동서고속선'(대전-익산)과 '대전문경선'(대전-점촌), '대전남원선'(대전-남원) 등 3개 노선도 대전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철도망이다. 동서고속선(67㎞)은 오송을 경유하지 않고 대전과 익산을 직결하는 호남축 직통 노선이다. 대전문경선(84㎞)은 중부내륙·강원권 연결망, 대전남원선(117㎞)은 금산·무주 등 철도 소외지역을 아우르는 균형발전형 노선으로 꼽힌다.
이들 사업은 규모나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충청을 중심으로 내륙과 서남부권을 잇는 보완축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광역·급행 노선이 큰 틀의 교통축이라면, 이들 노선은 지역 간격을 메우는 생활권 연결망이다.
충청이 다시 한 번 교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이러한 세밀한 교통 퍼즐의 완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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