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필 월요일이네."세종시에 살면서 급하게 기획물이나 논문을 준비하다가 발을 동동 구른 적이 여러 번 있다. 공교롭게도 자료가 가장 많은 국립세종도서관이 휴관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은 그런대로 대체가 가능한 세종시립도서관도 쉰다.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이게 꼭 개인만 탓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자치단체 '시민제안' 게시판에는 "도서관들의 휴관일을 분산해 달라"는 요청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우리가 모르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나? 이용자들의 민원에도 공공도서관들이 휴관일을 분산하지 않는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제국대학(국립대학) 공대들은 구미의 과학자들로 교수진을 채웠다. 동경공대는 토목공학, 기계공학, 실용화학 등 여러 과목을 개설했는데 모두 외국인 교수를 배정했다. 학생들은 영어를 사용하고 양복을 입고 양식을 먹었다.영국인 교수들은 동경공대의 면학 열기와 실험실 설비에 깜짝 놀라 "과학의 중심이 일본으로 넘어갈지 모른다"는 경고 서한을 본국에 보냈다고 한다.외국인 과학자들이 배출한 초기 졸업생들은 서양으로 유학을 갔다. 19세기 후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졸업 앨범의 흑백사진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보인다.
"어느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메이너 농장 동물 사회의 계명이다. 동물들은 농장주를 몰아내는 혁명에 성공한 후 7개의 계명을 정하면서 이걸 넣었다. 침대 편한 거야 알지만 사람을 따라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방식은 착취와 불평등의 원인이다.어느 날 지배층 돼지들이 침대에서 자다 발각됐다. 계명은 슬그머니 "어느 동물도 '시트가 깔린'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로 바뀌었다. 이런 일은 잦아졌다.지배층 돼지들이 술을 입에 대면서 "어느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계명은 "어느 동물도 '과도하게' 술을 마셔서는
"선우야, 더 이상 지체하면 늦는다.""네, 잠시만요…."아들 녀석은 늘 꾸물거린다. 기차를 못 탈지 모른다는 경고성 채근에야 부랴부랴 따라 나선다. 내비게이션에 '공주역'을 써 넣는다. 벌써 여러 번 가본 길인데 그냥은 자신이 없다. 미로 같아서다. 내비게이션은 '19㎞, 24분 걸린다'고 알려준다. 요즘 충남 공주에서 지내 서울 손님 배웅차 공주역에 가는 일이 많아졌다.공주역은 산넘고 개울 건너 있다. 산길을 돌고 돌다가 갑자기 거대한 건축물을 만나는 데 그게 KTX 공주역사다. 그 때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우리 사회가 거의 의심하지 않는 '기후변화'는 서구에선 종종 논쟁거리다. 2009년 11월 영국 앵글리아 대학 기후연구소(CRU)의 해킹 사건은 정점이었다. 유출된 기후과학자 이메일에는 '트릭(trick)'처럼 데이터 조작을 의심할 만한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이 사건은 즉각 '기후게이트(Climategate)'로 불리며 한 달 뒤의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을 강타했다. CRU 기후 데이터는 매번 우리가 충격으로 접하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평가보고서에 활용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꺼리는 사우디아라비아 협상대표는 BBC에 "기
"이번 대선에 투표 안해요."부부 동반 모임의 50대 중반 주부 A 씨에게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 거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단호하다. 기자는 평범한 주부의 정치적 견해가 궁금할 때 그의 입을 주목한다. 치우치지 않는 성격인 데다 얼마 전까지 양대 정당의 이름조차 낯설어했던 터라 저변의 합리적 여론을 알 수 있다. A 씨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 건 팬데믹 때였다고 한다. 외출이 줄고 재택근무 남편과의 TV 시청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정치 뉴스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정치는 평온을 해친다. 남편에 따르면 아내는 정치 뉴스를 보면서 다소
2005년경이니 20년 쯤 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한 12·12 쿠데타 주역들이 대거 국립대전현충원 참배를 온대서 현장엘 갔다.듣던 대로 두 전직 대통령의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전 전 대통령은 경호실장이었던 장세동 씨 등 수십여 명을 대동했다. 묘역을 왁자지껄 오갔다. 별도로 일행 3~4명과 찾은 노 전 대통령은 조용히 묵념했다.대중의 호감은 때로 비합리적이다. 선악 보다 태도에 기운다. 당시 5·18 희생자에 죄 값이 더 많은데도 거침없는 전 전 대통령에게 끌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당당해 하지 않는 노 전 대
지난해 12월 3일 이전에 2024년 가짜뉴스를 선발했다면 아마도 '비상계엄설'이 1위였을 거다. 우리 국민의 정치사회 의식이나 대한민국의 세계 10위권 경제수준에 비춰, 비상계엄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적지 않은 진보 진영 인사들마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상계엄설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치부했다.비상계엄 단행으로 황당한 음모론에 불과했던 비상계엄설은 '충격적 음모'로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호수 위의 달 그림자' 운운하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많은 걸 바꿔 놨다. 누리호와 BTS